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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밴드 넬이 데뷔한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끓어넘치던 분노는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네 친구의 우정은 한결 끈끈해졌다.
20년을 함께 하는 동안 단 한 명의 멤버도 바뀌지 않았다. 학창시절 친구로 시작된 네 사람의 우정은 시간에 다져져 더욱 단단해졌다. 김종완은 "데뷔초 3~4년 정도는 많이 싸웠다. '불만 있으면 밴드 같이 하지 말자'는 말도 자주 했다. 그 뒤론 위기가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정재원은 "어린 시절 친구라 그런지, 서로 직설적이면서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고 거들었다. 데뷔 시절부터 품어온 "오래도록 이 멤버로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하다. 독립기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을 세운 지금도 돈 문제로 다툰 적은 없다.
이번 정규 8집을 준비하는 넬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태국의 레지던셜 스튜디오에 한달간 머물며 음악에만 집중했다. 송캠프 형태로 꾸며진 숙소는 해외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과 자연스럽게 만나서 교감을 나누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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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은 '오분 뒤에 봐'의 컨셉트를 멤버들이 아닌 중학교 시절 터키인 친구에게서 찾았다. 김종완에게 기타를 가르쳐준 그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밴드 넬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친구 덕분에 제가 아직 음악을 하는지도 모르죠. 핸드폰도 없을 때 '만나자, 오분 뒤에, 맨날 보는 거기' 이런 식으로 약속 잡는 거, 자연스럽잖아요? 1년에 한두번 보는 친구라면, 죽기 전에 10번도 못 만날 수도 있잖아요. 안타깝더라고요."
넬은 흔히 '우울함의 정서'로 표현된다. 하지만 감정의 폭발과 절규로 가득했던 초창기와 달리, 최근 노래에는 위로와 다정함이 담겨있다는 평이다. 광기마저 느껴졌던 과거에 비해 다소 가벼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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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은 "유년 시절에 이사를 거듭하다보니 분노가 쌓였던 것 같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문화적 충돌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오랫동안 한팀에 정착해서인지, 서른을 넘겼기 때문인지 화가 많이 누그러들었다는 것. 이재경과 정재원, 이정훈은 함께 세상에 화를 내고, 같이 술 마시면서 고민을 들어줬던 기억을 떠올렸다.
데뷔곡 '스테이(Stay)'를 시작으로 '기억을 걷는 시간', '마음을 잃다', '지구가 태양을 네번', '그리고, 남겨진 것들', '드림캐처'까지 꾸준히 꿈을 노래해온 넬, 이번 앨범에도 '올 디스 퍼킹 타임', 꿈을 꾸는 꿈' 두 곡이 눈에 띈다.
"꿈을 이루기는 커녕 갖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텁텁해도, 꿈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나는 포기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넬 멤버들의 꿈은 어떤 것일까. 정재원과 이정훈은 "오아시스처럼 전용기 타고 공연 다니고 싶다. 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밴드"라며 창대한 미래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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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는 음악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이에요. 인간적인 면이 음악에 묻어나오는게 밴드의 매력이죠. 하지만 예전에는 '밴드니까 이런 음악을 해야돼' 같은 고집이나 우월감이 있었어요. 젊은 친구들은 그런 생각은 버리는게 좋아요. 밴드가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니까. 하고 싶은 걸 해야죠."
넬은 데뷔 20년차임에도 여전히 음원차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만큼 탄탄한 팬덤을 갖춘 밴드지만, 언제나 확장성에 목말라있다. 방탄소년단 RM, 소녀시대 태연, 워너원 등과의 컬래버가 좋은 예다. 물론 스스로의 품격을 지킨다는 전제다.
"워너원이나 방탄소년단에게 얹혀간 게 아니라, 음악이 좋으니까 함께 한 거잖아요? 우리로선 우리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넬이란 밴드를 알릴 기회고,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죠. 그런 기회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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