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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게임에 적극 손 내밀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지난한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직간접적인 피해가 가장 큰 게임업계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 될 존재로 e스포츠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e스포츠가 게임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와 요소를 희석시키는 것을 뛰어넘어 이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 든든한 후원군
이런 이유로 e스포츠가 게임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e스포츠 산업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그 자체가 성장시켜 나갈 하나의 '목표'가 되고 있다. 또 게임을 만든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공을 들이지 않을 경우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기에 이제는 마케팅 활동과 e스포츠의 경계선도 확실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가 정해진 규정에 따라 명확한 승패가 나눠지며 이를 통해 공정한 경쟁의식과 유희, 사회성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게임에 드리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충분히 긍정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주인공으로 e스포츠를 꼽을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e스포츠를 주목하는 것은 온라인, 모바일, 콘솔, VR, AR, 아케이드 등 플랫폼과 관계없이 게임은 현재의 글로벌 청소년들과 젊은층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하는 놀이문화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콘텐츠를 직접 즐기거나 혹은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느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하고 있는 요즘 트렌드에서, 기존 전통 스포츠를 뛰어넘는 재미를 e스포츠에서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 산업이 가장 발달돼 있는 북미에서도 이미 e스포츠의 시청 인구는 4대 프로스포츠(프로야구, 프로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에 근접한 수치가 됐으며, 지난해 e스포츠 최고 이벤트인 '롤드컵'의 경우 5800만명이 시청하면서 NFL(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다음으로 많은 시청자수를 나타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관장하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를 처음으로 시범종목으로 채택했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향후 밀레니얼 세대를 지속적으로 올림픽과 같은 전통 스포츠 이벤트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e스포츠 종목화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한국은 해외발 정책이나 뉴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나라 중 하나다. WHO의 이번 결정도 국제기구라는 '권위'를 명분으로 의료계가 충분히 활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e스포츠 산업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행보를 국내에서 반대논리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게임, 맞손 잡아 파고 넘는다
국내 e스포츠 산업이 자본과 시장 규모 등에서 이미 중국이나 북미, 유럽 등에 뒤진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외산 종목이 e스포츠 산업화 측면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펍지주식회사와 컴투스 등은 '배틀그라운드', '서머너즈 워' 등과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전세계 대회를 개최하며 e스포츠 종목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남미 등 지역적 한계는 있지만 '크로스파이어'를 프로 e스포츠 종목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가별 지원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 e스포츠 대회 브랜드였던 WCG를 인수해 지난 2013년 이후 6년만에 올해부터 한국이 주도하는 종합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게임단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SK텔레콤 T1은 북미의 컴캐스트와 결합해 만든 합작법인 게임단 T1을 올 하반기부터 출범해 다양한 e스포츠 종목 선수를 보유하고 글로벌 대회에 적극 출전한다. 또 젠지 e스포츠는 지난해 e스포츠 선수양성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를 서울에 조성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헐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와 일본 축구 스타 혼다가 설립한 드리머스 펀드로부터 4600만달러(약 548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e스포츠도 지난 30일 e스포츠 트레이닝 센터인 '캠프원'을 공식 오픈, 선수 육성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25억원에 머물렀던 e스포츠 예산을 올해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 3곳의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설립 지원을 위해 66억원을 증액한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과 김용삼 문화부 1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OGN e스타디움에서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업계에선 해외에 비해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에 대한 현실적 고충을 털어놓고 인프라 확충과 지원방안에 대해 건의했다. 문화부에선 대한체육회를 담당하는 서기관을 함께 참석시켜 향후 e스포츠를 체육회 정식 가맹 종목으로 만들겠다는 박양우 장관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부처가 아닌 청와대에서 e스포츠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처음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질병코드 등재와 관계없이 정부가 게임과 e스포츠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메시지를 참석자들이 확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문화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리터러시 교육 등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처럼 e스포츠는 학습현장에서도 충분히 교육하고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런 서로간의 노력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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