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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시간'을 마친 서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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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를 한번도 안하진 않았다. 왜 했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가장 후회스러웠던 것들은 친구들과의 시간,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던 것 같다. 연습생 생활을 할 때는 방과 후에는 계속 10시까지 연습하고 내 생활이 학교에서밖에 없었다. 수학여행 같은 걸 다 못 가봤던 게 후회스럽다고 하면 후회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이 직업 자체를 후회하진 않았다. 지금도 너무 즐겁다. 너무 힘들고 잠도 못자고 그래도 내가 즐겁다. 요새는 내가 너무 행복하다고 느낀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낀다. 감사한 일이다."
"계속 알아나가는 것 같다. 회사를 나와서 혼자 하고 있는데 환경적인 것도 많이 변하다 보니 여러가지 신경써야 할 것도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도와주고 선택을 해줬다면 지금은 오로지 내 선택으로 모든 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내 자신을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홀로서기가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워낙 좋은 환경에 있다 혼자 하다 보니까 말 그대로 내 선택으로 인한 것들이 모두 내 책임이다. 그에 대한 어려움은 좀 있는 것 같다. 어떤 게 맞는 선택인지 주변에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어려움과 동시에 행복한 것 같다. 주도적으로 내 인생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 같다.11년이란 세월이 자양분이 됐다. 그 시간을 보내며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만들어주는 경험이 된 것 같다. 오랜 시간 활동했고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런 게 너무 소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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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연히 온 기회였다. 갑자기 당일에 연락이 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 거절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한테 연락해주신 게 놀라웠다. '나의 뭘 보고 이렇게 중요한 연락을 주셨을까' 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무대에서 실수하거나 하면 한국 대표로서 망신 당하면 안되니까 어깨가 무거운 일이라 하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 어쨌든 나를 믿고 불러주신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해야겠다고 결정해서 공연하게 됐다. 곡도 안정해져 있었다. 한 곡은 말씀해주셨는데 다른 곡들이 더 있을텐데 괜찮겠냐고 하셔서 하겠다고 했다. 프롬프터도 없어서 가사 외우고 하느라 10년치 집중력을 다 쓴 것 같다. 그걸 좋게 봐주셨나 보다. 그래서 북한에도 같이 가서 또 같이 공연하게 됐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서현은 4월 남북평화 협력기원 평양공연 MC로 발탁됐다. 당시 허리 디스크와 목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차분한 진행으로 호평받았고 북한 인기 가요인 '푸른 버드나무'까지 소화해내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갔던 생각이 난다. 소녀시대 아신다고 춤도 멋있다고 해주셔서 신기하기도 하고 멤버들이 이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갔던 가수 분들이 그립더라. 초반에는 뭔가 어색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공연하고 손 잡고 노래 부르고 하면서 마음이 소통되고 노래로 교감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에 회식했는데 술도 마시고 하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봤다.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북한을 접할 기회가 없다. 항상 딱딱하고 경직된 것처럼 표현돼 있는데 막상 같이 지내보니까 똑같은 사람이라는 게 많이 느껴졌다.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얘기 하는데 너무 뭉클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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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그립다. 연기할 대는 그런 생각이 잘 안나다가 쉴 때는 항상 음악이 그립다. 앞으로도 내가 배우로 더 집중하긴 하겠지만 본업이 가수이다 보니 음악을 들려드릴 생각은 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이야기, 음악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곡을 계속 쓰고 있다. 솔로 앨범 기대해 달라."
'연애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서현은 "그러게요. 해야죠"라며 웃는다.
"이번 작품 하면서는 하루하루 살기도 벅찼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 하기도 바빴다. (공개연애는) 최대한 안하는 게 직업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 이입해서 많이 보시니까. 그렇다고 내 행복을 포기하진 않을 거지만 책임감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 매일 외롭다.(웃음) 외로울 때도 있지만 안하려고 하지도, 하려고 하지도 않고 자연의 섭리에 맡기고 있다. 원래는 99.9% 일이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일이 내 인생의 전부가 일이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중요한 것 같다. 결혼은 35~6세를 생각하고 있다. 사실 아이만 아니면 39세 정도도 생각하고 있다. 결혼은 현실인 것 같아서 최대한 늦게하고 있다. 외동딸이라 그런지 막연히 결혼을 해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건 있는데 로망은 없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주)한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