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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술, 게임사가 나선다.'
많은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규 사업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단연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지금까지도 논의가 뜨거운 '가상화폐'로 인해 널리 그리고 다소 부정적으로 알려졌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혁신적인 기술임은 분명하다.
게임사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이나 투자, 주식시장에서 IPO(기업공개)와 비슷한 ICO(가상화폐 공개),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개발에 나서는 것은 결코 낯선 기술이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가상화폐는 게임 내에서 '게임머니'라는 형태로 존재해 왔고, 아이템 거래소 등을 통해 거래가 되면서 실물화폐와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물론 게임사들은 이를 장려한 것은 아니지만, MMORPG와 같은 가상 현실에서 경제 시스템이 유지되고 게임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인정을 해왔고 한 술 더 떠 게임에서 아이템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유력 게임사 대표가 "'리니지'와 같은 MMORPG에서 게임 내 재화인 '아데나'와 아이템 등이 실물화폐로 거래가 되는 것을 게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참 힘들었는데,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단번에 이해를 시켰다"고 말할 정도이다.
엠게임은 직접 가상화폐 채굴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온라인게임에 접목시킬 방법을 모색중이다. 한빛소프트는 해외 자회사를 통해 ICO를 실시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자사 게임 콘텐츠를 활용, 보상을 지급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다. 최근 경영진을 교체한 와이디온라인도 지난 1월부터 2개월간의 협의 끝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소셜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블록체인과 AI 기능이 접목된 음원 플랫폼을 올 4분기에 공개하는 등 신규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한 게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로만 집중되면서, 특히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 부양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부정적인 경향도 있었다"며 "가상화폐 열풍이 일단 잠잠해진 상태라 이제는 게임사들이 밝힌 게임과의 기술 접목과 시너지 효과 등에 주목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에, 신규 사업으로서는 충분한 가치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과 데이터가 접목돼 스스로 발전하는 AI에 관심을 쏟는 게임사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TF(태스크포스)로 시작해 지난 2016년 AI센터로 승격시키는 등 AI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NLP(자연어)센터도 함께 하고 있다. 연구 인력만 100여명에 이를 정도다.
강화학습, 딥러닝,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기반으로 게임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고, 게임의 기획과 개발 등에 AI가 적극 쓰이고 있다. 유저들이 어떤 시점에서 돈을 쓰는지 등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도 AI가 유용하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야구 콘텐츠를 제공하는 '페이지'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향후 AI에 관해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을 리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넷마블은 게임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AI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이용자 맞춤형 게임 서비스 엔진 '콜럼버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IBM왓슨연구소 출신의 이준영 박사를 AI 센터장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