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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시도와 모험"…거장 봉준호가 말한 #기생충 #송강호 #황금종려상(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5-29 13:17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쉽지 않은 영화 연출이란 일. 그럼에도 계속 시도해야 하고 모험해야 하죠." 충무로 자랑이자 거장 봉준호는 지치지 않는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플란다스의 개'(2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평단의 극찬은 물론 흥행까지 성공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득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 유머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함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 시스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온 그가 새 영화 '기생충'으로 다시 한 번 관객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사회 전체에 만연하고 있는 계급간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비범한 작품. 봉준호 감독의 탁월하고 섬세한 연출력에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 더해져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은 칸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발표를 듣는 순간 멍해지더라. 그런데도 자동으로 상황이 막 진행이 되더라"고 전했다. 이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마지막까지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한 걸로 알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흔히 12시 점심시간 쯤 칸 측에서 폐막식에 참석하라고 연락이 온다. 무슨 상을 받을지는 말은 안 해주지만 폐막에서 받을 상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이야기다. 그 팀의 리스트가 종종 유출이 되기도 하는데 이번에 유출된 리스트에 타란티노 팀이 없었다. 저와 타란티노가 미국의 에이전시가 같은데, 에이전시에서도 타란티노는 공항으로 간다고 말씀을 해주더라. 좋아하는 형인데, 쿠엔틴 형님은 가시는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근데 폐막식에 그 형님이 와이프와 함께 입장을 하시더라. 그래서 '어떻게 된거지?' 싶었다. 시상을 하러 오신건가 싶었는데, 후보군인데 시상을 하러 오실리는 없으니까 의아했다. 시상식에서 작은 상에서부터 큰 상을 향해 발표를 하고 참석한 팀은 허들을 넘는 기분으로 기다렸다. 만약에 타란티노 부부가 오지 않았더라면 저희가 상을 수상했을 때 서스펜스가 없었을 거다. 그 형님이 없었다면 심사위원 대상을 발표한 후에는 저희만 남는 거니까. 그런데 그 형님이 오셔서 마지막까지 누가 받냐에 대한 최후의 서스펜스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칸 수상 이후 심사위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엘르 페닝같 은 경우는 '기생충'에 나온 배우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놨다. 특히 여배우들의 대사와 표정에 대해 찬사했다. 표정이나 리듬감 같은 것들이 감탄스럽다고 하더라"며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은 송강호 배우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 중 한명이었는데 영화가 너무 만장일치로 황금종려가 결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우주연상을 줄 수 없었다고 하더라. 갱상과 심사위원대상만 중복 수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심사위원대상과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는 배우들에게 상을 중복해서 줄 수가 없어서 자신도 아쉽다고 하더라"로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벌써 네 작품이나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믿음을 드러낸 봉 감독, 그는 "송강호 배우는 작품 전체의 성격이나 느낌을 규정짓는 힘이 있는 배우다"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제 영화에 나오는 상황이나 스토리들이 기이하거나 독특한 게 많지 않나. 송강호 배우는 수사 영화가 범인을 못 잡고 영화가 끝나도 이야기를 설득을 시키고 한강에 괴물이 나온다고 해도 믿게 하는 설득력이 있다. '기생충' 역시 우리가 보지 못한 전개와 폭발하는 클라이막스가 있지 않나. 모든 관객들로 하여금 그걸 믿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의 계급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기존 영화 속 부자와 빈자의 정형성을 탈피하는 작품.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익숙함이라는 게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익숙함이 가진 함정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착하고 정의롭거나 명분이 있으면서 연대하는 약자와 빈자들이 나오고 전형적으로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갑질을 노골적으로 하거나 권모술수로 똘똘 뭉쳐있는 부자라는 건 굉장히 익숙한 설정이지 않나"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그런 설정이 우리 살갗에 느끼면서 보아온 강자와 약자, 빈자와 부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극중 부자인 이선균 조여정씨의 모습이 조금더 결이 섬세하고 다층적으로 그려졌으면 했다. 나름 순진한 구석도 있고 세련되고 매너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그 속에 더 다가갈수록 묘한 히스테릭한 부분이 잇지 않나.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며 "가난한 송강호 가족도 우리 흔한 서민의 모습으로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다른 사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구성하는 게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에서 최우식이 직접 부른 OST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제가 직접 작사를 했다. 정재일 음악 감독이 시나리오 쓴 사람이 작사를 해야한다고 해서 14만원을 내고 작사가 등록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제목은 '소주 한잔'이다. 유명한 가수의 노래 제목과 똑같은데 잘 구별해서 노래방에서도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매 영화마다 큰 화제를 모으고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봉준호 감독. 이에 매번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냐고 질문을 건네자 "이 일이 힘들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감독이 최신작이 최고작이 되길 원하지 않나. '점점 별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괴로울 거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지 않나. 그럼에도 계속 시도해야 하고 모험해야 한다. 사실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다.


벌써부터 아카데미 후보에 한국영화 최초로 '기생충'이 노미네이트 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질문하자 "뉴욕 타임즈에서 기사가 난것 같더라. 사실 오스카에 노미되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물론 작품도 중요하지만 스튜디오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튼 설레발을 너무 과하게 하면 네티즌들이 과하게 채찍질하지 않나. 물론 노미네이트 되면 좋지만 노미네이트가 안됐다고 섭섭하지 않다. 우리가 집착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설국열차' '옥자' 같은 대형 작품이 아닌 '마더'나 이번 '기생충' 같은 규모의 작품이 될 거라고 봉 감독은 설명했다. 현재 할리우드와 한국 양쪽에서 차기작을 준비 중인 그는 "미국에서 코엔 형제나 짐 자무쉬,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같은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준비 중인 작품은 공포 영화다. 아니, 사실 공포영화라고 장르를 규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서울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부르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제가 2000년대 중반부터 구상한 작품인데 꼭 찍고 싶은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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