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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시간'을 마친 서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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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을 봤을 때부터 정말 어렵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진짜 내 인생같더라. 그전에는 캐릭터와 서현 간의 경계를 두려 했었다. 나는 소녀시대 활동도 하고 드라마에는 딱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에만 집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집중한다고 해도 상황적으로 두세가지를 병행해야 하니까 100% 집중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번 작품에는 연기에만 집중하려 했다. 다른 활동은 아무것도 안하고 설지현의 감정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야 슬픔의 깊이가 표현되지 않을까 했다. 평소에도 사람들도 잘 안만나고 만나더라도 밝게 웃지 못하겠더라. 5개월 정도 그 감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작을 함께 했던 감독님의 입봉작인데 나를 믿고 연락 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책임감이 생겼다. 어려웠지만 매력이 있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시간이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주제가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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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활동을 했지만 좋은 순간만 있던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아픔과 슬픔도 많았다. 그런 것들이 설지현으로 잘 표현이 됐다. 이게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까 분석하지 않아도 감정적으로 동요가 됐던 것 같다. '내 인생 왜 이럴까'하는 생각을 할 만큼 대본을 보면 그랬던 것 같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대본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그랬다. 그래서 평소에도 우울한 감정이 많이 있었다. 최대한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위해 서현은 많은 걸 내려놨다. 소녀시대 막내 타이틀도, 비주얼도 모두 포기한채 설지현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걱정했다. 얼마나 못 생기게 나올지 걱정했다. 생일 팬미팅에서도 '각오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더 잘 나왔던 것 같다. 다행히 조명 등으로 예쁘게 보이게 해주셨다."
극한 상황에서 1회 1 오열의 극한 감정 연기도 해야 했다.
"감정 컨트롤에 가장 집중하려 했다. 옛날에는 집중해서 큐 했을 때 잘 울고 털어버리자는 생각이었다. 계속 갖고 있으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니까 그랬다. 스위치 켜고 끄는 거러 많이 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대부분이 우울한 감정 사태였다. 가족을 잃고 그 상황에서 파고 들며 일어나는 상황이라 내재된 슬픔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열을 그렇게 하고도 차에서 또 눈물이 나고 그랬다. 그거에 적절한 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 억지로 밝은 노래를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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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사하다. 해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그 인물이 돼서 살아보자는 거였다. 그전에는 하나에 집중을 100%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모든 걸 걸고 해보자는 각오로 했었다. 나는 사실 내 연기를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많다. 모니터를 하면 안좋은 것만 보인다. 연기라는 것 자체는 진짜가 아니지만 그걸 진짜로 표현해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동요할 수 있다. 그래서 매순간 진짜인 연기를 해내는 게 내 목표다. 어렵다. 집중도 잘해야 하고. 후회 없이 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만족감이 있다. 대신 서주현의 멘탈이 좀 힘들어졌다. 눈물이 계속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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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다. 11년 동안 소녀시대로 활동을 오래 해서 대중분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드라마에 나와도 소녀시대 서현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걸 깨는 게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바꾸는 게 너무 어려운데 그렇게 말씀 해주셔서 감개무량 하다. 앞으로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많이 내려놨는데 그러니까 더 편하고 집중이 잘 된다. 내 자신을 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편해지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동안 소녀시대 서현은 막내고 하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더 불편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만든 게 아니라 내가 가진 모습 중 하나가 예능을 통해 굳혀졌다. 그 모습 뿐 아니라 다른 모습이 많이 있는데 그걸 보여드릴 기회가 없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대중분들과 친밀하게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 후로 10년 정도 지났다. 예능을 한번 더 해야하나 보다. 이제는 대중이 원한다면 관찰 예능이나 버라이어티도 하고 싶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주)한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