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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안 가고 안 만든다"..韓日관계 냉각에 방송가 움직임 바뀌었다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8-06 15:0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한일관계가 냉각됨에 따라 국내 방송가의 움직임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간소화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가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일본에 대한 보이콧이 심화되는 중. 일본 브랜드 및 생산 제품을 불매하자는 대대적인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고,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불똥은 연예계로도 튀었다. 아이돌 멤버들 중 일본인 멤버들을 보이콧하자는 일부 팬들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고, 실제로 방송가에서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일본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으며, 리메이크작 제작 역시 재고 중이다.

이미 다수 스타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일본 여행을 하는 사진과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게재해 논란이 됐고, 일본 브랜드 제품의 광고 모델로 나선 스타들도 난감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한일관계가 냉각되기 전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변화된 관계로 인해 불똥이 튈까 조심하는 모양새다. 일본인 멤버들이 소속된 아이돌 그룹들의 사정도 좋지 못하다. 일부 팬들의 입에서 "일본 멤버 배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와이스는 사나가 최근 올렸던 글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중이다. 사나는 지난 4월 말 일본의 연호가 바뀌는 것에 대한 심경을 게재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송가는 최근 변화된 한일정서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여행지로 일본을 완전히 배제했다. 대표 여행 프로그램인 '더 짠내투어'를 연출 중인 안제민 PD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반일감정이 심해지며 일본을 여행지에서 완전히 배제했다"고 밝혔다. 가장 가까운 여행지이기 때문에 촬영일정이 한정적인 여행 예능프로그램의 특성상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잦았으나, 시청자들과 국민들의 감정 등을 고려해 여행지 선정에서는 배제한다는 것. 대안으로 떠오르는 여행지는 라오스, 캄보디아, 대만 등의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 '더 짠내투어'의 다음 여행지는 가장 가까운 유럽, 모스크바다.

예능프로그램들이 이같은 결정을 한 데는 최근 일본을 무대로 정했던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의 영향이 컸다. '집사부일체'는 6월 2일과 9일 일본 아오모리현을 찾은 이서진과 '집사부일체' 멤버 이승기, 육성재, 이상윤, 양세형의 모습을 담아 논란이 됐다. 특히 아오모리현은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 중 하나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물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한 지역이다. 아오모리 현 외에도 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치바, 미야기, 이와테 등의 지역이 포함됐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비난 폭격을 받은 SBS는 전체 방송을 다 내보낸 이후 "지역선정 혹은 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더욱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혹은 어떤 이유건 불쾌감을 느끼신 시청자분들이 있으시다는 건 제작진의 불찰이며 앞으로 더욱 각성하고 주의하여 제작에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집사부일체'의 선례로 인해 방송가에서는 일본 배경의 프로그램을 감상하는 일은 확연하게 줄어든 상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과거 일본 로케이션 촬영 등이 빈번하게 이뤄졌었다면, 최근에는 로케이션 촬영을 대폭 줄였다. 이뿐만 아니라 리메이크 작품을 편성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 올해 초까지도 일본의 '감사역 노자키'를 리메이크한 MBC '더 뱅커'와 일본 드라마 '아름다운 사람'을 리메이크한 MBC '슬플 때 사랑한다' 등이 대대적 홍보를 동반하고 방송됐으나, 이제는 원작이 있는 작품임을 대대적으로 알라지 않는 드라마들도 늘어나는 중이다. SBS '의사요한'은 일본 소설 '신의 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원작과의 확연한 분리를 꾀하는 중이다. 5일 진행됐던 기자간담회에서 조수원 PD는 "김지운 작가와 2014년 초에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김 작가가 존엄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그 때 판권을 구매했다"며 "원작료도 0.8%밖에 안 되는 내용이다. 소설 두 권을 모티브 삼아 시작한 작은 드라마"라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이미 제작사마다 판권을 사둔 일본 원작 작품들이 다수지만, 편성에 있어서는 눈치를 보는 중이다. 일본을 제외한 대안들을 끊임없이 찾아가겠다는 것이 제작사들의 현재 입장이다. 한 드라마 PD는 "현재 방송 중인 채널A '오후 세시의 연인' 등도 시청자들의 반발로 인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의사 요한'에도 비판의 시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일본 원작 드라마를 편성하려는 시도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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