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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④] '구해줘2' 엄태구 "'밀정' 때 폴더폰 쓰던 저, 이젠 스마트폰 써요"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7-04 07:49


사진=프레인TPC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엄태구(35)가 연기인생 13년을 돌아봤다.

엄태구는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뒤 다수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준 작품은 2016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으로, 엄태구는 하시모토 역을 맡아 송강호, 공유 등과 함께 열연했다. 그 후 주조연 연기자로서 활약을 이어갔다. '가려진 시간'(2016)에서는 태식 역으로, '택시운전사'(2017)에서는 박성학 역을 맡아 짧은 등장 장면에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또한 2018년에는 '안시성'과 '어른도감'에서 열연했고, 올해는 '뎀프시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종영한 OCN 수목드라마 '구해줘2'(서주연 극본, 이권 연출)는 JTBC '하녀들' 후 5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작품. 엄태구는 극중 주인공 김민철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민철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교도소를 드나는 인물이지만, 어느 날 자신의 고향 월추리가 수몰지역으로 선정돼 보상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출소해 곧장 월추리로 향하는 인물이다. 고향의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의심을 거듭하며 최경석 장로(천호진), 성철우 목사(김영민)와 갈등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엄태구는 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프레인TPC 사옥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구해줘2'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엄태구는 2007년 '기담'으로 데뷔한 뒤 벌써 데뷔 13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그때는 힘든 것들이 많았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감사한 일 투성이인 거 같다. 이 일을 계속 한 것도 감사하고, 만났던 작품들이나 '악마를 보았다'에서 작은 역할로 선배님을 만나고 이번에 '구해줘2'에서 만나 것도 그렇고, 김지운 감독님 짧게 하고 만난 것도 그렇고 송강호 선배님과 두 작품을 한 것도 그렇고 이것 말고도 많은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구해줘'를 하는데 도움을 준 거 같아서 많은 순간들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사한 순간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사한 거 같다"고 말했다.

형인 엄태화 감독의 영향을 받아 연기를 시작한 엄태구는, 형과 '하트바이브레이터', '숲', '유숙자', '잉투기', '가려진 시간' 등 다섯 작품을 함께 했다. "더이상 함께하지 않을 것이냐" 물으니 "형이 나를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든 형인 엄태화 감독이 자신을 찾는다면 작품 속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의 말도 남겼다. 형제의 의리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그는 류승완-류승범 형제처럼 '감독-배우' 형제로 많이 알려지는 것이 꿈이라고도 했다.

형이 사뒀던 DVD와 비디오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는 겸손한 말로 연기생활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를 밝혔다. 엄태구는 "(배우 생활의 원동력이라 한다면) 다른걸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다른 것을 잘하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버티면서 계속 기도하면서 버텼다. 아무래도 가장 크게 힘든 것은 연기를 진짜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다. 이 직업을 함에 있어서 현장에서 긴장해서 말도 못하고, '기담'만 해도 저 때문에 NG가 많이 나서 '점심 먹고 다시 들어가자' 그런 상황이 됐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정범식 감독님과 형이 잘 케어해줘서 잘 넘어갔는데 완전 머리가 하얘지니까 '이렇게 긴장하고 떨어서 내가 이걸 어떻게 계속 할 수 있을까' 싶고, 그 이후에도 그런 상황이 몇 번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할 줄 아는 게 이것 뿐'이라고 했으나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엄태구는 "그 안에서 마음껏 저질러볼 수 있는 일이 이 일 말고는 없는 거 같다. 힘들지만, 그런 부분들이 재미있는 거 같고, 작품마다 새로운 분들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서, 긴장되는 얘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 자체게 또 다른 캐릭터니까. 경이로운 직업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사진=프레인TPC 제공

연기인생 13년차, 엄태구가 뽑은 가장 '감사한' 작품은 '밀정'이다. 그는 "'밀정'을 하면서 김지운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을 만나면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서 '구해줘2'까지 찍은 거 같다. 다 소중하지만, 밀정이 계기가 아닐까 싶다"며 "이들을 만난 것에 더해 작업을 함께하면서 몇 배로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자신감도 얻었고, 감독님과 선배님께, 한 사람이자 한 배우로 존중받으면서, 조금 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감독님과 선배님이 판을 깔아주신 거다. 연기가 처음으로 재미있다는 것도 느끼고 계속 해보고 싶다는 것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구해줘2'는 엄태구에게 "가장 큰 여운이 있는 작품"으로 남을 예정이다. '구해줘2'에서는 연기 인생의 롤모델인 천호진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 그는 "천호진 선배님과 송강호 선배님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사실 엄태구는 TV도 보지 않고, 얼마 전까지는 2G 휴대전화기를 사용했던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엄태구는 "집에 TV가 없었는데, 아는 형이 TV를 사주셨다. 정규 방송은 나오지 않고, VOD 서비스만 볼 수 있는 셋톱을 설치한 것이었는데 월정액이 끝나고 난 뒤 다시 결제하지 않아 강제로 TV가 없는 상태가 됐다. 앞으로는 작품을 계속 해야 해서, 쉬게 되면 다시 결제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밀정' 때만 해도 2G폰을 썼었는데, 구경하신다고 여러 손을 타다가 폴더가 흔들렸다. 그랬던 제가 스마트폰을 쓰고 예전에 쓰던 폴더폰을 보니까 신기하더라. 진짜 작고 이걸 어떻게 썼지 답답하고. 그러더라 요즘엔 요금제도 좋은거 쓴다"고 자랑해 웃음을 자아냈다.

엄태구가 출연한 '구해줘2'는 지난달 27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3.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구해줘2'를 성공적으로 끝낸 엄태구는 '뎀프시롤'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 크랭크인을 예정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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