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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무력한 청춘의 미래…'버닝' 거장 이창동이 8년만에 꺼낸 이야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5-04 15:18


영화 '버닝'의 칸 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CGV용산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5.0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지금 젊은 이들은 어쩌면 부모 세대보다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인 것 같다."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5) 까지 내놓는 영화 마다 한국 영화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걸작을 내놓았던 충무로 대표 거장 감독 이창동이 신작 '버닝'(파인하우스필름·나우필름 제작)으로 8년만에 관객을 만난다.

기획 단계부터 충무로 관계자는 물론, 전 세계 시네필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버닝'은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오는 8일 열리는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더욱 기대를 높였다. 더욱이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창동 감독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 모두 '미스터리한 작품' '설명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높아져만 갔다.
영화 '버닝'의 칸 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CGV용산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5.04/
이창동 감독은 칸 출국을 앞두고 4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스터리하기만한 '버닝'에 대한 이야기를 한커풀 더 벗겨냈다. '시' 이후로 가진 8년이라는 차기작 준비 기간동안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는 그는 "고민 끝에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버닝'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현재 젊은 세대들에 대해 "지금 젊은 이들은 어쩌면 부모 세대보다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인것 같다. 세상은 발전해 왔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즘 젊은 이들은 무력감이나 분노를 속에 품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때문에 자신의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찾기 어려운 것에 대한 무력감이 내제돼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이 영화는 그런걸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그런 젊은 이의 상태를 일상에서 마주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 '밀양' 등의 작품으로 윤리에 대한 딜레마를 꼬집었던 이창동 감독. 그는 이번 작품은 윤리를 말하던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색깔의 영화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윤리보다 다른 방법으로 관객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굳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감각과 정서가 우선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윤리가 의미와 관념, 머리에 가깝다면 이번 영화는 젊은이들의 영화고 젊은이를 이야기하는 영화기 때문에 젊은이의 감각과 정서를 통해 소통하고 싶은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이창동 감독은 영화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와 영화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원작은 헛간을 태우는 취미가 있는 미스터리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서 끝난다"며 "'버닝'은 종수(유아인)라는 인물이 벤(스티븐연)이라는 인물에게 궁금증을 갖고 벤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그 가운데는 해미(전종서)라는 중요한, 벤과의 매개를 하는 인물이 있다. 결국 관객들은 종수는 어떤 인물인가 하는 새로운 미스터리를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닝'은 1983년 1월 발표한 짧은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작품으로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 온 세 젊은이 종수, 벤, 해미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오는 5월 16일(수) 오후 6시 30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공개된다. 국내 개봉은 17일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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