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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이유 모를 눈물"…김혜수가 말한 #국가부도#뱅상카셀#조우진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11-20 08:45 | 최종수정 2018-11-20 15:18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일백퍼센트의 김혜수를 만날 수 있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곧 김혜수의 그 자체이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영화사 집 제작). 극중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김혜수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영화 '타짜'(2006), '도둑들'(2012), '차이나타운'(2014), 드라마 '직장의 신', '시그널'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체불가한 연기와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배우. 매번 다른 작품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온 김혜수가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국가부도의 위기를 막으려는 인물 한시현 역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관객의 감탄을 자아낼 예정이다.

극중 한시현은 가장 먼저 국가부도의 위기를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 한국은행 통한정책 팀장.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위기를 예측하고 비공개 대책팀에 투입, 굳건한 신뢰로 다져진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대응책을 고심한다. 현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번번히 윗선에 반대에 부딪히는 가운데서도 최악의 사태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혜수는 전문 용여 가득한 방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해내며 진취적 여성 캐릭터로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날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을 택한 이유에 대해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밤에 시나리오를 읽는데 누워서 보다가 몇 장을 읽다가 허리를 세워서 다시 읽었다. 피가 막 거꾸로 솟는 느낌이 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당시 IMF를 검색해가면서 읽게 됐다. 저는 IMF를 겪은 세대다. 갑자기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친구도 있었고 서울에서 갑자기 모든 걸 다 접고 비참하게 이민을 떠난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 집안에도 친인척들 모두 그런 상처들이 있더라"며 "제 친한 친구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일을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 타이밍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저는 사실 직장인 친구의 고충을 잘 몰랐다. 그때도 그 친구의 아픔을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고 엄청 울었다고 하더라. 그때 정말 우리가 모르는 많은 아픔을 겪은 분들이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극중 캐릭터를 언급하며 "그리고 갑수(허준호) 캐릭터는 정말 우리 이야기 같았다. 갑수의 상황이 정말 우리가 직접적으로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도 우리의 가정, 우리의 가족 이야기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정말 확 와 닿았다. IMF를 겪었으면서도 내가 알지 못했던 게 많구나"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 모를 수도 있는 일들이 많았구나 싶더라. 정말 그 시대가 국민들이 흥청망청 쓰고 외제 선호하고 그래서 그렇게 망가진 게 아니지 않나. 그때의 상처가 직격탄이 돼 평생 상처가 되신 분들, 그리고 그 아픔을 이겨내신 분들이라 하실지라도 말 못한 분노가 얼마나 깊을까 싶었다. 영화가 재미있더라도 가볍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이 들긴 어려운 이야기지 않나. 언론시사회에서 저도 처음 봤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 슬프다는 눈물이라기 보다는 많은 감정이 담긴 눈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날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관람했다는 김혜수는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조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못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 저한테 물어보더라. '이모, 이번 영화는 제가 볼 수 있나요?' 하더라. 이번에 시사회에 조카를 불렀는데, 아빠한테 옆에서 계속 물어보면서 봤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조카가 흥미롭게 보면서 친구들이랑 또 보고 또 보고 할거라고 하더라. 정말 이 영화를 한 보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혜수에게서는 극중 연기한 한시현에 대한 깊은 애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실 한시현은 원칙, 신념, 언행일치, 사실 그런 것 들은 뻔하고 교과서적인 캐릭터이고 재미가 없을 수 있다"고 솔직히 입을 연 김혜수는 "그런데 읽었을 때는 모범적이고 전형적인 주인공의 입장이 있음과 동시에 틈새에서 느껴지는 다른 요인들이 있었다"며 "전면적으로 내세우진 않지만, 지금보다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권력구조에서 저항하는 모습도 밑바닥에 깔려 있다. 원칙, 신념이 동력이 돼서 움직이는 게 맞지만, 전형적인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턴화돼 있는 것들이 피할 갈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에서 행간에서 새로운 한시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야 덜 전형적인 덜 도식화된 인간적인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베이스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시현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자연스럽게 남성 캐릭터로 설정됐을 법한, 신념을 지닌 강인한 원칙주의자다. 