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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됐다.
박시후와 신혜선의 얘기다. 박시후와 신혜선은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에서 커플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들의 애잔하고 달달한 케미에 힘입어 '황금빛 내 인생'은 시청률 40%를 돌파, 신드롬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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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신혜선을 향한 양세종과 안효섭의 사랑이 시작되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본격적인 전개에 돌입한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타인과 얽히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며 살았던 공우진(양세종)이 우서리에게 한발짝 다가가 그의 주변 남자들을 차단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공우진은 우서리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진상 의뢰인(권혁수)를 견제하며 만취상태가 될 때까지 우서리를 사수했고, 우서리를 위해 스스로 일감을 따오며 변화를 예고했다. 유찬(안효섭)의 짝사랑도 무르익었다. 그는 전국대회 1등을 한 뒤 우서리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하고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에 매달렸다. 방전 상태에서도 우서리만 보면 전력질주 하는 모습에 누나팬들의 마음도 함께 들썩였다.
삼촌과 조카가 한 여자에게 빠지는 그림은 사실 보기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망가져도 울어도 러블리한 신혜선의 매력은 이러한 삼각관계에도 설득력을 불어넣었고, 이에 시청자도 우서리에게 감정이입해 이들의 관계 변화를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게도 약점은 있다. 일단 극 전개 템포 자체가 매우 느리다. 한발짝 다가서면 한발짝 물러나는 거북이 전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스피디한 폭풍 전개를 좋아하는 최근 시청자 트렌드를 쫓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또 남자 주인공인 양세종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직진 사랑꾼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그의 핑크빛 매력에 빠졌다는 쪽도 있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부터 '사랑의 온도'까지 보여줬던 연기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보여주는 연기나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러한 반발론을 어떻게 잠재우고 추가 시청층을 유입할지에 따라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1위 굳히기 성공 여부도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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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러블리 호러블리'는 스피디하고 유쾌한 전개로 필립과 을순의 예사롭지 않은 운명을 그려냈다. '운명 공동체'라는 신선한 소재는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고, 박시후와 송지효의 열연은 극의 재미를 더했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남루한 옷차림으로 암울한 을순 캐릭터에 젖어든 송지효는 예쁨을 내려놓고 거침없이 망가지며 웃음을 안겼다. '공주의 남자' '황금빛 내 인생' 등으로 젠틀한 이미지를 쌓은 박시후도 연기 변신을 꾀했다. 칼을 든 남자를 막기 위해 비닐봉지를 복면처럼 뒤집어 쓰고 차에서 내리는 등 '쫄보미'와 '허당미'를 장착, 전에 없던 코믹 연기로 시청자를 웃음 짓게 했다. 이렇게 독창적인 소재와 빠른 템포의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찰떡 케미는 '러블리 호러블리'만의 분명한 무기다.
물론 '러블리 호러블리'는 방송 전 제기됐던 강민경PD의 세월호 유가족 비하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고,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는 끌어안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첫 방송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신선한 로코라는 점에 가산점을 줬고, 박시후와 송지효의 완벽한 연기 변신에서 비롯된 꿀케미에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에 첫 방송 시청률도 선전했다. 이날 방송된 '러블리 호러블리'는 4.8% 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작 '너도 인간이니' 최종회(6.5%, 7.8%)보다는 부족한 기록이지만, 월화극 2위로 안정적인 출발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황금빛' 시청률을 쏘아 올렸던 신혜선과 박시후는 이제 경쟁자의 입장에서 시청률 전쟁을 벌여야 한다. 각기 다른 매력의 작품으로 시청자와 만난 이들 중 마지막에 웃는 쪽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