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 김대호 전 감독이 개인방송을 통한 내부 사정 폭로로 촉발된 '그리핀 사태'는 e스포츠 업계 전반을 흔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됐던 조규남 대표가 롤드컵이 끝난 직후인 12일,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날 그리핀 대표에서 정식으로 사임했다.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룹 스테이지가 끝난 후 8강전이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지 못하고 독일 베를린에서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 했던 조 대표는 "모든 정성을 쏟아부어도 될까말까한 시기에, 김 전 감독과의 문제로 인해 결국 선수단이 흔들리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에 대한 비난은 기꺼이 받겠고, 잘못했던 부분이 있었기에 대표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면서도 "김 전 감독이 주장한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모두 반박하겠다. 그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는 모두 취할 것이다. 무엇보다 최성원 선수에게 쏟아진 실력 외적인 비난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악플러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남 대표는 사실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도 준비했지만, 그 대신 스포츠조선과 지난 8일과 9일 연속으로 만나 5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과 입장을 전했다. 첫번째 김대호 전 감독의 해임과 관련한 반박, 두번째 선수 비하와 폭행, 세번째는 '카나비' 서진혁의 탬퍼링(불법 사전 접촉) 의혹,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로 이번 사태 이후 서진혁의 팀내 불화 조장 등 4가지로 나눠 조 대표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
*편집자 주 -모든 내용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조규남 대표가 고소와 고발을 비롯한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기에 왜곡을 막고자 다소 길더라도 인터뷰 전문을 게재합니다. 김대호 전 감독과 서진혁 선수도 반론할 내용이 있으면 동일하게 인터뷰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3. "'카나비' 서진혁은 탬퍼링을 했다"
―'카나비' 서진혁의 임대 계약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우선 임대 계약이 맞나 아니면 김 전 감독이 주장한대로 이적 계약을 한 것인가.
스틸에잇에서도 이미 발표했듯 이적이 아닌 임대 계약임을 분명히 밝힌다.
―그럼 김 전 감독이 얘기한 10억원의 이적료에 대해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틸에잇과 징동게이밍은 이적에 관한 어떠한 계약도 아직 체결한 것이 없다. 이적에 대해선 협의 단계인데,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적료는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 이 역시 김 전 감독이 주장한 허위 사실 중 하나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조사 결과는 서진혁이 계약 과정에서 탬퍼링을 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명백히 말하지만 서진혁은 탬퍼링을 한 것이다. 나와 첫 면담(9월 21일)을 가지기 이틀 전인 지난 9월 19일 서진혁은 다른 선수의 도움을 받아 징동과 연봉 및 4년 계약에 관한 협의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이는 스틸에잇의 조사 결과에도 나온다. 이에 대한 증거와 녹취는 탬퍼링 사실 확인을 위한 새로운 자료로 라이엇에 제출할 것이며, 서진혁과 김대호 전 감독을 형사 고소하면서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할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얘기 중 하나는 서진혁의 계약 과정에서 조 대표의 강압과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미 언급했듯 나와 면담을 갖기 전 서진혁은 징동과 4년의 계약 및 연봉협상까지 마친 상태였다. 정황을 인지한 후 9월 21일에 서진혁과 미팅을 한 것이니 계약에 대한 강압과 협박을 할 이유조차 없었다. 팀과의 협의가 없었던 서진혁의 단독 행동으로 이는 탬퍼링이라고 당연히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성년자인 서진혁이 왜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인가.
이 부분은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9월 29일 서진혁과 두번째 면담에서도 너가 이적을 원하는 것을 알게 됐으니 징동과 스틸에잇이 이적에 관련해서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틸에잇 중국 지사장이 중국 국경일이 지나고 징동 사장과 만나기로 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이후 서진혁은 10월 4일에 징동으로 복귀을 했고, 이에 앞서 나는 10월 3일 카카오톡 메세지로 다시 한번 서진혁에게 징동에서 계약을 요청하더라도 선수가 직접하면 안된다는 내용으로 주의를 여러번 줬다. 그런데 왜 10월 5일에 3년도, 4년도 아닌 5년에 그것도 본인이 직접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지 알수가 없다. 이 계약 역시 탬퍼링이라 생각한다. 카톡 내용은 공개하겠다.
