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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난 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드라마 노동현장에 적용됐다. 과도기를 지나는 상황에서 제도의 정착을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실제로 제작 환경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의 작성이 정착화된 상황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성실히 이행하며 촬영된 작품이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장르의 특성상 100% 사전제작이 당연하게 이뤄져야 하는 영화계에서는 확실하게 정착된 상황이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사전제작 드라마를 넘어 최소 6개월 전 촬영을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이는 기본적인 준비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스태프 단톡방이 생겨 바로바로 익명에 의한 상황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며 "스태프들끼리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며 일하는 촬영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반기 방송됐던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경우에는 스태프 대표를 선출했다. 박원국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스태표 대표를 선출하고, 협의 하에 근로시간과 휴식시간 기준을 정해서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근로시간의 보장을 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에 따른 제작편수 감소의 이슈도 있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촬영 기간이 길어지며 제작비가 20% 정도 오르기 시작했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방송사들이 편수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미 1000억대 적자를 예상한 KBS와 MBC, 그리고 SBS 등은 드라마의 자리를 예능 및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편성 시간을 70분에서 50분으로 줄이는 것을 논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도입이 되면 제작비는 현재보다도 더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방송사들 역시 이같은 제작비의 증가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방송가의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 편수까지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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