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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에서 길을 찾다.' 한중 VR 협력 포럼 개최의 의미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9-09-15 19:04


지난 10일 중국 광저우시 벤처캐피터타운에서 열린 '한중 VR 협력포럼'에서 한국과 중국의 참석자들이 포럼이 끝난 후 한자리에 모였다.

'한중 VR 협력포럼'에서 한중 관계자들이 양국의 VR 산업 현황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

'한중 VR 협력포럼'에 참석한 한국 VR 업체 관계자들이 광저우 무비파워 전자 테크놀로지를 방문, 현재 생산중인 어트랙션을 살펴보고 있다.


'융합에서 길을 찾다.'

중국은 북미와 유럽, 일본을 제치고 이미 세계 최대의 게임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경우 사드 배치에서 기인한 '한한령'으로 인해 지난 2017년 3월부터 판호(게임 서비스 권한)를 발급받지 못하면서, 기존에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을 제외한 신작들을 2년 6개월 넘게 중국 시장에서 전혀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만든 게임은 제한적으로나마 판호 발급이 허용되고 있지만, 국산 게임은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이에 대형 게임사들은 일본이나 북미 등 다른 지역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중국 매출이 절대적이었던 다수의 중소형 게임사들은 생존의 위기까지 몰린 상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는 분야가 나타났다. 바로 VR(가상현실) 콘텐츠이다. 최근 수년 사이 기존 온라인과 모바일, 콘솔의 인기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VR이지만,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산업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발 능력이나 시장 환경이 국가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VR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주요 회사들이 주도해서 창립한 한국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이하 협회)가 중국과 '맞손'을 잡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협회는 지난 10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벤처캐피털타운에서 처음으로 '한중 VR 협력포럼'을 열고, 양국의 장점을 살린 VR 산업 협력과 활성화의 첫 발을 내디뎠다.

한중 융합의 시너지 효과

한국은 온라인게임 대중화를 이끌며 예전부터 콘텐츠 개발에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온라인게임 분야에선 한국의 추종자였고, 세계 최대 시장과 거대 투자를 앞세워 웹게임에 이어 모바일게임의 개발에선 이미 한국을 뛰어넘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게임의 기획이나 디테일 측면에선 한국이 미세한 우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인 VR의 경우 온라인게임 흐름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콘텐츠 개발에서 우위를, 그리고 중국은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나 기어, 어트랙션(놀이기구) 등 하드웨어에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협회가 중국 투자협회 신흥산업센터와 함께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광둥성생산력촉진센터가 후원한 한중 VR 협력포럼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에선 김동현 한국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 김 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사업본부장 등과 함께 30여개의 VR 기업 관계자들이, 그리고 중국에선 왕타오 중국투자협회 신흥산업센터 상무부주임, 첸진유 광둥성생산력촉진센터 주임 등을 비롯해 50여개 VR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개발사들은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고, 이를 다양한 어트랙션과 많은 유저가 포진한 중국의 테스트베드에서 평가를 한 후 경쟁력을 더 높여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우선 중국투자협회가 중심이 된 VR 산업 펀드를 조성해 양국 업체에 적극 투자하고, 향후 한중 공동 펀드를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선 협회 회원사들을 비롯해 개발사들이 VR 콘텐츠를 만들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전국 지방 진흥원에 설치된 VR-AR 제작거점센터에서 우선 테스트를 실시하고, 중국에선 VR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경우 광저우, 스포츠 VR 분야는 산둥성, 방송 VR 분야는 상하이에 테스트베드를 포함한 거점시설을 구축하고 점차 전국 성 단위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

이날 4시간 가까이 진행된 포럼에서 양국 관계자들은 각국의 현황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무엇보다 두 나라의 VR 산업 활성화와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 적극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또 원칙적으로 해외 콘텐츠에 대해선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아직 산업 발달 초창기인 VR 콘텐츠의 경우 사실상 예외를 인정받고 있어 한국 개발사들에겐 기회 요소라는 점도 공유됐다.

왕타오 상무부주임은 "중국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VR 산업 육성책을 내놓고 있고,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침이 있고 어려움이 크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 VR 테스트베드와 e스포츠 경기장, 지스타 방문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와 시스템의 우수성을 실감했다"며 "게임뿐 아니라 방송, 스포츠, 의학 등 다방면에 VR 기술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양국의 장점을 살려나가며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저우의 최대 VR 회사 중 하나인 퍼닌VR의 덩짠보 산업자원부총감은 "2015년을 전후로 중국 VR 산업도 첫 호황을 맞았지만 콘텐츠 품질이 떨어져 이를 이어가지 못했고, 이후 퀄리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은 더욱 좋아지고 있는 반면 기술력은 계속 좋아지고 있어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 생각한다"며 "5G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발전된 기술력에 좋은 콘텐츠를 탑재해 나갈 양국의 융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진중인 테스트베드에 대한 청사진도 공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 일 본부장은 "한국에선 2016년부터 VR 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민관 합동으로 실감형 콘텐츠 진흥위원회를 발족, 가상현실에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산업을 추진중"이라며 "전국에 체험관을 만들어 인프라를 늘리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용자와 개발자의 접점을 만들어 수요를 더 창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또 직접 지원뿐 아니라 법률 제도 지원과 인재 양성, 유통망과 세제 지원 등 간접 방식으로의 전환도 생각중이다. 중국과의 협력이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측 참석자들은 포럼을 마친 다음날인 11일에는 광저우 환텍테크놀로지, 광저우 무비파워 전자 테크놀로지, 광저우 스타파워 애니메이션&게임산업 파크, 퍼닌VR 등 4곳을 방문해 각종 어트랙션과 모션캡처 및 동작인식 하드웨어와 같이 경쟁력 있는 중국 하드웨어 제조 현장을 살펴봤다.
광저우(중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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