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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징, 이제야 끝났구나"...'살인의 추억' 봉준호-김상경, '33년 미제' 해결의 감회 [종합]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9-09-19 14:36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김상경

[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필연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 내용에 나타난 용의자의 모습과 용의자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과거 발언이 확산되면서 그 혜안과 직관에 팬들도 감탄하고 있다.

봉 감독은 2013년 10월 '살인의 추억'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저는 범인, 그 사람의 심리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며칠 전부터 만약 그 분이 살아 계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올 거라 생각했다. 혈액형은 B형이고, 1986년 1차 사건으로 보았을 때 범행 가능 연령은 1971년 이전에 태어난 남성"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 감독은 "이 극장 문을 경찰이 잠근 뒤 1971년 이전생들 중 여기 계신 분 가운데 B형들을 추려서 신분증과 함께 모발을 하나씩 대조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까지 말했다.

영화에 묘사된 범인도 20대 남성이었다.


'살인의 추억' 촬영 당시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에서 서울 파견 경찰 '서태윤' 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도 '이제 정말 끝났구나'라고 19일 감회를 밝혔다.

김상경은 "봉준호 감독님과 어제 메시지도 주고 받았다"면서 "살인의 추억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어떤 기자분이 왜 지나간 미제 사건을 굳이 만들었느냐고 질문했다. 그 질문에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죠'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어제 (메시지를 해보니) 봉준호 감독님도 제가 얘기 했던 이 대답을 기억하고 있더라. 이제 응징이 된 것이고, 끝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살인의 추억'이 얼마 전까지도 케이블 등에서 계속 상영됐다. 그 덕분에 지금 젊은 세대들도 알 정도다. (사람들이) 계속 기억하고 잊지 않아,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 결국 '살인의 추억'이, 그리고 저희 영화를 사랑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이 해낸 일 같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억울한 피해자 분들과 가족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시길 진심으로 빌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교도소에 수용 중인 50대 남성 A씨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ㄱ씨와 일치하는 DNA가 처음으로 나온 증거물은 10차례의 살인사건 중 1개 사건 희생자의 속옷이다. 이 속옷 외에도 다른 희생자의 유류품 중에서 A씨와 일치하는 DNA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15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의 한 목초지에서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린 71세 노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0건의 살인사건이 차례로 발생하는 동안 경찰은 총 2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했지만 끝내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봉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연극 <날 보러 와요>(김광림 작)가 원작이다. 봉 감독은 이 연극 위에 본인이 직접 자료를 찾고,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추가해 시나리오를 썼다. 디테일한 연출로 유명한 봉 감독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실제 범인과 같은 행동을 보여주며, 연기 지도를 했다.

미제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은 범인을 특정하지 않고 형사 박두만(송강호)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 개봉 당시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억하는 것 자체가 범인에 대한 응징의 시작"이라며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범인을 꼭 만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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