김혜수는 "(그런 캐릭터를 남성으로 설정하는 것이) 만드는 사람 다가가는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이질감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게 마치 엄청난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동안 이런 캐릭터는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남자가 해도 여자가 해도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위실무자 중에 여성이 있었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없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하더라. 특히 금융사가 엄청 보수적이었다고 하더라. 한시현은 그런 남성정책주의의 통화정책팀으로서 살아남고 팀장이 된 인물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기보다 훨씬 높은 고위관료들과도 싸우고 맞선다"며 "하지만 난 이게 단지 여자임을 어필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캐릭터도 자기 일을 할 뿐이다.우리가 상식적으로 이야기할 때 가장 바람직한 성인이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제대로 다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프랑스의 국민 배우이자 할리우드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뱅상 카셀과도 호흡을 맞춘 김혜수. 김혜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뱅상 카셀에 대한 팬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분이 오시기 직전까지, IMF 총재 역이 누굴까 궁금했다. 당연히 외국 배우가 올 줄은 알았는데, 제작진이 그렇게 공력을 들인 줄 몰랐다"고 입을 연 김혜수는 "그런데 나중에 뱅상 카셀이 캐스팅이 됐다고 하더라. 제가 너무 놀라서 '오 마이 갓! 누구!? 도대체 어떻게 캐스팅을 한거냐'고 물었다. 제작진에 물어보니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보냈고, 뱅상 카셀이 정말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을 결정 한 것이라 하더라.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 정말 떨렸다. 연기를 오래했지만, 저는 국제 무대 경험이 없어서 정말 떨렸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생겨요?"고 덧붙여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뱅상 카셀과 촬영을 떠올리며 "그와 연기를 해야된다는 걸 떠올리기 전에 '뱅상 카셀을 본다' '만나다'는 게 정말 설레었다. 그러다가 촬영 시간이 다가오면서 정신을 차리게 됐다. 물론 저는 그 배우의 외모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의 외모가 좋아해서 영화를 봤지만 연기가 정말 끝내주지 않나. 그래서 촬영이 다가오면서 정말 긴장이 되더라"며 " 사실 뱅상 카셀과 대화하기도 엄청 떨렸다. 뱅상 카셀이 너무나 젠틀맨이다. 외국 배우들이 실제로 보면 영화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 보다 훨씬 부드럽다. 실제로는 굉장히 젠틀하고 제가 느꼈던 강렬함 보다 부드럽더라. 모두에게 나이스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 긴장감은 절대 놓치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뱅상카셀과 격렬히 맞붙는 장면에 대해서는 "그 장면은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 너무 중요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어 대사이면서도 한국말로부터 일단 이해하는게 중요했다. 영어를 한국말로 다 번역해서 제 대사를 봤다. 저는 뱅상 카셀 영어 대사도 다 외운다. 자다가 일어나서도 뱅상 카셀 영어 대사를 다 한다. 1회 최소한 1시간반 이상, 매주 5회 매일 연습했다"고 말했다.

앞서 시사회 및 제작보고회에서 함께 연기한 조우진에 대해서 극찬을 해온 김혜수. 그는 조우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보이며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려면서 그는 "우진씨와 함께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 이렇게 느낄 거다. 조우진이라는 배우는 정말 미친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다 다르면서도 다 잘한다. '마약왕'에서는 그 마른 몸에서 8kg를 뺐다고 하더라"며 "저는 연기 잘하는 분들에 대한 경외감이 있다. 조우진씨는 명석한 두뇌가 있고 천재적이고 노력도 한다. 천재가 노력한다는데 누가 이길 수 있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혜수는 "저는 진짜 잘하는 사람과 연기하는 게 정말 좋다. 그만큼 배우에게 큰 자극과 수업이 없다. 다 갖추어진 영화를 봤을 때 관객으로서 느끼는 감탄과 정말 배우 대 배우로 만나서 호흡하는 건 정말 다르다"라며 "저는 조우진이라는 배우에게 정말 반했다. 내가 반했다 멋지다는 이야기도 본인에게 정말 많이 하다. 배우가 폼을 내서 멋 있는게 아니다. 정말 저렇게 연기를 잘했을 때 멋있는 거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혜수는 극중 윤정학 역을 맡은 유아인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아인씨가 우리 영화를 하면서 외로웠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인씨에게 제가 굉장히 고마운 게 있다. 역할 상 한시현이 먼저고 정학이 두 번째고 그런게 중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그런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나 보더라. 그럼에도 저는 팀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저는 아인씨가 이 역할을 선택했다고 할 때 굉장히 놀랐다. 남자배우들은 연기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작품이 상대적으로 엄청 많은데, 그럼에도 우리 작품을 택해줬다는게 정말 고맙다. 그래서 유아인이라는 배우도 다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스플릿'(2016)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국가부도의 날'에는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28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호두엔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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