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3.2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추창민(52) 감독이 '7년의 밤'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춘 배우 장동건(46)을 향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 '7년의 밤'(추창민 감독, 폴룩스바른손 제작). 올해 손꼽는 기대작이자 문제작이기도 한 '7년의 밤'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7년의 밤' 영화화를 결심한 이유와 작품의 연출 의도, 작품에 미처 담지 못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2011년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 등극, 그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누적 판매 부수 50만 부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7년의 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서사와 생생한 리얼리티로 스크린에 펼쳐낸 '7년의 밤'은 시사회 직후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전작 '마파도'(05) '사랑을 놓치다'(06) '그대를 사랑합니다'(10) '광해, 왕이 된 남자'(12) 등을 통해 탁월한 캐릭터 메이킹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추창민 감독은 이번 '7년의 밤' 역시 장르를 불문한 작품성과 뛰어난 미장센으로 3월 극장가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추창민 감독은 1000만 돌파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6년 만에 '7년의 밤'으로 스크린 컴백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인간의 선(善)에 집중했던 추창민 감독은 '7년의 밤'을 통해 데뷔 이래 최초로 인간의 악(惡)에 파고들어 밀도 높은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 한 명의 인물에게만 집중했던 기존 스릴러와 달리 주요인물 각각의 심리를 꿰뚫은 연출 방식으로 차별화를 가진 '7년의 밤'은 기존 스릴러와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신기원을 열었다. 전작과 전혀 다른, 추창민 감독의 또 다른 연출 색이 '7년의 밤'을 통해 드러난 것.
추창민 감독은 "그동안 휴머니즘이 강조된 영화를 했지만 그렇다고 성선설 신봉자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성악설을 믿는 사람도 아니다"고 웃었다. 그는 "악을 그린다는 지점도 있지만 '7년의 밤'은 부정(父情)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공감이 갔던 작품이다. 또 한편으로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게 싫어도 좋아도 아버지가 내려주는 운명이 있지 않나. 그걸 내 아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운명, 즉 피의 대물림을 이야기한다. 내가 외면하거나 닮고 싶지 않은 유전적인 부분이 있고 그게 육체적일 수도, 정신적일 수도 있다. 내가 받은 유산과 운명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7년의 밤'은 오영제(장동건)의 딸 세령(이레)이 학대당하는 장면, 그리고 최현수로 인해 죽게 되는 세령의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 장면들은 원작에 비해 완화된 표현을 쓰려 했지만 그럼에도 보는 관객에겐 불편함을 안길 수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추창민 감독은 "내부 모니터를 할 때 그 장면에 대해 '아예 빼는 건 어떠냐?'라는 제안을 한 사람도 많다.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고사를 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실제로 나는 이레 또래의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내 딸들을 생각하니 감히 엄두가 안 나더라. 결과적으로 작품을 선택하게 됐지만 결정하기까지 힘들었다. 결정한 뒤에는 피하지 말고 직시해 작품을 완성하겠다 마음먹었다. 힘들지만 보여줄 때 제대로 보여줘야 하고 봐야 할 때 제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정유정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 추창민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 시너지가 발휘된 '7년의 밤'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그리고 극한 감정 연기를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 또한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된 남자 최현수 역의 류승룡,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오영제 역의 장동건, 전직 SSU(해군 해난구조대) 잠수전문요원 출신이자 세령댐의 경비팀 직원으로 모든 것을 목격한 안승환 역의 송새벽, 복수의 희생양이 된 살인마의 아들 최서원 역의 고경표, 이 모든 악연의 시작이 된 오영제의 딸 세령 역의 이레까지. 누구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명연기를 펼쳤다. 특히 장동건은 오영제로 거듭나기 위해 머리를 밀어 M자 탈모 스타일을 만들고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분장을 하는 등 극단적인 비주얼 변화를 시도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먼저 추창민 감독은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7년의 밤'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류승룡에 대해 "캐스팅 단계에서 원작 팬들의 우려가 있었다는 것도 알지만 나는 류승룡과 장동건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류승룡은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그때 그의 연기력에 대해 100% 신뢰하게 됐다. 류승룡이 '7년의 밤'을 선택하기 전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최현수라는 존재에 대해 감정적으로 더욱 이입했던 것 같다.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가능한 그 에너지를 축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믿음을 갖게 됐다"고 신뢰를 전했다.
이어 시사회 이후 '인생 캐릭터'라 호평 받고 있는 장동건에 대해 "처음 작업을 해본 배우인데, 일단 고맙게도 원작에 대한 신뢰와 나에 대한 믿음을 가져줬다. 덕분에 나는 장동건에게 편하게 디렉션을 줄 수 있었다. 장동건은 '7년의 밤' 촬영 내내 아무리 많은 테이크를 촬영해도 절대 불평하지 않았다. 연기가 좋지 않아 테이크를 많이 간 게 아니라 오영제의 감정을 그 누구도 모르는 상태에서 최대한 근접한 감정을 찾기 위해 여러 번 촬영했다. 그런 극한 촬영을 견뎌준 장동건에게 너무 고맙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장동건을 향해 "얼굴이 아니어도 먹고 살 수 있는 배우"라고 자신한 추창민 감독은 "그동안 장동건은 잘생긴 외모, 얼굴 때문에 연기력이 잘 안 보였던 것 같다. 또 장동건 역시 늘 많은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위치로 부담감에 짓눌린 상태기도 했다. 그런 과거의 장동건을 지워주고 싶었고 장동건도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졌다. 그동안 스마트하고 젠틀한 장동건의 멋진 모습은 많이 보지 않았나? 장동건도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은 아빠인데 항상 청춘스타처럼 보일 수 없다. 그의 모습에 중후한 느낌과 또 기름진 면모를 넣어주면 오영제의 색다른 변신이 될 것 같았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 중 하나가 탈모라 제안을 했는데 처음엔 장동건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그 내막에는 외모 변신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전작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많이 해봐도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M자 탈모 설정에 멈칫하기도 했지만 테스트를 해보곤 장동건도 할 만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아마 지금 생각해보니 반은 할만했던 것 같고 반은 감독인 내가 하자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것 같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추창민 감독은 "M자 탈모를 했지만 현장 사진을 보는데 굉장히 멋있더라. 장동건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장동건도 촬영 중반 내게 '나이 들어 탈모가 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스스로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