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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박정민이 가세해 더욱 관심을 끈 작품이다. 앞서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송몽규 역으로 제37회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 시상식을 휩쓸며 연기 천재로 인정받은 그는 '변산'으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올해 1월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에서 서번트증후군 진태 역을 완벽히 소화해 호평을 받은 그는 이번에도 래퍼 심뻑으로 파격적인 도전을 시도해 눈도장을 찍는다. 학수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직접 랩 가사를 직접 쓰고 '변산' 크랭크 인 2개월 전부터 시작해 후반 작업을 위한 녹음까지 약 1년 가까이 랩 연습에 몰두한 박정민. 래퍼 얀키의 도움으로 캐릭터를 완성한 그는 한계 없는 충무로의 미래임을 또 다시 입증했다.
박정민의 활약도 눈길을 끌지만 '변산'은 김고은의 변신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은교'(12, 정지우 감독) '차이나타운'(15, 한준희 감독), tvN 드라마 '도깨비'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충무로 대세로 자리매김한 그는 '변산'에서 통통한 모습의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8kg 증량을 감행한 것은 물론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소화해 극의 재미를 선사한다. 두 사람의 폭발적인 열연과 이준익 감독의 기발함으로 무장한 '변산'은 올해 가장 힙하고 스웩 넘치는 청춘영화로 극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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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박정민에 대해 "'동주' 때 송몽규 역으로 박정민을 처음 만났는데 놀라운 매력을 발견했고 관객에게도 이런 매력을 증명했다. '변산'에서도 많은 매력을 보여줬다. 박정민의 깊은 매력을 담고 싶었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도 박정민에 대해 '이 배우의 매력이 어디가 끝일까?' 궁금해졌다. 김고은 또한 연기가 끝내주지 않나? 이렇게 웃기는 배우인줄 몰랐다. 정말 현장에서 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았다"라며 배우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그는 "이번에도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사실 나는 패밀리를 싫어한다. '이준익 사단'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래도 그들의 연기를 보면 계속 만나보고 싶어져서 의도치 않게 전작 배우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준익 감독은 "소통의 확장 측면에서는 '변산'의 랩은 좋은 수단이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공감대를 다른 세대에는 젊은 세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입구를 해준 것 같다"며 "청춘 3부작의 동기는 아무래도 '동주' 때문이다. '동주'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청춘에 대해 잊을 수 없었다. '박열'이라는 영화에서도 청춘의 외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청춘을 바라기엔 암울했던 시대다. 윤동주, 송몽규, 박열이 원했던 나라를 현재의 청춘들이 살고 있다. 이 청춘들이 많이 사랑하고 많이 다투고 많이 화해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피하지 않고. 청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는 것도 안 좋다고 생각한다. 오스카 와일드가 '육체는 젊게 태어나서 늙어가 비극이지만 영혼은 늙게 태어나서 젊어가 희극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나 역시 아재스러움을 억지로 벗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아재라는 것을 내세울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아재스러움이라는 폄하하는 문화가 있지 않나? 아재스러움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전환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재인 내가 청춘 영화를 찍는 것도 행복이었다. 배우들에게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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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수라는 인물은 가면 갈수록 성숙해지는 인물이다. 촬영하면서 성숙의 과정, 신의 정서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준익 감독과 이야기를 하며 퍼즐을 맞춰갔다. 특히 이번 작품은 함께하는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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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촬영 전부터 사투리만 가르쳐준 선생님이 계셨다. 같이 만나 연습을 시작했고 대사에 입히는 과정은 정확히 자연스러운 것인지 내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더라. 계속 나 혼자 의심하고 질문하고 확인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초중반까지 거쳤다. 여기 나온 모든 배우가 같은 사투리를 쓰는데 촬영을 진행하지 않을 때도 다 같이 사투리를 쓰면서 생활했다. 중후반부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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