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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곤지암', '장화홍련' 흔든 유례없던 韓호러 신드롬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4-09 09:0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곤지암'의 선풍적인 인기. 이건 유례없던 한국 호려 영화의 신드롬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곤지암'(정범식 감독)이 지난 주말 51만3673명을 동원해 지난 주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 호러 영화가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건 2003년 '장화, 홍련'(김지운 감독) 이후 15년만이다.

또한 '곤지암'은 개봉 11일째였던 지난 토요일 한국 영화 사상 4번째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곤지암'이 한국 공포 영화 역대 흥행 1위작인 '장화, 홍련'의 누적관객수(314만6217명)까지 뛰어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곤지암'은 어떻게 유례없는 신드롬을 만들며 15년간 굳건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장화, 홍련'의 아성까지 뒤흔들게 됐을까.


기존 한국 호러와 완전히 다른 차별화 전략

'곤지암'은 한국 호러 영화에서 제대로 시도된 적 없는 1인 방송 형태의 컨셉트를 차용했다.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한 페이크다큐 형식을 넘은 '생방송' 형태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마치 관객들이 지금 당장 곤지암 정신 병원에 있는 착각을 일으키며 '체험 공포'라는 새로운 공포의 장을 열었다. 여기에 스타급 배우들이 아닌 얼굴과 이름이 생소한 신인 배우들을 과감히 캐스팅, 오히려 영화의 사실감을 더 높였다.

또한, '곤지암'은 영화의 컨셉트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에 깔려있는 정서도 기존 한국 한국 호러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과거 한국 호러 영화들은 고전 적인 공포 시리즈인 '전설의 고향'으로부터 시작된 한국 특유의 한의 정서를 반복적으로 사용했고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안겼다.

하지만 '곤지암'에는 절절한 사연도 한의 정서도 없다. 과거 '곤지암'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들과 원장이 귀신으로 등장하고 이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지만 영화는 이들에게 절절한 사연이나 슬픔을 부여하지 않고 지금 당장 일어나는 공포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입소문의 힘…곤지암 관람 후기 인증 열풍


'곤지암' 흥행의 가장 큰 힘은 SNS를 통한 입소문에 있다. 특히 '곤지암'의 주요 관객층인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곤지암'을 통해 경험한 극강의 공포를 생생한 인증 사진과 리얼한 관람 후기로 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팝콘 꽉 잡아", "팝콘 날아다니는 거 실화. 진짜 너무 무서워요 진짜" 등 관람 후기와 함께 극장 바닥에 나뒹구는 팝콘 사진들이 대표적인데, '곤지암'으로 인해 '팝콘비'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다.

이뿐 만이 아니다. '곤지암'을 통해 경험한 공포감을 유머로 승화시킨 관람후기들은 관람욕을 더욱 자극시킨다. "생갭다 별로 안무섭더라. 오늘은 엄마 손 잡고 자야지" "그렇게 무섭지 않더라.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 보고 나올 때 보니 바지가 젖어있네" 등의 '반전의 관람' 후기들이 온라인에서 엄청난 화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다시 말해 '곤지암'의 관람 후기는 영화 관람을 넘어선 새로운 놀이 문화로 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봉 전 법적 이슈, 오히려 '마케팅' 됐다

'곤지암'은 개봉 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남양신경정신병원'의 소유주가 "곤지암 정신병원은 엄연한 사유 재산이지만 영화사가 무단으로 침입해 영화를 촬영한 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대한민국 3대 흉가'라는 문구로 홍보해 허위 정보를 퍼트렸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하며 영화 제작사인 하이브 미디어코프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하지만 영화사 측은 소유주의 주장과 달리 영화는 남양신경정신병원이 아닌 100% 세트에서 촬영했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소유주가 신청한 사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개봉 전 영화사와 배급사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이러한 이슈는 오히려 마케팅이 됐다. 관련 내용이 언론 매체를 통해 수차례 보도가 되자 네티즌들은 영화에 대해 "영화가 얼마나 리얼하길래" 더욱 관심과 궁금증을 갖게 된 것. 의도치 않게 오히려 홍보 효과를 끌어올리게 된 셈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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