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죠"…배성우, 평범을 특별하게 만드는 내공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05 13:3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 많았죠."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에서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 전부인 중만을 연기한 배우 배성우(48). 그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 작품. 영화 속 인물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 뿐,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는 주제 의식으로 공감을 산 것은 물론 새롭고 독특한 구성,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등으로 보는 이들의 108분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2월 스크린 기대작으로 등극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지난 2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또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특히 사업 실패 후 야간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으로 변신한 배성우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실감 나게 그려내 눈길을 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가장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쉼표를 찍는 재미까지 선사하며 작품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먼저 배성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개봉을 앞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극장가에 관객의 발길이 끊겼고 또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로 인해 고민 끝에 개봉을 연기한 초강수를 뒀다.

이에 배성우는 "개봉을 갑자기 연기하게 됐는데 내가 대신 사과드리겠다. 시사회(3일) 당일 결정됐다. 촬영하고 나서 개봉을 하기까지 시간이 좀 지났는데 배우들 모두 걱정되는 마음이다. 더구나 우리 영화가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개봉을 미루게 됐다. 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꽤 재미있게 봤다. 촬영하고 나서 가편집된걸 봤는데 이 영화가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기보다는 리듬감과 템포가 잘 살아난 작품인 것 같았다. 이야기 흘러가는 대로 보니까 몰입도가 있더라. 그래서 많은 관객이 우리 영화를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에 개봉을 조금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쉽게 개봉을 미루게 됐지만 그럼에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지난 3일 열린 시사회를 통해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 호평을 예상하지 못한 배성우는 처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출연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착한 캐릭터 중만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역할이 그렇게 매력 있게 느껴지지 않더라. 그런데 이 스토리 라인 안에서는 굉장히 필요한 인물이라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결정하고 난 뒤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영화 속에서 가장 공감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대본보다는 적극성을 가진 인물로 표현을 한 것 같다. 원작과 영화 시나리오에서는 더 수동적이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고민도 했다. 전체적으로 중만에게는 별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돈 가방을 보고난 뒤 계속 고뇌만 있을 뿐이다. 이런 캐릭터가 자칫 영화 속에서 튀어나오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려웠다. 조심스럽게 중만 캐릭터의 라인을 찾아가려고 했다.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는 배성우는 "이 작품은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캐스팅이 됐다. 처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제안받았을 때는 잘 모르겠다며 고사를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가 좋은 것은 맞고 또 내게 주어진 캐릭터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감이 안 잡혔다. 김용훈 감독과 미팅도 하면서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지만 아무래도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작부에 친한 분이 내가 출연을 고민할 때 윤여정 선생님께 내가 아들로 캐스팅됐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윤여정 선생님이 내가 아들로 캐스팅돼 너무 좋아하셨고 내게 꼭 작품을 하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윤여정 선생님의 사랑 속에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실제로 윤여정 선생님은 정말 재미있으시다. 촬영 때도 윤여정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빠졌다. 또 '칸의 여왕' 전도연과 정말 절친하시다. 두 분의 관계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도연과 짧지만 강렬했던 호흡에 대해서 "'집으로 가는 길'(13, 방은진 감독)에서 전도연과 같이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이 나를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많이 만나는 신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주 잠깐 만나는 신이 있다. 전도연의 존재만으로 반갑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도 메이크업, 착장 등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렸다. 너무 멋있다"고 밝혔다.


배성우는 살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물론 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가 있었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사채 빚에 시달리거나 도박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연기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위기감이나 절망을 느낀 적이 있다. 다들 살면서 작거나 큰 상황이 있지 않나? 원래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는, 학 같은 스타일인데 연기를 하면서 생기는 고민이 많다. 그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고 고백했다.

또한 영화 속 설정처럼 돈 가방이 자신에게 주어진다는 가정에 "라디오에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라디오에서도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분명 그런 돈에는 뒤탈이 있을 것 같더라. 이 영화를 찍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고하고 맘 편히 사는 게 좋다. 물론 돈 가방을 탐하는 캐릭터들에게 공감은 간다. 아마 진짜 내게 돈 가방에 온다면 몇 묶음 정도는 가지고 갈 것 같다"고 웃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