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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당신의 추억 깃든 디아블로, '모바일로 대체되었다'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11-06 13:19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액션 RPG '디아블로' 시리즈 최신작이 공개됐다. 공개된 신작은 모바일 액션 RPG '디아블로 이모탈(Diablo Immortal)'다. '디아블로 3' 출시 후 5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공개된 신작이라 유저 기대치가 높았지만, 정작 유저 반응은 좋지 않다.

지난 11월 3일부터 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는 블리자드가 매년 자사 게임 최신 정보를 알리는 '블리즈컨 2018'이 열렸다. 현장에서는 2002년 발매된 '워크래프트 3'를 리마스터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Warcraft 3: reforged)'와 확장팩이 없던 시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 모습을 재현한 '와우 클래식' 등 굵직한 소식이 연이어 발표됐다.

그런데 이번 '블리즈컨 2018'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게임은 '디아블로'였다. 올해 8월 8일 블리자드가 '디아블로의 미래'라는 영상을 통해 "'디아블로'는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블리자드 정체성 중 하나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라며 "이번 연말에는 뭔가 보여드릴 게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해 '블리즈컨 2018'에서 '디아블로' 시리즈 관련 중대 발표가 있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아블로' 시리즈가 신작이 없었다는 점도 유저 기대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2012년 5월 15일 출시된 '디아블로 3'는 2014년 3월 15일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2017년 6월 29일 '강령술사의 귀환' DLC(DownLoadable Contents)가 나온 후 대규모 업데이트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영상 '디아블로의 미래'는 '디아블로' 시리즈 신작에 대한 유저 기대치를 증폭시켰다.

'블리즈컨 2018'이 가까워질수록, 유저 기대는 더 커졌다. 이를 아는지 블리자드에서는 10월 18일 '블리즈컨 2018에서 만나는 디아블로'라는 글을 통해 "여러분이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잘 알고 있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며 "공포의 군주(디아블로)에 걸맞은 악몽 같은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러구러 날짜가 흐르고, 유저들이 한껏 기대했던 '블리즈컨 2018'이 개막했다. 개막식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블리자드 팬'들을 환호케 만드는 소식이 쏟아졌고, 마지막으로 '디아블로'만이 차례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저들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디아블로 2' 리마스터나 '디아블로 3' 새로운 확장팩, '디아블로 4' 혹은 완전한 신작을 기대하고 있었던 유저들에게 블리자드는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을 선사했다.

발표에 따르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2000년 출시된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 사이 스토리를 그려냈다. 여기까지는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가 부실하다는 유저 의견을 적절히 수렴한 점과 최근 전 세계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을 전환하는 시점인 점을 고려해 유저들은 폭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이 블리자드 자체 개발작이 아니라 중국 넷이즈와 공동 개발했다는 점과 실제로 공개된 게임이 유저 기대치를 한없이 벗어나는 점, 오로지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부터 유저들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디아블로' 티셔츠를 입은 열성 유저가 "이거 혹시 철 지난 만우절 장난 아닌가?"라고 물어볼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발표자들이 "여러분은 휴대폰이 없느냐"라는 말과 "(모바일) 패드나 (닌텐도) 스위치도 없느냐"라는 말을 하면서부터 분위기는 더 험악해지고, 야유도 쏟아졌다.

'디아블로' 시리즈 유저들이 크게 실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그동안 '디아블로' 시리즈를 키워 온 PC 플랫폼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96년 12월 31일 '디아블로'가 PC로 처음 발매된 이후, '디아블로 3'에 이르기까지 주요 유저 층은 PC를 통해 게임을 즐겨 왔다. 중간중간 게임이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되기도 했지만, 가장 먼저 출시된 플랫폼은 PC였다.

그런데도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신작을 모바일에만 국한해버렸다. 자사 카드 게임 '하스스톤'처럼 모바일과 PC가 연동되지 않고, 유저가 "PC로도 즐길 수 있나"하고 물어본 질문에 아예 "iOS와 안드로이드만 지원한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게다가 '디아블로 3' 닌텐도 스위치 버전도 발매된 후라 PC 유저 입장에서는 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는 전례가 없는 공동 개발이다. 블리자드는 대부분 게임을 자체 개발팀을 꾸려 개발해 왔고 외주를 주더라도 부분적으로만 진행해 왔는데, '디아블로 이모탈'은 넷이즈가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이 유저들을 실망하게 했다. 특히 넷이즈는 모바일 MMORPG '무진신역(无?神域)'을 국내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디아블로 3'를 연상케 하는 광고 이미지와 '디아M(D.I.A:M)'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유저 뜻을 정확히 파악해 온 블리자드가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올해 6월 11일 북미 게임쇼 'E3 2018' 베데스다 쇼케이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베데스다는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모바일 신작 '엘더스크롤: 블레이즈'를 공개했고 유저들은 적잖이 실망했는데, 발표 막바지에 '엘더스크롤 6' 영상이 공개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E3 2018' 마이크로소프트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신작으로 가장 먼저 발표된 게임은 펀코 팝과 제휴한 SD 캐릭터 등장 모바일 캐주얼 게임 '기어스 팝'이었고, 다음으로 공개된 게임은 턴제 전략 게임 '기어스 택틱스'였다. 여기까지는 현장 반응이 석연찮았는데, 마지막으로 '기어스 5'가 공개되면서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번에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 소식을 접한 유저들도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을 끝으로 오프닝을 마무리했고, 한동안 대규모 업데이트가 없었던 '디아블로 3'나 또 다른 '디아블로' 신작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블리즈컨 2018'에서 공개된 '디아블로 이모탈'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276만 건, 좋아요 1만5천 건, 싫어요 42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디아블로 이모탈' 개발을 취소해달라는 서명 운동이 '체인지 닷 오알지'(Change.org)에서 시작돼 이틀 만에 3만여 명이 서명하면서 목표치인 3만5천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PC 게임 유저가 밤을 새우게 만든 '디아블로' 시리즈 최신작이 처음으로 모바일로만 나오게 되면서, 추억이 깃든 PC 게임 시리즈가 '모바일로 대체된' 쓰라린 경험을 겪게 됐다"며 "이런 진통 끝에 나올 '디아블로 이모탈'이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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