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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그램을 만났다. 음악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죽이는 무게감을 보여주다가도 농담을 던질 때는 산소처럼 맑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주는 반전 가득한 래퍼다.
자, 그의 첫 등장부터 시작하자. 미국 LA에 살며 어린시절부터 힙합과 함께 했지만, 국내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방송된 Mnet 힙합 서바이벌 '쇼 미 더 머니 시즌5'였다. 그는 처음으로 진행된 미국 오디션에서 발굴한 보석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고, 또 그 안에서 같이 경쟁도 하면서도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았던 거 같아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래퍼들과 교류가 전혀 없었거든요...재미있게 참여했고, 시간에 쫓기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그런 어려운 상황을 겪다 보니, 랩 말고도 멘탈적인 부분에서 레벨 업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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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 출연했을 때 제작진 분들이 한국 래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강력한 멘트를 주문하셔서 만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죽이는 무게'였는데, 이제 그게 저의 태그가 된 거 같아요. 하하..2년 전에 생일날 지은 활동명이에요. 당시 발매 했던 곡 '벌스데이'와 함께 만들었죠. '킬라그램'으로 따지면 이제 한국 나이로 세 살이네요. 하하. 음 중학교 때부터 제 이름 이니셜인 '케이지(KG)'로 활동했는데 'KG'가 무게를 재는 단위이기도 해서..'내 자신의 모든 걸 사랑하자'는 의미가 담겼고, '죽이는 무게'라는 말은 장난 같은데 사실은 노린 거죠.(웃음)"
이 '캐릭터'는 킬라그램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데 큰 몫을 했다. 자신의 음악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랩 잘하는 분들 정말 많죠. 이제는 리스너들도 랩보다는 랩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와 스타일, 캐릭터에 더 매료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래퍼가 가진 캐릭터도 음악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저 역시도 저를 캐릭터화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공략한 거죠. 제가 워낙 덩치도 있고 특이하게 생겼잖아요. 하하."
문득 궁금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대부분의 삶을 그곳에서 보냈음에도 한국어로 가사를 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또 이토록 유창한 한국어보다 영어를 잘하는지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한국어보다 당연히 영어를 잘 하죠. 사실 한국어로 가사 쓰는 게 정말 어려워요. 음..영어는 쓰기만해도 발음 덕분에 더 힙합적으로 들리는 부분이 이는데, 한국 가사는 생각을 많이 하고 설계적으로 써야 좋은 가사가 나오는 거 같아요. 워낙 저에게는 영어가 더 익숙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한국어로 랩을 하고 가사를 쓰는 것은 저에겐 챌린지인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같고, 완성이 됐을 때 만족감 같은 게 더 크게 느껴져요."
그에게는 핸디캡이고 패널티였지만, 그럼에도 킬라그램은 쟁쟁한 래퍼들 사이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 앞서 종영한 '쇼미더머니' 여섯 번째 시즌에서도 팀 코딘(지코·딘 프로듀서)에 속해 본선 무대에 오르며 빈틈 없는 모습을 보여준 바다. 비록 결승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우승도 넘볼 만 한 충분한 실력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우승이요? 하하..음..무조건 우승할 거라는 생각으로 임했죠. 우승을 노린다고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던 거 같아요.무조건 목표는 최고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표를 낮게 잡으면 자기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최선을 다할 수 있는 목표를 줘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좋은 무대를 보여드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승까지 가지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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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고는 제가 정말 좋아해요. 귀엽고 착한 동생에요. 가끔 카톡을 하면 장문의 메시지가 오는데, 참 진정성이 있는 친구인 거 같아요. 실력적인 면에서도 멋있고요. 디스전을 했을 때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스포츠 같은 느낌이었고, 2:2 게임처럼 했던 거 같아요."
"개그콘서트에 '킬로그램'..저도 봤죠. 하하. 저를 패러디 해주신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 분 연락처 좀 알고 싶어요. SNS도 찾아봤는데 없는 거 같더라고요. 연락드리고 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방송 이후에는 곡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난 23일 발매한 '컬러링'을 시작으로 다양한 행보를 보여줄 예정. 여러 가수들의 피처링을 돕기도 하고, 자신의 EP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이다.
"'컬러링'이 23일 발매됐고, EP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완성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번 신곡('컬러링')은 제가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래퍼의 모습 보다는 조금 더 음악적인 모습을 많이 부각시킨 곡이에요. 곡 반 이상이 보컬인데 제가 직접 했고, 멜로디 라인도 쓰고..랩 부분에서도 가사적인 면서도 잘 풀어간 거 같아요.'죽이는 무게, 죽이는 감성!' 이렇게 소개하면 될 거 같아요. 하하. 해쉬스완이 피처링을 도와줬는데, '이건 무조건 스완이다' 생각해서 그냥 밀어붙였어요. 고맙죠."
마지막으로 킬라그램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팬들에게 고맙고 감사한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많이 알아봐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아 갑자기 생각나는 한 분이 있어요. 저번에 '최화정의 파워타임' 하는 날이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급하게 가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어깨를 툭툭 치시더라고요. 돌아보니 폰에 글씨를 써서 저에게 보여주시는데, 청각장애인이셨어요. 방송에 나온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제 음악을 듣지는 못하셨지만 기분이 좋았다 좋은 영향을 드린 거 같아서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 때는 방송에 늦어서 경황이 없었는데 연락 주시면 꼭 뵙고 싶어요."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