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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연출가 로베르 르빠주, 직접 출연하는 1인극 '887'로 12년만에 내한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9-05-08 10:17


◇로베르 르빠주의 신작 '887'이 국내 초연된다. 르빠주가 연출하고 직접 출연하는 1인극이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혁신적인 테크놀로지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현대 연극의 경계를 확장시킨 천재 연출가'로 불리는 캐나다의 로베르 르빠주가 자전적인 작품 '887'로 돌아온다. 오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로베르 르빠주는 '달의 저편'(2003년, 2018년 내한), '안데르센 프로젝트'(2007년 내한), '바늘과 아편'(2015년 내한)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과도 친숙하다. 신작 '887'은 그가 연출하고 무대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1인극으로 '기억'에 관한 아련한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르빠주는 퀘벡에서 열린 '시(詩)의 밤' 행사에서 미쉘 라롱드의 시 '스피크 화이트(Speak White)'를 낭송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흔쾌히 수락하지만 3페이지 분량의 시가 잘 외워지지 않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이에 그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오는 '기억의 궁전 (memory palace)'이라는 방법을 활용하기로 한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가장 익숙한 장소나 공간에 외워야 할 사항들을 각기 배치해 놓았다가 재조합시켜서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이다. 이에 르빠주는 기억의 궁전을 어린 시절에 살았던 '퀘벡 시티 머레이가 887번지'로 삼기로 한다. 이 작품의 제목이 그래서 '887'이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개성 넘치는 이웃들과의 옛 추억이 되살아난다. 동시에 그 시절에 겪었던 퀘벡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인 변화들도 함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르빠주는 어제와 오늘의 기억들, 자신의 내면 깊이 간직해왔던 소중한 추억들을 첨단 기술을 동원해 무대 위에서 소생시킨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현재의 집, 어린 시절의 아파트 등 여러 공간으로 변신하는 세트와 기억에서 끄집어낸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모형들, 낡은 상자 속에 묵혀 있던 옛날 사진과 신문의 이미지들은 생동감과 친밀감을 선사한다.

나아가 풍부한 위트와 유머 감각을 발휘해 점점 잊혀져 가는 것과 여전히 밝게 빛나는 것들을 대비시켜 기억의 원리와 본질을 보여준다. 한 층 한 층 쌓여가는 삶의 크고 작은 기억들과 애틋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현실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통해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르빠주는 원래 자신이 연출했던 대부분의 작품에서 배우로 출연하곤 했지만 그 동안 한국 관객들에게는 연출가로서의 모습만이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직접 출연하는 '887'을 통해서 드디어 탁월한 연기력으로 홀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배우로서의 진가도 보여줄 예정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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