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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서현 "연애요? 자연의 섭리에 맡겼죠, 결혼은 35세"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10-04 06:5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시간'을 마친 서현을 만났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한 시간. 결정적인 매 순간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해 지나간 시간 속에서 엮이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서현은 설지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설지현은 프랑스 파리 유학을 꿈꾸는 프렌치 셰프 지망생이지만 현실은 백화점 주차 안내요원으로 집안의 생계를 꾸려가는 소녀가장이다. 그러다 동생과 엄마의 억울한 죽음을 마주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진다. 서현은 이 기구한 캐릭터를 맡아 서러운 오열 연기부터 소름 돋는 반전의 심리 게임, 몸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불꽃 연기 투혼을 보여줬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주제 의식에 공감해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는 서현이다. 그런 서현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인생의 선택은 뭘까.

"가장 큰 선택은 연습생이었다. 원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유학을 가려 했다. 어머니께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다양한 걸 접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승마 스피드스케이팅 피아노 바이올린 사물놀이 등 다양한 걸 접하게 해주셨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해주셨다. 가장 재미있던 게 피아노라 피아니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SM에 캐스팅이 됐다. 그 당시에는 나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머니께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재미있겠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붙었다. 나도 아직 내가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 가요를 부르라고 했는데 동요부르고 힙합 노래에 발레하고 그랬다. 연습생을 시작했는데 피아노를 치며 느낀 재미보다 훨씬 큰 재미를 느꼈다. 계속 하고 싶다고 결심이 서서 어머니께 말씀 드리고 직업을 결정하게 됐다."


물론 후회한 적이 없던 건 아니다. 연예인으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후회를 한번도 안하진 않았다. 왜 했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가장 후회스러웠던 것들은 친구들과의 시간,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던 것 같다. 연습생 생활을 할 때는 방과 후에는 계속 10시까지 연습하고 내 생활이 학교에서밖에 없었다. 수학여행 같은 걸 다 못 가봤던 게 후회스럽다고 하면 후회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이 직업 자체를 후회하진 않았다. 지금도 너무 즐겁다. 너무 힘들고 잠도 못자고 그래도 내가 즐겁다. 요새는 내가 너무 행복하다고 느낀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낀다. 감사한 일이다."

서현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과의 결별 이후 에이전시 계약만을 체결한 채 독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계속 알아나가는 것 같다. 회사를 나와서 혼자 하고 있는데 환경적인 것도 많이 변하다 보니 여러가지 신경써야 할 것도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도와주고 선택을 해줬다면 지금은 오로지 내 선택으로 모든 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내 자신을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홀로서기가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워낙 좋은 환경에 있다 혼자 하다 보니까 말 그대로 내 선택으로 인한 것들이 모두 내 책임이다. 그에 대한 어려움은 좀 있는 것 같다. 어떤 게 맞는 선택인지 주변에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어려움과 동시에 행복한 것 같다. 주도적으로 내 인생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 같다.11년이란 세월이 자양분이 됐다. 그 시간을 보내며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만들어주는 경험이 된 것 같다. 오랜 시간 활동했고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런 게 너무 소중한 것 같다."


서현은 지난 2월 11일 평창올림픽을 위해 방문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올림픽 축하공연 피날레에서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를 불렀다.


"인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연히 온 기회였다. 갑자기 당일에 연락이 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 거절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한테 연락해주신 게 놀라웠다. '나의 뭘 보고 이렇게 중요한 연락을 주셨을까' 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무대에서 실수하거나 하면 한국 대표로서 망신 당하면 안되니까 어깨가 무거운 일이라 하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 어쨌든 나를 믿고 불러주신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해야겠다고 결정해서 공연하게 됐다. 곡도 안정해져 있었다. 한 곡은 말씀해주셨는데 다른 곡들이 더 있을텐데 괜찮겠냐고 하셔서 하겠다고 했다. 프롬프터도 없어서 가사 외우고 하느라 10년치 집중력을 다 쓴 것 같다. 그걸 좋게 봐주셨나 보다. 그래서 북한에도 같이 가서 또 같이 공연하게 됐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서현은 4월 남북평화 협력기원 평양공연 MC로 발탁됐다. 당시 허리 디스크와 목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차분한 진행으로 호평받았고 북한 인기 가요인 '푸른 버드나무'까지 소화해내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갔던 생각이 난다. 소녀시대 아신다고 춤도 멋있다고 해주셔서 신기하기도 하고 멤버들이 이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갔던 가수 분들이 그립더라. 초반에는 뭔가 어색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공연하고 손 잡고 노래 부르고 하면서 마음이 소통되고 노래로 교감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회식했는데 술도 마시고 하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봤다.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북한을 접할 기회가 없다. 항상 딱딱하고 경직된 것처럼 표현돼 있는데 막상 같이 지내보니까 똑같은 사람이라는 게 많이 느껴졌다.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얘기 하는데 너무 뭉클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최근 소녀시대는 유닛 오지지(OGG)가 '몰랐니'를 발표했다. 다른 멤버들이 뭉친 모습을 보며 무대가 그립진 않았을까.

"무대는 그립다. 연기할 대는 그런 생각이 잘 안나다가 쉴 때는 항상 음악이 그립다. 앞으로도 내가 배우로 더 집중하긴 하겠지만 본업이 가수이다 보니 음악을 들려드릴 생각은 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이야기, 음악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곡을 계속 쓰고 있다. 솔로 앨범 기대해 달라."

'연애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서현은 "그러게요. 해야죠"라며 웃는다.

"이번 작품 하면서는 하루하루 살기도 벅찼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 하기도 바빴다. (공개연애는) 최대한 안하는 게 직업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 이입해서 많이 보시니까. 그렇다고 내 행복을 포기하진 않을 거지만 책임감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 매일 외롭다.(웃음) 외로울 때도 있지만 안하려고 하지도, 하려고 하지도 않고 자연의 섭리에 맡기고 있다. 원래는 99.9% 일이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일이 내 인생의 전부가 일이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중요한 것 같다. 결혼은 35~6세를 생각하고 있다. 사실 아이만 아니면 39세 정도도 생각하고 있다. 결혼은 현실인 것 같아서 최대한 늦게하고 있다. 외동딸이라 그런지 막연히 결혼을 해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건 있는데 로망은 없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주)한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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