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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서현 "소시 막내-비주얼 버린 '시간', '인생캐' 호평 감사할 뿐"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06:5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시간'을 마친 서현을 만났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한 시간. 결정적인 매 순간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해 지나간 시간 속에서 엮이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현은 설지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설지현은 프랑스 파리 유학을 꿈꾸는 프렌치 셰프 지망생이지만 현실은 백화점 주차 안내요원으로 집안의 생계를 꾸려가는 소녀가장이다. 그러다 동생과 엄마의 억울한 죽음을 마주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진다. 서현은 이 기구한 캐릭터를 맡아 서러운 오열 연기부터 소름 돋는 반전의 심리 게임, 몸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불꽃 연기 투혼을 보여줬다. 비록 작품의 시청률 자체는 저조했지만 서현의 연기 만큼은 '인생 캐릭터'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극찬이 뒤따랐다.

"행사 때문에 제주도에 갔다.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말도 타고 해야지 하고 갔는데 앓아 누워있었다. 몇달 간 긴장하고 있다 쉬니까 긴장이 풀렸는지 몸살이 나서 일주일 정도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회복이 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늦으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항상 예민하고 곤두서 있었다. 잠이 별로 없었다. 언니들이 너는 미라처럼 잔다고 할 정도였다. 우리가 안 바빴던 적이 없으니까 계속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10년을 사니까 아무 것도 없어도 오전 7시면 눈이 떠지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파서 그런지 잘 잤다. 캐릭터는 천천히 보냈다. 내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왔다. 가장 큰 힐링이 강아지였다. 지현이를 떠나보낸지 사흘 정도 된 것 같다. 조절 하려고 했는데 캐릭터에 집중하려다 보니 밥도 잘 안넘어가고 그래서 3kg 정도 빠졌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이 감정 소모가 많고 슬픔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어려운 작품이라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이걸 얼마나 심도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부탁 드려서 촬영하는 동안에는 혼자 지냈다.


설지현은 분명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극한 상황에서 극한 감정선을 계속 끌어가야 했기 때문.

"시놉을 봤을 때부터 정말 어렵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진짜 내 인생같더라. 그전에는 캐릭터와 서현 간의 경계를 두려 했었다. 나는 소녀시대 활동도 하고 드라마에는 딱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에만 집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집중한다고 해도 상황적으로 두세가지를 병행해야 하니까 100% 집중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번 작품에는 연기에만 집중하려 했다. 다른 활동은 아무것도 안하고 설지현의 감정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야 슬픔의 깊이가 표현되지 않을까 했다. 평소에도 사람들도 잘 안만나고 만나더라도 밝게 웃지 못하겠더라. 5개월 정도 그 감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작을 함께 했던 감독님의 입봉작인데 나를 믿고 연락 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책임감이 생겼다. 어려웠지만 매력이 있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시간이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주제가 마음에 와닿았다."


익히 알고 있듯 서현은 소녀시대로, 한류스타로 활약했던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흙수저의 끝판왕인 설지현을 표현하는데 힘든 부분은 없었을까.

"소녀시대 활동을 했지만 좋은 순간만 있던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아픔과 슬픔도 많았다. 그런 것들이 설지현으로 잘 표현이 됐다. 이게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까 분석하지 않아도 감정적으로 동요가 됐던 것 같다. '내 인생 왜 이럴까'하는 생각을 할 만큼 대본을 보면 그랬던 것 같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대본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그랬다. 그래서 평소에도 우울한 감정이 많이 있었다. 최대한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위해 서현은 많은 걸 내려놨다. 소녀시대 막내 타이틀도, 비주얼도 모두 포기한채 설지현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걱정했다. 얼마나 못 생기게 나올지 걱정했다. 생일 팬미팅에서도 '각오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더 잘 나왔던 것 같다. 다행히 조명 등으로 예쁘게 보이게 해주셨다."

극한 상황에서 1회 1 오열의 극한 감정 연기도 해야 했다.

"감정 컨트롤에 가장 집중하려 했다. 옛날에는 집중해서 큐 했을 때 잘 울고 털어버리자는 생각이었다. 계속 갖고 있으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니까 그랬다. 스위치 켜고 끄는 거러 많이 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대부분이 우울한 감정 사태였다. 가족을 잃고 그 상황에서 파고 들며 일어나는 상황이라 내재된 슬픔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열을 그렇게 하고도 차에서 또 눈물이 나고 그랬다. 그거에 적절한 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 억지로 밝은 노래를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


액션부터 극한 감정연기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서현의 연기에 시청자도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서현은 소녀시대 막내, 혹은 바른생활 소녀 이미지가 강했던 캐릭터다. 소녀시대, 그리고 소녀시대 태티서 등 음악 활동에 주력했던 탓에 다른 멤버들에 비해 숨겨진 끼를 보여줄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건 2013년 SBS '열애'에 한유림 역으로 특별출연 하면서부터다. 이후 KBS2 '프로듀사', MBC '맨도롱또Œf'에 특별출연하며 연기에 재미를 붙인 서현은 2016년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우희 역을 맡아 처음으로 본격적인 연기 도전에 나섰다. 당시에도 서현의 연기에 대해서는 큰 혹평은 없었지만, 작품 자체가 시청률 면에서 참패한 탓에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그리고 서현은 지난해 MBC '도둑놈, 도둑님'으로 또 한번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강소주 역을 맡은 그는 전에 없던 털털하고 악과 깡으로 가득찬 캐릭터를 시원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 포텐이 '시간'을 만나 빛을 발한 것이다.

"너무 감사하다. 해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그 인물이 돼서 살아보자는 거였다. 그전에는 하나에 집중을 100%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모든 걸 걸고 해보자는 각오로 했었다. 나는 사실 내 연기를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많다. 모니터를 하면 안좋은 것만 보인다. 연기라는 것 자체는 진짜가 아니지만 그걸 진짜로 표현해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동요할 수 있다. 그래서 매순간 진짜인 연기를 해내는 게 내 목표다. 어렵다. 집중도 잘해야 하고. 후회 없이 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만족감이 있다. 대신 서주현의 멘탈이 좀 힘들어졌다. 눈물이 계속 나더라."


서현의 연기에는 '인생캐' '배우로 보인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감사하다. 11년 동안 소녀시대로 활동을 오래 해서 대중분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드라마에 나와도 소녀시대 서현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걸 깨는 게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바꾸는 게 너무 어려운데 그렇게 말씀 해주셔서 감개무량 하다. 앞으로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많이 내려놨는데 그러니까 더 편하고 집중이 잘 된다. 내 자신을 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편해지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동안 소녀시대 서현은 막내고 하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더 불편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만든 게 아니라 내가 가진 모습 중 하나가 예능을 통해 굳혀졌다. 그 모습 뿐 아니라 다른 모습이 많이 있는데 그걸 보여드릴 기회가 없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대중분들과 친밀하게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 후로 10년 정도 지났다. 예능을 한번 더 해야하나 보다. 이제는 대중이 원한다면 관찰 예능이나 버라이어티도 하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주)한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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