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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은 '열혈남아'(06)로 데뷔, 두 번째 연출작인 '아저씨'(10)로 628만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 액션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악질 경찰 조필호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미나를 만나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 '악질 경찰'은 그동안 많은 범죄 장르에서 다뤘던 비리경찰 혹은 현실에 타협하는 경찰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질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악질경찰'에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미나 역을 소화한 전소니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한 얼굴로 눈도장을 찍는다. 자신도 모르게 경찰 창고 폭발사건에 감춰진 거대한 비밀을 쥐게 된 고등학생이지만 자신을 추적하는 경찰 조필호에게 대담하게 거래를 제안하며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미나 역의 전소니. 2014년 단편영화 '사진'(강경민 감독)으로 데뷔해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까지 매 작품 존재감을 드러낸 전소니는 '악질경찰' 역시 폭발적이고 강렬한 변신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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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정범 감독은 계획된 오디션을 취소할 정도로 미나 역에 전소니를 최적의 캐스팅으로 생각했다는 후문. 단번에 '악질경찰'의 여주인공이 된 전소니였지만 정작 전소니는 출연을 결정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소니는 "고민이 많았고 그 시기적으로 배우로서 마음이 닫혀있었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세월호 참사)를 말할 자신이 없었다. 상업영화의 주연은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내가 영화에 참여할만한 깜냥이 되는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하기도 했다"며 "20대 여배우이기도 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만나볼 수 있는 역할 중에 미나라는 역할이 굉장히 여러 층을 가지고, 자신의 서사를 가진 친구였다. 마음으로, 부담으로 놓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도 했다. 거절하고 다시 고민하던 시기 동안 내가 진심을 다해 조심스럽게 역할과 작품을 대한다면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악질경찰'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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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니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세월호 참사를 담은 것에 "세월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포기 아닌 포기를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 있기도 했지만 이 소재를 어떻게 하는지,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됐다. 만드는 사람의 태도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은 길로 가야 한다는 중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임했다"며 "또 이 작품을 처음 거절한 뒤 다른 영화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정말 비슷비슷한 역할이더라. '악질경찰'의 미나를 쉽게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느낀 미나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해온 역할 중 소신이 있다는 게 좋았다. 놓치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정범 감독에게 다시 전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연 내 소신이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악질경찰' 전에 작은 영화를 통해서도 세월호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담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작은 영화는 사람들이 알기 어렵더라. 대중은 물론 유가족도 모르고 지나친 영화가 됐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좀 더 눈에 보이고 들리고 주변 사람들도 같이 공유하며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길 원하는 게 아닐까? 사실 작은 영화를 하면 그게 어렵다. 영화제에 간다고 해도 한 두 번 상영한 뒤 사라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악질경찰'은 예산이 큰 영화니까 좀 더 알려질 것 같아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너무 공감되고 지지를 해주는 것도 감사하다. 이런 반응이 오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라고 느껴진다. '악질경찰'에 담은 시도의 방식이 부족할 수 있을 것이다.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이걸 하고자 했던 마음이 나에게 의미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큰 영화로, 지나가다가도 보이는 영화 포스터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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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해준 선배의 작품도 너무 좋아해서 찾아봤다. 이선균, 박해준 선배와 같이한다고 해서 너무 좋았다. 어떻게 연기하는지 훔쳐봐야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서툰 내게 두 분 다 너무 잘해줬다. 선배들 두 분다 나를 동료 배우로서 존중해주고 내가 궁금한 거나 이런 걸 먼저 물어봐 주고 기다려주기도 했다. 너무 많이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선균의 머리를 쥐어뜯은, 혹독했던 액션 신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전소니는 "촬영 초반 욕심만 많은 나머지 이선균 선배가 주는 연기에 리액션을 못했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서 열정이 과다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선균 선배가 옆에서 특유의 툭툭 던지는 말로 조언을 줬고 그런 이선균 선배의 말에 정신을 차리게 됐던 것 같다. 처음 '악질경찰' 촬영 때는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을 해보니 걱정했던 것보다 많이 편하게 대해주셨다"며 "'악질경찰' 액션 신 중 내가 이선균 선배에 올라타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장면이 있는데 무지막지하게 올라타서 머리카락을 잡아 뜯은 것 같다. 예전부터 액션 신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 약하게 연기하면 오히려 민폐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장면도 NG 없이 한 번에 끝내려고 막무가내로 이선균 선배의 머리카락을 우겨 잡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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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엄마 직업 때문에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대학 진학을 앞뒀을 때 학교 선생님이 '너는 엄마가 학교 보내주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너무 싫더라. 그래서 엄마의 출신을 말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있다. 엄마는 지금도 방목하는 스타일이다. 이 영화도 최근 열린 가족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엄마한테 보여줬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시큰둥하더라.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 같은 악질 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송영창, 박병은, 김민재, 남문철, 정가람 등이 가세했고 '우는 남자'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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