(서진혁과 조규남 대표의 카톡 대화 내용)
|
|
|
―서진혁의 계약이 일종의 '노예계약'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단 한번도 정규시즌 경기를 나가지 않은 선수에게 임대기간 1년 6개월에 2억원의 연봉으로 계약을 해줬다. 또 사전에 탬퍼링을 시도했음에도 징동과 좋은 조건으로 이적협의를 진행해준 것이 죄가 된다면 20년 가까이 몸 담았던 e스포츠 업계에 남을 이유도 없고 미련없이 떠나겠다.
―그렇다면 김 전 감독은 왜 서진혁의 계약 논란을 꺼내들었다고 생각하나.
김 전 감독의 개인방송 주장을 전해듣고선 김 전 감독이 나의 명예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진혁까지 끌어들였다고 직감했다. 왜 자신의 제자였던 선수를 이용해 저런 행동을 할지 안타까움이 우선이었고, 이후 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나의 도덕성, 그리고 스틸에잇과 그리핀이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제대로 된 팩트체크 없이 개인방송이 개인의 화풀이에 쓰였다는 점에서 너무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 김대호 전 감독과 서진혁은 이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스틸에잇에서 서진혁을 FA로 풀었다.
서진혁은 아직 FA신분이 아니다. 스틸에잇은 서진혁에게 FA계약서을 넘긴 걸로 알고 있다. 서진혁은 아직까지 차일피일 계약날인을 미루고 있다. 왜 날인을 미루고 있는지 이것도 의문이다.서진혁의 FA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면 스틸에잇도 너무 억울한 상황이다. 스틸에잇과 그리핀에서 서진혁 관련해서 뭘 잘못한 건지 정말 묻고 싶다.
4. "서진혁은 팀과 선수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할 시점에서 조규남 대표는 "이번 일을 되짚어 살펴보다가 서진혁이 더 심각한 일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일인가.
서진혁이 팀과 선수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옛 동료에게 안 좋은 일을 부추긴 것이다.
지난 서머 시즌에 중국 LPL리그의 리닝으로 이적한 '플렉스' 배호영이 최근 팀에 은퇴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들었다. 이에 팀 내부적으로 배호영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진혁이 팀에서 나가기 위한 편법으로 은퇴를 권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고 정황 증거도 확보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배호영은 서진혁처럼 아직 미성년자이고, 처음 중국에서 팀생활을 시작해 팀 내부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쏟으며 신경을 쓰고 있는 선수이다. 이적 선수임에도 그리핀과 스틸에잇에서 지속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리닝 e스포츠팀과 배호영의 적응 상황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팀과의 이견도 있고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지내야 하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품 자체가 착한 선수이기에 팀과 맞춰가는 단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2~3주 사이에 기존에 알던 선수와는 전혀 다른 행동과 언행을 하고 있어 이를 이상하게 여긴 프런트에서 상황을 알아보다 서진혁과 나눈 대화 내용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있는 다른 한 선수도 배호영에게 지속적으로 팀 탈퇴를 하라고 부추기는 정황 증거도 모두 확보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또 다른 문제라고 보는데.
이번 일을 결코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 서진혁도 최초에 은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그리핀에 밝히며 임대가 아닌 이적 계약으로 일이 커졌고, 이를 나의 협박과 강요로 이적을 하게 됐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 LPL 주최측과 LCK에 모두 서진혁을 고발하고 배호영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선수 부모는 모두 현재 상황에 대해 알고 계시며, 이번주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배호영이 팀에 잘 적응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서진혁과 (2군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김 진 등의 선수들이 과연 이런 생각을 스스로 했을지 강한 의심이 든다.
(롤챗에서 서진혁이 '플렉스' 배호영에게 은퇴하라고 하는 내용)
|
끝으로 조 대표는 기자회견 방식이 아닌 장시간 인터뷰를 택한 이유에 대해 "김대호 전 감독이 개인방송을 통해 너무 많은 거짓말을 양산했는데, 공개 기자회견으로 모든 매체 기자들에게 상황과 과정을 설명하면서 내용을 전달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체 내용에 대한 팩트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이후 대응이 필요하거나 팩트체크가 더 필요할 경우 얼마든 공개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그리핀을 처음 만들고 지금 현재까지 그리핀 모든 스태프들을 포함해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고 그리핀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노력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스포트라이트을 받는 게 선수단이라면 그 뒤에서 선수들이 빛날 수 있게 밤낮 가리지않고 노력하는 스태프들이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리핀 사무국 스태프 및 스틸에잇 임직원들 모두 한 개인의 이기적이고 있을 수 없는 행동으로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결국 잃은것만 남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