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오컬트' 영화가 2019년 한국 영화의 중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2016년 1156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한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감독)으로 시작된 좀비 열풍이 한 차례 충무로를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2019년에는 강력한 '오컬트'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악마 등을 주 소재로 다루는 오컬트 영화는 한때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천주교 신부들의 구마의식을 그린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장재현 감독)이 544만 관객을 동원, 큰 성공을 거두고 이듬해 한국적 정서를 십분 활용한 오컬트 스릴러 '곡성'(2016, 나홍진 감독)이 687만 관객을 불러모음에 따라 충무로에도 오컬트 영화 발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한국 오컬트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면서 한국 극장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영화는 2월 20일 개봉하는 '사바하'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희망의 불씨를 당긴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흥 종교 '사슴 동산'의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흥 종교라는 참신한 소재와 이와 관련된 사건과 비밀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시선을 끈다. 신흥 종교의 비리와 폐단을 파헤치는 주인공 박 목사 역을 맡은 이정재와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역을 맡은 박정민이 극을 이끈다.
지난해 첫 번째 장편 연출작 '청년경찰'로 565만 관객을 모은 김주한 감독 역시 차기작으로 오컬트를 택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내놓는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사자'는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지닌 격투기 챔피언이 구마 사제를 만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컬트 소재를 호러가 아닌 액션 장르와 접목시켜 색다른 재미를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경찰'로 김주한 감독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 바 있는 박서준이 주인공으로 나서며 국민 배우 안성기가 구마 사제를 연기한다.
하정우 역시 차기작을 오컬트 영화 '클로젯'으로 결정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를 함께한 영화계 대표 절친 윤종빈 감독이 제작, 신예 감독 김광빈 감독이 연출을 맡은 '클로젯'은 엄마가 죽은 뒤 사이가 소원해진 부녀가 산속에 있는 집에 갔다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스릴러다. 하정우가 아빠, 천재 아역배우 허율이 그의 딸, 그리고 김남길이 퇴마사 역을 맡았다.
영화 '공모자들',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홍선 감독의 차기작 '변신' 역시 주목되는 작품이다. 내 가족 안에 얼굴을 바꾸는 악령이 들어오면서 위험에 빠진 형과 그를 구하려는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성동일이 악령 들린 가족의 가장 강구 역을, 배성우가 악령으로부터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 수 있는 동생 중수 역을 맡았다. 특히 성동일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가족 사이에 숨어든 존재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로 기존의 인간미 넘치는 아버지와 다른 가장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