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리뷰]'터미네이터6' 노익장의 고군분투는 반갑지만…이제는 '안녕'해야할 때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08:0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터미네이터'의 레전드를 탄생시킨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의 귀환은 반갑지만 그뿐이다. 새롭게 돌아온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영광에만 기댄 고민과 발전 없는 게으른 영화일 뿐이었다. 레전드는 레전드로 남겨 놓고 이제는 '터미네이터'를 놓아줘도 되지 않을까.

'흥행의 제왕'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은 '터미네이터' 1편(1984)과 2편(1991)은 미래에서 온 로봇과 현재의 인간이 맞선다는 혁신적인 스토리와 최첨단 특수효과로 전 세계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기념비적인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놓은 후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비운의 시리즈이기도 하다.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의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맥지 감독의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 앨런 테일러 감독의 '터미네이터: 제네시스'(2015)가 연달아 나오며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려 했지만,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터미네이터의 명성에 흠집만 냈다"는 혹평만 들었을 뿐이다. 그런 '터미네이터'가 1편과 2편의 영광을 함께 한 혁신의 아이콘인 T-800역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여전사 캐릭터의 시초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이 28년만에 함께 다시 돌아왔다. 예전의 영광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노익장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의 여섯번째 영화는 아쉽기 그지 없는 결과물만 만들어냈다.
'데드풀'를 연출한 팀 밀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이하 '터미네이터6')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시리즈 보다 발전된 점이 없다는 데 있다. 물론 CG와 특수효과, 스케일 등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원조 '터미네이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화려해졌지만 기술로 인한 비주얼적 성취를 제외하고는 전혀 새운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스토리도 플롯도 과거의 것을 그대로 따라갈 뿐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오리지널 '터미네이터'는 미래에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온 로봇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이들의 전투를 그린다는 게 기본 스토리다.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 수십억명의 인류를 학살하고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미래에서 인간들은 로봇에 대항하기 위해 저항군을 꾸린다. 저항군의 격렬한 반격에 패배를 예언하게 된 스카이넷은 과거로 로봇을 보내 저항군의 핵심으로 성장하게 될 인물을 살해하려 한다. 1편에서는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를 낳게 되는 사라 코너가 표적이었고 2편에서는 사라 코너는 물론 고군분투 끝에 태어나게 된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가 표적이었다. 1편에서 미래에서 온 살인 로봇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은 2편에서 미래 저항군이 코너 모자를 돕기 위해 보낸 조력자로 등장하고 T-1000(로버트 패트릭)이 새로운 빌런으로 나선다.
'터미네이터6'는 이 오리지널 스토리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가 미래를 바꿔 인공지능 스카이넷의 인류의 종말을 막아냈지만, 인류는 새로운 인공지능 리전을 통해 다시 한번 종말을 맡게 되고 또 저항군을 꾸린다. 그리고 로봇은 다시 한번 저항군의 핵심으로 성장하는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이즈)를 죽이기 위해 과거로 로봇 Rev-9(가브리엘 루나)를 보내고 저항군을 대니 라모스를 보호하기 위해 조력자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를 보낸다. 등장인물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2편의 내용 그대로 복습하는 것 뿐이다.

스토리를 그대로 답습하다보니 2편 이후 28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후 나온 6편에게서 새로움과 신선함은 느낄 수 없다. 이러한 플롯과 스토리는 이미 졸작으로 평가받는 2편 이후 등장한 3편의 시리즈에서도 그대로 답습했던 것이기에 6편의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오리지널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위해 세계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시리즈가 가져야 하는 당연한 자세이지만 발전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건 그저 제자리걸음에 불과한 뿐이다. '터미네이터6'는 보다 새로운 것, 혹은 오리지널 보다 발전된 무엇인가를 보여줄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Rev-9 역시 첫 등장 당시 '액체 금속'이라는 설정으로 관객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T-1000 보다 더 나아진 게 없다. T-1000이 처음 등장했던 건 1991년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터미네이터의 상징인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의 귀환 만큼은 무척이나 반갑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4편을 제외하고는 졸작이라고 평가받는 모든 시리즈까지도 모두 출연했지만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은 2편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떠난 바 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귀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에일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리플리와 함께 최고의 여전사 캐릭터의 쌍대산맥을 이루는 사라 코너는 3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엄청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뿜어대며 화면을 장악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무적의 터미네이터를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부으며 대니와 그레이스를 위험에서 구출하는 사라 코너의 첫 등장 장면은 단언컨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다. 28년전과 달리 린다 해밀턴의 머리는 하얗게 셌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카리스마만큼은 젊은 배우들을 모두 기죽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사라 코너라는 혁신적인 여전사 캐릭터와 그녀를 연기하는 린다 해밀턴의 존재감 때문에 '새로운 사라 코너의 역할'을 수항해야 하는 뉴 캐릭터인 그레이스는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하는 미래에서 온 로봇 T-800은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점점 인간다워지고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가정까지 꾸렸다. 로봇 특유의 느낌과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아 윌 비 백' 한마디로 인간과의 교감을 녹여냈던 오리지널 '터미네티어' 속 T-800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 오리지널 시리즈의 스토리와 플롯을 베끼다 싶을 정도로 그대로 따라가면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T-800 캐릭터는 또 왜 이렇게 뻔하고 식상하게 비틀어놨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800 특유의 분절된 말투,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배우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존재감은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반갑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오는 10월 30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