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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차세대 기술 리더로 나선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8-03-26 09:30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은 지난 2월 열린 제4회 NTP 행사에서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엠게임 권이형 대표(왼쪽)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관련 공동사업을 위해 코인숲, 페이또와 MOU를 체결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5일 열린 'NC AI 미디어 토크'를 통해 현재 AI센터와 NLP센터에서 연구 개발중인 AI(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했다.

'차세대 기술, 게임사가 나선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증기기관에 이어 전기, 그리고 컴퓨터 정보화에 이은 4번째 산업혁명은 로봇과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자율주행, 머신러닝, 생명과학 등 다양한 기술들이 결합되면서 실재와 가상이 통합되는 세상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기술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을 신설하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사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ICT 분야에 특화된 인력풀과 함께 이미 게임 개발을 하면서 축척된 기술, 여기에 다른 산업군보다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률에서 기인한 대규모 자본과 도전에 적극 나서는 젊은 기업문화 등이 기반이 되고 있다. 개별 회사들의 입장에서도 향후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게임이 등장하면서 기술력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성뿐 아니라, 게임이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두루 쓰일 콘텐츠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의 확장이나 기술 개발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단위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위기감도 한 몫 하고 있다.

많은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규 사업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단연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지금까지도 논의가 뜨거운 '가상화폐'로 인해 널리 그리고 다소 부정적으로 알려졌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혁신적인 기술임은 분명하다.

게임사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이나 투자, 주식시장에서 IPO(기업공개)와 비슷한 ICO(가상화폐 공개),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개발에 나서는 것은 결코 낯선 기술이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가상화폐는 게임 내에서 '게임머니'라는 형태로 존재해 왔고, 아이템 거래소 등을 통해 거래가 되면서 실물화폐와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물론 게임사들은 이를 장려한 것은 아니지만, MMORPG와 같은 가상 현실에서 경제 시스템이 유지되고 게임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인정을 해왔고 한 술 더 떠 게임에서 아이템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유력 게임사 대표가 "'리니지'와 같은 MMORPG에서 게임 내 재화인 '아데나'와 아이템 등이 실물화폐로 거래가 되는 것을 게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참 힘들었는데,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단번에 이해를 시켰다"고 말할 정도이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대주주가 되면서 신호탄을 날렸다. 단순 투자라고 목적을 밝히기는 했지만, 향후 블록체인과 게임 개발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거래소 '빗썸' 인수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은 지난 2월 NTP 행사에서 "소문은 사실이 아니지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과 관련된 회사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넷마블은 오는 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을 신사업 분야로 추가할 예정이다. 또 NHN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진출을 모색중인 중국 거래소에 자회사를 통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엠게임은 직접 가상화폐 채굴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온라인게임에 접목시킬 방법을 모색중이다. 한빛소프트는 해외 자회사를 통해 ICO를 실시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자사 게임 콘텐츠를 활용, 보상을 지급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다. 최근 경영진을 교체한 와이디온라인도 지난 1월부터 2개월간의 협의 끝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소셜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블록체인과 AI 기능이 접목된 음원 플랫폼을 올 4분기에 공개하는 등 신규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한 게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로만 집중되면서, 특히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 부양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부정적인 경향도 있었다"며 "가상화폐 열풍이 일단 잠잠해진 상태라 이제는 게임사들이 밝힌 게임과의 기술 접목과 시너지 효과 등에 주목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에, 신규 사업으로서는 충분한 가치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과 데이터가 접목돼 스스로 발전하는 AI에 관심을 쏟는 게임사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TF(태스크포스)로 시작해 지난 2016년 AI센터로 승격시키는 등 AI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NLP(자연어)센터도 함께 하고 있다. 연구 인력만 100여명에 이를 정도다.

강화학습, 딥러닝,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기반으로 게임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고, 게임의 기획과 개발 등에 AI가 적극 쓰이고 있다. 유저들이 어떤 시점에서 돈을 쓰는지 등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도 AI가 유용하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야구 콘텐츠를 제공하는 '페이지'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향후 AI에 관해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을 리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넷마블은 게임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AI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이용자 맞춤형 게임 서비스 엔진 '콜럼버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IBM왓슨연구소 출신의 이준영 박사를 AI 센터장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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