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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천만①] "롯데 영화는 안돼" 13년 만에 깬 흑역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13:1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롯데 영화는 늘 안돼"라는 충무로 정설이 13년 만에 깨졌다. 국내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로 꼽히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마침내 자사 첫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것.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판타지 액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1', 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이 4일 0시를 기점으로 누적 관객수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개봉작 '택시운전사'(17, 장훈 감독)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돌파이자, 올해 첫 번째 1000만 기록이다. 또한 역대 박스오피스 기록 중 외화 포함 20번째, 한국영화로는 16번째 1000만 클럽 가입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신과함께1'는 개봉 54시간 만에 누적 관객수 100만 돌파, 4일 만에 200만 돌파, 5일 만에 300만 돌파, 6일 만에 400만 돌파, 7일 만에 500만 돌파, 9일 만에 600만 돌파, 11일 만에 700만 돌파, 12일 만에 800만 돌파, 13일 만에 900만 돌파, 1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보적인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

'신과함께1'은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도경수(엑소), 이정재, 오달수, 임원희, 장광, 정해균, 김수안, 마동석 등이 가세했고 '미스터 고'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선정된, 만화가 주호민의 동명 인기 만화를 최초로 영화화한 '신과함께'는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하는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다. 대게 1편이 흥행한 뒤 관객의 반응에 따라 후속편을 만드는 기존 충무로 제작 방식과 달리 할리우드처럼 처음 제작 단계부터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1편과 2편을 동시에 제작을 시도한 것. 할리우드의 유명 시리즈처럼 동시에 촬영하지만 1편과 2편의 개봉을 시간차를 두고 공개하게 됐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와 함께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거대 프로젝트인 '신과함께' 시리즈에 각각 200억원씩, 총제작비 4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첫 투자·배급을 맡은 2004년 '나두야 간다'(04, 정연원 감독) 이후 최대 제작비 규모다. 물론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앞서 '해적: 바다로 간 산적'(14, 이석훈 감독)에 총제작비 357억원을 투자했지만 '신과함께' 시리즈를 합친 제작비를 따졌을 때 자사 최대 제작비다. 그만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함께' 프로젝트에 사활을 건 셈.

그도 그럴 것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한국영화에 투자·배급 사업을 13년간 이어왔지만 다른 메이저 투자·배급사에 비교해 이렇다 할 '메가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던 것. 역대 박스오피스만 봐도 16편의 한국 1000만 영화 중 CJ엔터테인먼트가 5편('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광해, 왕이 된 남자' '해운대'), 쇼박스가 4편('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 NEW가 3편('7번방의 선물' '부산행' '변호인')의 기록을 만들 동안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단 한 편의 1000만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투자·배급 영화 중 최고 기록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866만6046명.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당시 자사 첫 1000만 돌파 영화로 기대를 걸었지만 아슬하게 900만 문턱을 채 넘지 못하고 실패를 맛봤다. 매년 텐트폴 시즌 경쟁 투자·배급들과 대결에서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운이 없었던 탓인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없었던 탓인지 흥행 운이 유독 없었다. 영화계에서는 후자에 무게를 두며 이런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향해 '충무로 재능기부 기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할 정도였다. 이런 평가를 무려 13년간 들어왔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오랫동안 칼을 갈았고 마침내 '신과함께1'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사실 '신과함께' 프로젝트는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하는 것은 물론 90% 이상 CG로 이뤄진 판타지 장르, 캐스팅 섭외 등 제작비 규모 대비 흥행 위험 부담이 컸고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초반 투자·배급을 시도하려고 했던 CJ엔터테인먼트도 손을 들었던 비운의 작품이었다. 고민 끝에 '신과함께'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개봉이 되기 전까지 숱한 우려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1000만 기록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롯데엔터테인먼트에 전화위복을 안긴 효자다.

이런 상황 속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내부적으로 '신과함께1'의 목표를 1000만 돌파에서 1300만 돌파로 상향 조정했다. '신과함께1'에 대한 관객의 지지도가 1000만 돌파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 설날 기대작이 공개되기 전 300만 관객을 더 끌어모아 역대 박스오피스 5위권 내 진입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여기에 올해 여름 개봉될 '신과함께2'의 완성도에도 더욱 공을 들이고 있고 경쟁사 못지않은 공격적인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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