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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오올블루 미니막스, 유저와 함께 '작지만 꽉 찬 세계' 만든다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20:17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집필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에는 '릴리퍼트(Lilliput)'와 '블레푸스쿠(Blefuscu)'라는 섬나라가 나온다. 평균 키가 15cm인 주민들이 살고 있는 두 나라는 36개월째 전쟁 중으로 묘사된다.

중국 고전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서는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촉씨(觸氏)와 오른쪽 뿔에 사는 만씨(蠻氏)가 전쟁을 벌여 사상자가 수 만이고 추격전이 보름 동안이나 이어졌다는 '와우각상지쟁(蝸牛角上之爭)'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사람과 생물들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도 '작은 이들'이 등장하는 게임이 나왔다. 바로 오올블루가 개발한 실시간 전략(Real-Time Strategy) 게임 '미니막스 타이니버스(Minimax Tinyverse, 이하 미니막스)'다.

'미니막스'는 같은 이름을 가진 골동품 잡화 상점에서 '작은 이들'을 뜻하는 '미니'와 유저를 의미하는 '막스'가 상호 작용하는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은 이들'은 서로 다투고 있는데, 여기에 유저가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고 돕는 RTS, '와치 앤 헬프(Watch & Help) RTS'라는 독특한 장르 이름대로 '미니막스'는 작은 세계(Tinyverse, 타이니버스)에 존재하는 인간 공화국 진영 '에일라이'와 야수 부족 연합 '크뤠아' 중 하나를 선택해 이들을 관찰하고 지원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에일라이'는 인간과 비슷한 문명과 기술을 활용하는 진영이고 '크뤠아'는 자연과 신체를 사용하는 진영이다. 양 진영에는 근거리, 원거리, 공중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은 캐릭터가 존재하는데, 진영별 서로 다른 스킬과 특수 능력을 보유해 특색을 살렸다.

게임 내 전장은 일반적인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 게임과 유사하다. 양 진영 끝에 본진이 있고, 이를 방어하는 포탑이 있다. 일정 시간마다 병력이 생성돼 상대 진영으로 향하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병력이 이동하는 진입로는 하나다. 대신 고저 차가 존재하고 나무를 베어 추가 경로를 확보할 수도 있어 전략적인 부분을 살렸다.

게임을 시작하면 90초 단위로 낮과 밤이 바뀐다. 이 때문에 '에일라이'는 낮에, '크뤠아'는 밤에 유리하도록 시야와 사정거리, 능력치 등 여러 가지 특수 능력이 바뀌도록 설계됐다. 낮과 밤이 총 4번 바뀌는 360초 동안 적 본진을 파괴하거나 더 많은 포탑을 부수는 진영이 승리한다.


전투 시작 전 일반 병력 '트루퍼'와 특수한 캐릭터 '챔피언'을 미리 선택할 수 있다. 조작이 불가능한 '트루퍼'는 전투 시 본진 옆 병영에서 차례대로 출전하고, '챔피언'은 본진에서 나온다. 만약 '챔피언'이 적 공격에 쓰러지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등장한다.

유저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트루퍼'와 달리 유저가 존재하는 걸 알고 교감할 수 있는 '챔피언'은 MOBA 게임에서 유저가 선택하는 캐릭터와 비슷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유저는 '챔피언'을 집어 들어 위치를 바꿔주거나 중요한 스킬(미라클)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세밀하게 조작할 수는 없다. '챔피언'이 독립적인 행동 패턴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장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챔피언'은 전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전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트루퍼'와 적절한 연계가 없다면 힘을 못 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니막스'에서는 '챔피언'과 '트루퍼' 조합과 출전 순서, 적절한 '미라클' 선택 등 신경 써야 할 전략적 요소가 여럿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오올블루 김남석 대표는 "'미니막으'는 양 진영별 '챔피언' 5명, '트루퍼' 12명, 진영 공통 '미라클' 27개가 존재해 유저 마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 대로 조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신규 '챔피언' 4종과 '트루퍼' 3종, 새로운 '미라클'도 기획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남석 대표는 "모든 유닛을 직접 조종하는 기존 RTS와 다르게 '미니막스'는 유닛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점에 유저가 개입해 '돕는' 요소가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작은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그들이 승리하는 순간에 같이 기뻐하는 희열을 게임 목표로 추구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김남석 대표는 "이러한 '보고 돕는' 요소는 게임 속에만 국한돼 있지 않은데, 실제로 올해 2월 프로토타입 빌드 공개 후 유저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남미 유저가 공식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고, 한정 스킨도 의뢰하는 등 개발사와 유저가 상호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유저가 소비자가 아닌 참여자로 개발팀과 함께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고 전했다.

10월 말 '타이니버스 베타'를 시작으로 11월 초 공식 드레일러가 공개될 '미니막스'는 11월 말 전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베타 테스트를 거쳐 12월 중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은 이들'과 유저가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그려낸 '미니막스'는 출시 전부터 개발사와 유저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게임 홈페이지를 만들어줄 정도로 적극적인 유저와 피드백을 중시하는 게임사가 함께 만드는 '작지만 꽉 찬 세계'가 어떤 모습이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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