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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기생충' 축제 끝..제정신 차려"…장혜진, 철벽 칠 수 없는 '볼매배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0-24 13:35


배우 장혜진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장혜진은 개봉을 앞둔 영화 '니나 내나'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는 장녀이자 엄마로서의 깊이를 연기했다. 삼청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0.2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우아하고 지적인, 다가갈 수 있는 철벽 배우는 아니지만 어디에도 잘 융화되는 수더분한 내가 좋아요."

휴먼 영화 '니나 내나'(이동은 감독, 명필름 제작)에서 예식장에서 일하며 홀로 중학생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삼 남매 중 장녀 미정을 연기한 배우 장혜진(44).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니나 내나'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니나 내나'는 데뷔작 '환절기'(18)와 '당신의 부탁'(18)으로 충무로 루키로 떠오른 이동은 감독의 신작이다. 오랫동안 서로 마주 보지 못했던 가족들의 화해의 시간을 다룬 가슴 따뜻한 메시지로 가을 극장을 찾을 예정.

특히 '니나 내나'는 한국영화 최초 제 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장혜진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생충'과 또 다른 모습과 매력으로 열연, 보는 이들의 눈도장을 찍는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으로 누구보다 가족을 끔찍이 여기지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상처와 원망은 버러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미정을 섬세한 감성 연기로 표현한 장혜진은 '기생충'에 잇는 존재감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기생충' 이후 관객이 만나는 첫 차기작인 '니나 내나'. 장혜진은 자신을 향한 높아진 기대감에 대해 "'니나 내나'는 '기생충' 촬영을 끝낸 2개월 뒤 촬영에 들어간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부담은 없었다. 아무래도 '기생충'을 개봉하지 않았을 때라 더 편하게 촬영한 것 같다. 만약 '기생충'이 개봉하고 나서 이 작품을 촬영했다면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끝내고 휴식 같은 마음으로 '니나 내나'를 촬영했다. '니나 내나'를 촬영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많이 안정되고 회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사실 '기생충' 이후 내 위치가 똑같지는 않고 아주 조금 달라진 기분이 든다. 시나리오도 확실히 전보다 조금 더 많이 들어오고 무엇보다 작품을 쉼 없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기생충'으로 한창 관심을 받았을 때 다들 축하 인사를 해주고 스스로도 그런 축하 분위기에 취해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제정신을 차려서 잠잠해진 시기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니나 내나'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동은 감독이 첫 캐스팅 제안을 줬을 때 너무 조심스럽기도 하고 반면 제안을 해줘서 너무 좋기도 했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내가 아닌 다른 유명 배우가 출연하면 관객이 이동은 감독의 작품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으니까 처음엔 이동은 감독에게 엄살 아닌 엄살을 떨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실제로 장혜진은 이동은 감독의 친누나와 절친인 관계로, 작품으로 호흡을 맞추기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후문. 장혜진은 "처음엔 물론 '누나의 친구이기 때문에 캐스팅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동은 감독이 나를 보자마자 '나는 누나 잘 몰라요'라고 하더라. 감독은 그냥 나를 캐스팅한 이유가 '미정이 같아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하더라. 그 말에 믿음이 들었다. 또 '니나 내나'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힐링이 된 느낌이었다. 가족끼리 투덕거리고 아픔이 있는 게 모두가 경험이 있지 않나? 가족을 향한 그런 마음이 있다. 그런 친근함과 편안함이 좋았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았고 또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 영화들과 달리 자극적이지 않았다. 가족끼리 물론 많은 일이 있지만 별거 아닌 일로 큰 사건이 펼쳐지지 않나? 그런 평범하고 소소한,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너무 좋아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진심을 전했다.


무엇보다 장혜진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는 특별한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진하고 세지 않다. 딱 봤을 때 각인된 얼굴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이런 얼굴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도 낯설지 않은 것 같다. 굳이 변화를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역할에만 집중하면 관객이 공감을 하고 몰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수더분한 모습을 극대화한 '니나 내나'를 많은 관객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사실 배우로서 때로는 우아하고 지적이고 다가갈 수 없는, 가볍게 말해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는 철벽인 배우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나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너무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오직 나는 연기로만 다가갈 수 있는 배우인 것 같다"고 자평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기생충'에 이어 '니나 내나' 역시 인상적인 취중 연기를 선보인 장혜진은 "영화를 보니 내 동공도 풀리고 많이 내려놓은 장면이더라. 촬영할 때 모니터를 못 한 장면이었는데 시사회를 보면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진짜 후회했던 장면이다. 나는 이제 좀 귀엽고 예쁘게 취중 연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도 실패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장혜진은 "이렇게 작품이 좋고 열정을 쏟는데 왜 이제 다시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먹고 난 뒤여서 그런지 '니나 내나'는 특별히 더 많이 애착이 가는 영화다. 울퉁불퉁한 그대로가 너무 예쁜 영화다. 물론 앞으로 더 애착이 가는 작품, 캐릭터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큰 영화, 비중이라고 열정을 더 쏟고 애정을 더 가지는 건 아니다. 매 작품 똑같이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그럼에도 유독 '니나 내나'는 애틋한 작품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김진영, 이효제 등이 가세했고 '환절기' '당신의 부탁'의 이동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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