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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배우 지진희가 대체불가한 연기력으로 '60일, 지정생존자'라는 인생작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호평을 이끌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지진희는 의도치 않게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르게 된 '박무진' 역으로 열연 중이다. 이전에 환경부장관이었던 박무진은 정치보다 연구에 몰두하는 삶을 살아온 인물. 과학자로서 인간적 가치를 지향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학자 출신 박무진의 매력이 지진희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무진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 없는 정치 세력의 싸움판에서 자신만의 신념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강단으로 문제를 헤쳐나갔다. 죄 없는 탈북민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해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고 선의로 한 행동이 본의 아니게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여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선택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졌다.
그리고 박무진은 또 한 번 모두의 우려와 예상을 뒤엎는 기민한 결단으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했다. 보길-모현 지구 특별감찰 구역 해제 및 표적 수사를 중지하기 위해 대통령령 선포를 결심한 것. 권한대행은 기존 질서를 현상유지만 해야 한다는 한주승(허준호)의 강력한 반대와 탄핵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박무진은 헌법을 공부하는 등 최선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고 '현상유지'의 의무를 정확히 이용, 권한대행 임기가 시작된 날짜와 탈북민 차별정책의 시작 날짜를 근거로 제시하며 사실에 기반한 명확한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령 발령 안건을 반대하는 허준호를 해임 선언하는 지진희의 단호한 카리스마가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그간 허준호의 코치를 받아온 지진희이기에 두 사람의 불꽃 튀는 대립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조였다. "권력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는 한주승의 말처럼, 박무진 권한대행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기대의 시선으로 바꾼 순간이기도 했다.
정치적인 욕망이나 선입견 없는, 인간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드라마 속 지진희의 새로운 리더십은 평소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회의사당 참사 현장에 방문한 박무진(지진희)이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보고 "염치가 없다"며 방탄조끼를 벗는 장면, 평범하게 모자와 점퍼를 입고 추모집회에 참석해 아이에게 촛불을 건네받는 박무진의 진심이 담긴 애도법은 지진희의 진정성 담긴 눈빛과 목소리가 더해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진희가 아닌 박무진은 상상 불가'라는 반응이 보일 정도로, 지진희는 완벽한 소화력과 연기력으로 '애인있어요', '미스티' 등 전작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인생작·인생캐를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60일, 지정생존자'의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는 일등공신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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