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인터뷰①]'국가부도의날' 감독 "IMF 겪었던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12-03 16:45


영화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인터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1997년, IMF 시대를 긴박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되뇌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때 상처받았던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영화사 집 제작). 연출을 맡은 최국희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개봉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최국희 감독은 2016년 도박 볼링의 세계를 그린 영화 '스플릿'으로 장편 데뷔, 신선한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베스트 데뷔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몰입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보여준 그가 이번엔 국가의 외환 위기를 다루며 관객을 유혹한다.

이른바 'IMF 사태'는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분기점이 됐던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각 분야 최고 제작진의 노력을 통해 시대적 생생함에 스토리의 흡입력, 그리고 정서적 공감대를 더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사상 초유의 국가 경제 위기 상황, 그 시기를 각자 다른 선택과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뜨겁게 담아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인터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3/
최국희 감독은 엄성민 감독의 시나리오에 큰 매력을 느껴 메가폰을 잡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훌륭했고 소재가 주는 새로움도 있었다. 나 또한 IMF 시대를 겪은 세대로서 울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IMF가 터졌을 당시에는 군대에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체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제대를 하고 나니 세상이 변해 있더라. 학교 분위기, 집안 분위기 모두가 달라져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복잡한 경제 용어와 상황들이 펼쳐지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 연령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는 '국가부도의 날'. 이에 대해 최국희 감독은 "사실 나도 이 영화를 하기 전까지 경제에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공부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타짜'에 비유하고 싶다. 사실 도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화투에 사용하는 용어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타짜'를 보고 모두 즐길 수 있지 않나. 그건 상황이 주는 뉘앙스, 배우들의 표정 덕분이다. 우리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위기 상황을 다룬다는 점, 여러 인물의 상황을 독립적으로 담는다는 점에서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던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2015, 아담 맥케이 감독)와도 비교되는 '국가부도의 날'. 최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경제 관련 영화를 많이 찾아보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참고한 영화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부도의 날'과 '빅쇼트'는 톤 앤 매너가 다른 영화다. 일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빅쇼트'의 소재)와 IMF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빅쇼트'와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조롱할 수 있지만, 우리는 IMF 사태를 조롱할 수 없다. 그 지점이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인터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3/
결국 피할 수 없었던 IMF. 고통스러운 상황이 결국 해결되지 못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상업영화로서는 치명적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지점. 그럼에도 최 감독은 영화가 '공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IMF의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결과보다는 영화가 가진 이야기, 인물들의 감정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지점에 관객들이 반응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는 데서 오는 통쾌함은 없을지라도, 우리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국희 감독은 "우리 영화가 1997년,IMF를 시대를 긴박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보며 지나갔던 시절을 되뇌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 무대인사를 하는데, 경호원 한분께서 제게 오시더니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영화를 보니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고 싶다. 전화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큰 보람이 됐다"며 "지난 일을 다시 되돌아보면서도 당시 상처받았던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국가부도의 날'에는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등이 출연한다. 11월 28일 개봉해 절찬리 상영중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특별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