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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진선규 "상타면 변할까 두려워, 김소진과 '초심 지키자' 다짐"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12-05 10:52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배우 진선규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2.0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단언컨대, 진선규는 '제38회 청룡영화상'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진선규는 지난 25일 오후 8시 40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김대명('해빙'), 김희원('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배성우('더 킹'), 유해진('택시운전사') 등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을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었던 남우조연상 후보들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배우였다.

하지만 진선규는 '인지도'와 '인기'가 아닌 오로지 연기력만으로 8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몰표를 받으며 당당히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손에 쥐게 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부터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고 수상소감을 전하고 다시 퇴장할 때까지 자신의 수상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악랄하고 살벌했던 '범죄도시' 속 조선족 조직원 위성락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처럼 눈물을 쏟으며 횡설수설, 하지만 재치 있으면서 진정성이 가득 묻어났던 진선규의 수상소감은 이날 청룡영화상 최고의 수상소감으로 등극했다.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며 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보는 이의 눈시울까지 붉어지게 만들던 그는 "난 사실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다. 여기 오는 것만으로 떨려서 청심환 먹었다. 이거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하게 했다.

시상식 일주일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진선규는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아직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함께 연극 무대에서 동고동락했던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의 김소진과 함께 상을 수상하게 돼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소진이와 나란히 상을 받았다는 게 더 의미가 깊고 믿어지지 않았어요. 시상식 끝나고 소진이랑 둘이 '우리가 이게 무슨 일이니. 여기에서 둘이 나란히 상 받은 게 현실이야?'라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소진이는 연극할 때부터 정말 오랫동안 봐온 친군데, 함께 연극할 때 서로 '상 받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만약 우리가 연기를 하다가 큰 상을 받으면 초심이나 자세가 변할까봐 그랬던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나란히 같이 상을 받았네요.(웃음) 둘이 나란히 상을 받고 나서 '우리 그래도 절대 변하면 안돼!!'라고 함께 다짐했어요. 상을 받으면 변하게 될까봐 상을
받지 말자고 말하던 소진이와 함께 상을 받으니, 둘다 '진짜 절대 변하면 안되겠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고 있으니 절 때 초심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진선규의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에 대학로 전체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수많은 연극 배우들은 자신의 SNS에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마치 자신의 수상한 것처럼 감격하고 기뻐했다. 진선규는 동료 연극 배우들의 뜨거운 반응에 "내가 헛살진 않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연기를 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주변에서 '배우로 성공하려면 이기적이여야 해. 그래야 잘될 수 있어'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분들이 성공하고 잘되는 모습도 많이 봤구요. 그런데 저는 천성적으로 그게 잘 안되는 사람이고 저 혼자 잘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내가 잘 되려면 너희가 잘 돼야 한다. 너희가 잘 돼야 내가 잘 된다'라는 게 제가 속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모토이기도 하죠. 제 생각에 연기는 앙상블이에요. 그래서 함께 하는 게 중요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상으로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함께한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번에 상을 받고 대학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들에게 '이기적이지 않게 연기하는 사람도 잘 될 수 있다'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게 가장 뿌듯해요. '착한데 성공을 못하는 사람'으로 남게 된다면 후배들은 '아 저렇게 하면 성공 못하는구나. 성공을 하려면 이기적이여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을 텐데 제가 '앙상블을 만드는 배우들도 해낼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준 거 같아 기뻐요. 지금 저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우쭐하지 않고 앞으로 후배들에게 계속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진선규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기게 해준 영화 '범죄도시' 팀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진선규는 자신에게 '범죄도시'는 기적이라고 말하며 또 다시 울컥했다.

"그날 감독님도 신인감독상을 받았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감독님이 제게 '나는 영평상에서 받았잖아. 괜찮아. 청룡은 니가 우리 '범죄도시' 팀을 대표해서 받은 거야. 내 영화를 빛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라면서 자신의 수상보다 더 기뻐해주셨어요. 진짜 감독님의 말에 울컥하기도 했어요. 시상식 끝나고 만난 (마)동석이 형은 만나자마자 '어우!! 우리 선규!!'이라면서 손을 잡고 기뻐해줬요. 그리고 '선규야. 너는 지금 잘해서 잘 된 게 아니야. 원래도 잘했고 계속 잘해왔는데 사람들이 이제야 네 진가를 알아본 거야'라고 말해주셨어요. 동석이 형은 예전에도 어딜가더라도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저를 '이 친구 잘 봐라. 진짜 연기를 하는 배우다. 앞으로 엄청난 배우가 될거다'라고 소개해주셨어요. 그 감사함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요. 또 (윤)계상이는 시상식 끝나고 영상통화를 했는데 얼굴이 시뻘게 져서 우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또 울컥했죠. 위성락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위성락만 잘해서가 아니라 장첸 3인방 덕분이에요. 장첸 역의 계상이, 양태 역의 (김)성규. 셋이 맹 연급하고 이야기하고 연기하고 호흡을 맞췄던 그 지난 시간들이 정말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범죄도시'에서 강렬한 연기로 얼굴을 알리고 청룡영화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하며 남다른 수상소감으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스타가 된 진선규. 12년간의 무명 기간 동안에도 묵묵히 자신의 연기를 보여준 그의 앞으로의 연기에 더욱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수상의 기쁨도 크지만 제 수상에 많은 사람들이 저보다 저 기뻐해주시고 축하해주셔서 정말 행복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된 게 행복하죠. 지금까지 차근차근 연기해 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보인 것 같아 기쁘고요. '범죄도시'로 상을 받은 후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제가 오디션을 봐야 겨우 발을 담궈 라도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오디션을 보지 않았는데도 시나리오를 보내줘요. 하지만 연기를 할 때,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저는 예전의 진선규와 절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지금 까지 해왔던 대로 연기에, 작품에, 캐릭터에 모든걸 쏟아 부을 거예요. 앞으로도 '저 배우는 정말 청룡상을 받을 만 했다, 괜히 그런 큰 상을 받았던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듣도록 오래도록 지겹게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가 될게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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