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유아인 "내 안에 코미디 있다..작품 위해 망가지지 않을 이유 없어"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유아인이 연기와 작품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전했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영화사 집 제작). 극중 금융맨 윤정학 역을 맡은 유아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베테랑'(2015), '사도'(2015), 제71회 칸 영화제에 초청된 '버닝'(2018)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인상 깊은 연기와 캐릭터를 선보이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유아인. 뜨거운 에너지와 섬세한 캐릭터 분석력으로 매 작품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온 유아인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 역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극중 윤정학은 위기에 베팅하는 과감하고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자 현실이 된 국가부도의 상황을 생생하게 목도하는 인물. 모두가 경제 성장을 낙관하던 때, 외국 투자자들의 철수 조짐과 실물 경제의 심상치 않은 징후를 포착, 다니던 금융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유아인은 기회주의자로서의 뜨거운 욕망부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숨길 수 없는 인간애까지,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생생하게 소화해냈다.

이날 유아인은 수차례나 영화의 분량, 캐릭터의 한계에 구분 짓지 않고 작품을 대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희대의 캐릭터 '추상박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던 유아인은 "제 안에 코미디가 있다"며 웃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우아한 거짓말'의 추상박 캐릭터도 할 수 있었던 거다. 웃음을 담당하며 몸을 던지는 캐릭터가 영화에서 필요하고 영화의 극적 재미를 끌어올린다면 못할 게 없다. 몸을 던지지 않을 이유, 또 망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의 '인생 캐릭터'로 꼽히기도 하는 '베테랑'의 조태오를 떠올리며 "조태오 같은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극에 필요하다면 극한의 악한 캐릭터를 안할 이유가 없다"며 "'베테랑' 이후 조태오 같은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마치 하나의 '경향'처럼 된 것 같다. 그 경향의 일부는 제가 만든거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유아인은 자신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배우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어떤 수식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얼마전 친한 동생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형은 야비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고, 또 현실적기도하고 이상적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세속적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딴세상에 사는 것 같기도 해요'라고. 저는 그 말이 굉장히 좋았다. 모든 것이 느껴진 다는 것이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자연스럽고 또 기대할 수 있게 되는 배우이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스플릿'(2016)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국가부도의 날'에는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28일 개봉한다.

[e-mail], 사진 제공=UAA, 김재훈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