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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슬럼프에 우울증까지"…그럼에도 윤계상이 연기를 놓치 못하는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12-19 12:3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요. 하지만 절대 포기 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말모이' 류정환과 저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배우 윤계상(39)이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 '말모이'를 완성했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의 한 남자가 조선어학회 대표를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더 램프 제작). 극중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은 윤계상이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용산 참사 재판에 뛰어드는 국선 변호인을 연기한 '소수의견'(2013, 김성제 감독), 장애를 가지고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였던 청년을 연기한 '죽여주는 여자'(2016, 이재용 감독) 등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온 윤계상. 특히 지난 해 개봉한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에서는 생애 첫 악역을 맡아 잔혹하고 무자비한 장첸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일제강점기 고뇌하는 지식인 역을 '말모이'를 통해 또 다시 변신을 꾀한다.

극중 류정환은 유력 친일파 인사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의 변절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는 인물. 일제에 맞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까막눈 판수(유해진)을 만나 진심을 나누면서 더 큰 '말모이'의 의미를 깨닫는다.
윤계상은 "영화가 정말 좋았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주시경 선생님의 말모이 작전에 대한 이 이야기가 예전에 '서프라이즈'에도 나왔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잘 몰랐다. 그런 사건들이 있었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통해서 몰랐던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말모이' 작전이라는 게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윤계상은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영화라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볼 때 내가 연기할 캐릭터보다 이 시나리오가 완성됐을 때의 영화를 상상하는 편이다. 일단 '말모이'는 시나리오 속 글이 가장 좋았다. 저는 사실 엄청난 대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시나리오에 가장 먼저 끌리면 작품을 선택한다"며 "그리고 유해진 선배가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찍으면서도 중반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깜냥도 안되는데 뭣 모르고 덤벼들었나 싶기도 했다. 류정환이라는 역할이 매력보다는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되는데 제 진정성으로는 안되더라. 저도 진정성 하나는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안되겠더라. 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서있고 행동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윤계상은 일제의 탄압 속에도 목표를 잃지 않는 극중 류정환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됐고 또 누군가는 그 일을 맡아야 하지 않나. 류정환은 자신이 포기하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고 생각하는, 어찌보면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류정환과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류정환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제가 연기의 끈을 계속 잡고 있는 내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연기란게, 너무 잘하고 싶은데 갈수록 너무 어렵다. 너무 어렵고 힘이 든데도 불구하고 외부의 평가에 의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싶지 않다. 그런 지점이 나와 류정환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윤계상은 또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스타일이 류정환과 정말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내 탓으로 다 돌리는 성격이다. 그래서 우울증도 왔었다. 그런 아픔이 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큰 일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파는 편이다. 일정 기준을 넘어가면 스스로 내 탓을 하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해진, 김홍파, 김태훈, 우현, 김선영, 민진웅 등 조선어학회 회원을 연기한 배우들과 호흡에 대해서 "정말 동지들이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선배님들도 선배라는 이유로 서열을 나누지 않고 정말 친하게 대해주셨다. 정말 다같이 잘 지냈던 것 같다. 선배님들이 매일 술을 드시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정말 동지였다"며 "대표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 대표를 하는 느낌이라 죄송했다. 극중 이름처럼 현장에서 저를 '류대표'라고 불렀다. 대표라는 직책이 너무 힘들더라.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그 대표라는 말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며 감각이 남다른 유해진과 함께 한 윤계상은 "본인의 유머도 남다르지 않냐"는 말에 "해진의 형의 지분이 80%다. 저는 절대 진지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해진이 형은 모든 걸 다 가지고 농담을 하신다. 진지하신데 농담을 하신다"고 말했다. 유해진에게 가지고 오고 싶은 것을 단 한가지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통찰력'을 꼽았다. 그는 "모든 걸 다 아우러보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윤계상은 과거 연기적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히 꺼냈다. 흥행 부진으로 인한 오랜 슬럼프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가 영화 '범죄도시'로 큰 성공을 거둔 윤계상. 그는 "'범죄도시'의 큰 성공이 오랜 슬럼프에 대한 보상이 됐냐"는 질문에 "내게는 정말 큰 선물이었다. 그땐 정말 좋았다. 그건 정말 선물처럼 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아울러 "그런데 저는 그 일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빨리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연기하면서 힘들고 죽을 것 같고 좌절하고 그런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가면서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계상은 "예전에는 되게 여러 가지를 걱정해야 했었다. 투자나 촬영기간 같은 것..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보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많아지고 정말 행복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윤계상은 god 멤버들에게도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god 멤버들과 함께 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JTBC '같이 걸을까' 촬영에 대해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다. 오래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여행을 하다보니까 서로 조금 불편해하고 신경을 쓰다가도 그걸 내려놓게 되더라.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들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살아있다는 게 느껴지더라. 진짜 저 서람, 저 멤버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한 순간에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과거 god 시절의 추억도 이야기 했다. "몰래 카메라를 찍은 적이 있는데 방송 금지가 된 적이 있다.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막 난동 피우고 그랬다." 미소가 물결쳤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는 "멤버들이 주인공인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말모이'는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택시운전사' 갱을 쓴 엄유나 작가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내년 1월 9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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