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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미스 함무라비'가 법원의 씁쓸한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그리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부장 판사들의 날선 반응 속에 유일하게 박차오름(고아라 분)을 따뜻하게 격려했던 감성우 부장이 박차오름을 직접 찾아왔다. 감성우는 "박판사 주심 사건 중에 아세아 화장품이 있는데 다른 뜻은 없고 기록 정확히 봐 달라"고 부탁했다.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실수를 연발하며 한세상의 화만 돋우자 아세아 화장품은 최후의 방법을 동원한 것. 감성우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박차오름이었지만 "지금 제게 청탁하시는 건가요?"라고 잘랐다. 감성우가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을 찾아갔던 사실까지 알아냈다.
박차오름의 내부 고발은 성공충 부장 사건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심각한 일이었지만 지체하지 않고 임바른(김명수 분)과 한세상을 찾아갔다. 누구보다 감성우를 믿고 싶었던 한세상이지만 감성우는 딸 유학 자금 역시 대표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경계가 없는 게 아니라 개념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불 같이 화낸 한세상은 고뇌 끝에 수석 부장을 찾아갔고 결국 감성우는 검찰 수사관에게 끌려갔다. 충격으로 얼어붙은 판사들의 냉소 사이 홀로 남은 박차오름. 그 곁을 지키는 건 임바른 뿐이었다.
근거 없는 음모 이론이라는 내부의 다수 의견에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를 누군가는 제공해왔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사과 단 한 개가 썩었어도 그 사과는 썩은 사과가 든 상자다. 독이 든 사과라면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률이 어떻든 독사과를 집으면 먹고 죽는다"고 맞서는 박차오름의 목소리는 모든 소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돈도 연줄도 없는 이들은 막연한 분노로 거리로 나서고, 돈이라도 좀 있는 이들은 브로커 말만 믿으며 전관을 찾는데, 정말 힘 있는 사람들은 굳이 로비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들 중 한 사람이 된 판사가 그들을 재판할 테니까"라는 임바른의 현실 인식도 무거웠다.
그럼에도 민사44부의 모습은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서민들과 같은 눈높이로 법과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감정과 원칙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인간적이지만 정으로 원칙을 뭉개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부 고발자가 된 박차오름과 민사44부가 내부의 냉소와 비난에 맞서 법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9회 시청률은 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5.1%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람 냄새나는 재판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하고 있는 '미스 함무라비'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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