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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경성을 발칵 뒤집은 단발 여성, 음악극 '낭랑긔생'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9-07-11 10:48



1922년 6월 22일, 동아일보 3면에 실린 기사 하나에 온 경성이 떠들썩해졌다. 다름 아닌 조선 최초의 단발 기생에 관한 기사였다. 한 여성이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자르고, 남성 양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내용의 주인공은 기생 강향란(姜香蘭). 14세에 권번에 입적하여 기생이 되었고, 실력이 출중해 당시 인기 높은 기생 중 하나였다.

정동극장이 2019년 '창작ing' 두 번째 작품으로 오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공연하는 음악극 '낭랑긔생'(작 조은, 작곡·음악감독 류찬, 연출 강유미)은 기생 향란이 단발랑 강향란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을 모티브로 싹을 틔운 이야기이다.

흔하디흔한 이름인 '간난이'로 불리며 주변의 상황에 휩쓸려 살던 소녀가 권번에 들어가 이름을 얻고, 글을 배워 세상을 깨쳐나가며 스스로를 억압하는 세계에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선생님, 친구와 동료를 얻으며 세상에 맞서 자기의 삶을 살아갈 의지를 가진 한 사람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단발랑 강향란 역을 맡은 배우 김주연. 사진제공=정동극장
음악극 '낭랑긔생'은 가상의 권번인 '한동권번'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여성을 등장시켜 각자의 욕망을 그려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와 상황에 떠밀려 살아내는 사람들',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2019년의 우리를 되짚어보며, 역사 속에 있었음직한 이들을 지금 소환한다.

연극 '뜨거운 여름', '시련'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주연이 주인공 강향란 역을 맡아 소녀에서 당당한 예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많은 창작뮤지컬 탄생의 순간을 만들어 온 섬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홍륜희는 권번장 차순화 역을 맡아 어린 권번 예인들을 길러내는 선생이자, 향란의 멘토로 활약한다. 이예지, 박찬양, 이지해, 노희찬, 윤성원 등이 하께 한다.

조은 작가는 "이미 많은 서사에서 다룬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웅이 아닌 소소한 인물들의 역사에도 주목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기록에조차 단편적으로만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여성들이 함께함으로써 더 강해지는 연대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의 시대와 맞물리는 지점을 관객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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