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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스럽다'는 배우 김혜자를 내세운 편의점 도시락이 가격보다 양과 질이 매우 뛰어나며 제값 이상을 한다는 평을 받으면서 쓰이기 시작한 유행어다. '혜자 게임'은 여기서 나온 말로, 게임 내 콘텐츠를 즐기는 데 딱히 과금이 필요하지 않고, 유저가 과금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을 총칭한다.
지난해 6월 국내 출시된 '소녀전선'은 중국 개발사 미카팀(MIKA Team)이 개발하고 X.D. 글로벌이 서비스 중인 모바일 RPG다. 사전 예약 당시 참가자 20만 명을 기록했는데, 출시 후 곧바로 양대 마켓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구글 최고 매출 2위, 애플 최고 매출 1위를 달성하며 역대급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소녀전선'은 다른 게임에서는 중요 과금 요소인 '캐릭터 수집'을 게임 내 존재하는 인력, 탄약, 식량, 부품 등 4가지 자원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이렇다 보니 유저 누구나 과금 없이도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자연스레 모든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다. 과금 요소로는 4가지 자원과 캐릭터 스킨, 숙소 꾸미기 등이 존재하나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나친 과금 유도 없는 '소녀전선'이 성공하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혜자 게임'이 속속 등장했다. 그라비티와 상하이 더 드림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심동네트워크 3사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MMORPG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이하 라그나로크M)'은 과금 없이도 게임 내 모든 콘텐츠를 무난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캐릭터 복장이나 게임 내 재화를 과금을 통해 구매할 수 있지만, 게임 진행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았다.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모바일 MMORPG '검은사막 모바일'도 '혜자 게임' 중 하나다. 지난 2월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은 원작에서 선보였던 뛰어난 그래픽을 모바일로 그대로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과금 아이템 중 확률형을 최대한 배제하고 확정형을 판매했다. 심지어는 과금 아이템 대부분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에 따라 모두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돼 유저들로부터 '착한 과금'으로 평가받았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5시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양대 마켓 인기 1위, 애플 최고 매출 1위, 구글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미디어 쇼케이스 때 펄어비스가 "무과금 유저는 박탈감을 느끼고, 과금 유저는 무과금 유저와 차이가 없는 점으로 모바일 게임 자체를 불신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는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과금 모델을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결과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위메이드플러스가 개발한 '피싱스트라이크'는 전 세계 유명 낚시터에서 500여 종에 달하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캐주얼 낚시 게임이다. 낚시 과정에서 쉴 새 없는 진동으로 타격감과 손맛을 제공하고, 낚시를 돕는 '앵글러'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물고기를 낚는 과정을 RPG에서 전투하는 느낌으로 구현했다.
과금 요소로는 낚시 장비나 '앵글러'를 구매할 수 있는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제공되는 요소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물고기를 낚고 수조에서 기른 후 판매하거나, 특수한 물고기를 낚으면 게임 내 재화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과금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였다. '피싱스트라이크'는 출시 후 국내 애플 인기 1위, 구글 인기 1위를 달성했고 애플 매출도 10위에 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나친 과금을 유도하지 않고 유저가 이해할 수 있는 가격과 구성으로 과금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혜자 게임'이 유저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매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유저와 게임사가 상생하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