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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이라면 '코믹감초 연기의 대명사' 김나윤의 이름을 모를 리 없다. '레베카'에서는 '반 호퍼 부인', '마타하리'에서는 '안나'를 능청맞게 연기한 그 배우다. 친근감있는 외모에 허스키한 목소리, 천연덕스럽게 던지는 대사와 몸짓이 좌중의 배꼽을 빼놓는다. '너무 웃겨서 기절했다', '우울증이 싹 나았다'는 팬레터를 받을 정도다. 원래 김희원이었으나 김나윤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김나윤은 코믹 감초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하지만 그게 잘 웃긴다고만 해서 되는 건 아니다. 무용 전공(숭의여대 무용과) 출신답게 무대에서 움직임이 안정되어 있다. 거기다 가창력 또한 탁월하다. 특히 분수 줄기처럼 쭉 올라가는 고음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여기에 24년차 연기 내공이 어우러져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 삼박자에서 연기의 완급조절이 나온다. 웃겨야 할 때는 객석을 뒤집어놓고, 진지해야 할 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한마디로 관객들과 '밀당'을 한다. '웃음은 나는데 가슴은 짠하다'란 말을 듣는 이유다. 요즘 공연 중인 '올슉업'에서도 김나윤은 든든하게 무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젊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 전반적으로 경쾌한 분위기인 '올슉업'에서 드라마의 균형추를 담당하고 있다. 베테랑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중학생 시절, 남경읍 이경미 주연의 뮤지컬 '돈키호테'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김나윤은 1994년 뮤지컬 '쇼코메디'에서 '전주댁'을 맡아 드디어 꿈을 이뤘다. 1999년 '블루 사이공'에서 '섬진네' 역을 맡았는데 여기서 코믹 본능을 활화산처럼 분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무렵 '갬블러', '캬바레' 같은 작품에서 '야한' 댄서 역을 곧잘 연기했는데 한 영화사에서 출연제의가 왔다. "전라 연기가 가능하냐?"고 묻길래 "가능하다"고 했다. "촬영장에 갔더니 뭔 '공사'를 하겠다며 옷을 다 벗으라고 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 도망쳤어요. '전라도 사투리'가 가능하냐로 알아들었던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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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은 지난 2007년 자신의 본명을 딴 희원컴퍼니를 만들어 제작자로도 활동반경을 넓혔다. "좋아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생활고 때문에 무대를 떠나고, 또 오디션에 떨어져서 슬퍼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함께 안정된 조건에서 연기하고 싶어서 아예 회사를 차렸습니다."
희원컴퍼니에서 '비지트', '언틸 더 데이', '아빠의 4중주' 등을 제작했다. 제작만 한게 아니라 몇 편은 극본도 썼고, 극중 몇 곡은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한마디로 멀티 플레이어다.
김나윤의 2018년은 무척 바쁠 듯 하다. 3월에는 뮤지컬 '언더그라운드'에 출연하고, 가을에는 2인극 '사과(가제)'를 올린다. "기회가 되면 TV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2015년 KBS2 '별이 되어 빛나리' 이후 뮤지컬 일정이 너무 빡빡해 출연제의가 와도 응할 수가 없었어요."
'사람을 살리는 배우가 되자'가 인생 모토라는 배우 김나윤. "따뜻하고 좋은 작품 많이 보게 해서 희망과 긍정을 갖고 살아가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