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으며 시작된 저녁식사에서 서로의 휴대폰으로 오는 모든 것을 공개하는 '휴대폰 잠금해제 게임'을 통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신하는 친구들의 상상조차 못한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 이탈리아의 코미디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지'(16,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를 집중적으로 조명, 캐릭터들간의 긴장감 넘치는 감정 변화를 한국 관객 정서에 맞게 각색해 눈길을 끌었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핸디캡을 쫀쫀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으로 채우며 반전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럭키'(16, 이계벽 감독)로 700만 관객을 동원한 '코믹킹' 유해진의 새로운 코미디 신작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중. 유해진은 극 중 서울대 출신의 변호사로 집안에서는 보수적이고 아내에게 무뚝뚝한 남편이지만 매일 밤 10시마다 받는 파격적인 포토메시지를 즐기는 캐릭터 태수를 연기한 유해진은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는 "해외 리메이크 작품이라 우리의 상황, 처지에 맞게 그려져야 했는데 그래서 국내 정서에 맞는 장치가 많이 들어갔다. 다만 기존의 정형화된 설정에서 탈피, 비교적 순차적이지 않는 전개 방식이길 원했다. 한마디로 뻔함을 탈피하고 싶었다. 관객이 생각하지 못할 틈에 캐릭터들이 등장해 대사의 맛을 치고 싶었다. 그런 작업이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 배우에게 안 소중한 작품은 없겠지만 이번 '완벽한 타인'은 여러모로 다른 도전을 했고 더 특별한 작품이 됐다"고 밝혔다.
|
유해진은 "이번에 연기한 캐릭터는 실제 내 또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부의 모습이다. 특히 나보다 더 나이든 세대에게 나오는 모습이 많다. 내가 연기한 권위적인 태수 캐릭터는 공감이 많이 갈 것이다. 좋게 말해 츤데레라는 것도 좀 재수없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타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유해진은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이런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 잘 나오지 않을까?'란 기대가 있었다. 서로 사이가 안 좋고 불화가 있으면 이런 말도 안 나왔을 것"이라며 "그렇게 볼 때 우리 관계는 정말 괜찮았던 것 같다. 이런 작품이야 말로 앙상블이 깨지면 골치 아프다. 이 작품으로 몰랐던 사람도 알게 됐는데 특히 이서진이 이렇게 괜찮은 사람인지 몰랐다. 물론 전에도 슬쩍 느꼈지만 이번에 많이 느낀 것 같다. 이미지가 칼칼하고 쿨한 느낌이 있지 않나? 그야말로 츤데레 같은 사람이다"고 웃었다.
이렇듯 배우들과 남다른 앙상블을 자랑한 유해진은 애드리브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언급했다. 유해진은 "생갭다 애드리브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배우들과 대사 호흡을 맞추면서 그 순간 필요한 말을 찾았을 뿐이다. 나는 애드리브도 절때 짜인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사 안에서 필요한 것을 찾는 과정이지 마구잡이 생각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내 차례가 됐을 때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선에서 리액션을 찾는 게 애드리브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말하는 상황에 애드리브로 둥굴레차를 말하는 것과 같다. 순간적으로 막 던지는 건 상대 배우에 대한 매너가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모두의 양해를 구하고 애드리브를 하려 한다. 상대 배우가 괜찮다는 동의를 얻은 뒤 합의 하에 애드리브를 치는 것이지 내 생각 만으로 애드리브를 치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나 역시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다. 내 세계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 거릴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작품이 끝나면 더 그런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극복하는게 인간인지라 쉽지 않다. 스스로 해결책으로는 육체적으로 바쁘게 움직여 하루라도 빨리 매너리즘에서 깨어나는 방법밖에 없다. 스스로를 들볶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력을 할 뿐이다. 또한 요즘은 꼰대가 안 되려고 노력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점점 꼰대가 되는 것 같아 고민이다"고 말했다.
|
그는 "내 이미지가 과대포장된 것 같다. 많은 분이 책도 많이 읽고 클래식, 와인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데 원래 소주를 좋아한다. 물론 와인이 있다면 와인을 먹는다. 책도 못 읽은지 꽤 됐다. 작품을 계속 하다 보니까 책 익을 시간이 없었다. 솔직하게 시나리오만 읽은지 꽤 됐다. 그런 부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굉장히 고급지고 멋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 정서는 그런걸 좋아하긴 하지만 지식적으로 많이 알지는 못하다. 좋게 봐주시는 것은 너무 감사하다. 모두 양면이 있지 않나?"며 "이 작품은 정말 여러가지를 느끼게 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이야기 하는 것 중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지점이다.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느꼈을 때는 '우리가 다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상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주위에서 본 사람들도 그런 말을 많이 했는데 이런 반응을 봤을 때 영화가 잘 될 것 같기도 하다"고 기대를 걸었다.
유해진은 '완벽한 타인'으로 느낀 결혼의 정의에 대해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는 못살 것 같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다만 이서진은 나와 다른 것 같다. 나보다 더 크게 보는 사람인 것 같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다라고 하더라. 내가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일을 안하면 잡생각이 많아진다. 현장에 있으면 그 작품에만 신경을 쓰니까 좋다. 결혼 생각은 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 집을 나서는데 시멘트 사이에 국화가 폈더라. 어떻게 이런 틈에 국화가 피는지 한참을 바라보고 너무 예뻐서 사진도 찍어 보고 있다. 특별히 소녀감성이 있는 건 아닌데 나이가 드니까 호르몬 변화가 오는 것 같다"고 농을 던지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이 가세했고 '역린'의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