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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겉은 촉촉한 만화 영화, 속은 바삭한 멘탈 파괴자 '컵헤드'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7-10-18 10:06





최근 만화 영화를 보는듯한 독특한 그래픽과 강렬한 재즈 음악을 선보인 인디 게임 '컵헤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컵헤드'는 캐나다에 사는 차드 몰덴하우어(Chad Moldenhauer), 자레드 몰덴하우어(Jared Moldenhauer) 형제가 세운 스튜디오MDHR(MolDenHaueR, 이하 MDHR)이 개발한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이다.

몰덴하우어 형제는 어린 시절 '베티 붑(Betty Boop)', '선원 뽀빠이(Popeye the Sailer)' 등 플라이셔 스튜디오(Flischer Studios) 만화 영화와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와 같은 디즈니(Disney) 만화 영화 등 1930년대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랐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두 사람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1930년대 만화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담은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1930년대 재즈 음악과 만화 영화 풍 그래픽이 특징인 '컵헤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MDHR은 우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1934년 공개된 일본 정치 선전 만화 영화 '장난감 상자 시리즈 제3화 그림책 1936년(オモチャ箱シリーズ第3話 絵本一九三六年, Evil Mickey attacks Japan)'에 등장하는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만화 영화는 디즈니 대표 캐릭터 '미키 마우스(Mickey Mouse)'와 섬에 사는 동물, 일본풍 캐릭터가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는 머리가 찻잔인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는 전투 도중 머리가 전차 주포로 변하고, 몸은 무한궤도로 바뀐다. MDHR은 바로 이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머리가 숟가락, 포크, 접시, 컵 등 식기로 된 캐릭터 수 백 종을 디자인한다. 이후 적지 않은 경쟁 끝에 머리가 컵으로 된 '컵헤드' 대표 캐릭터가 탄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9월 29일 정식 출시된 '컵헤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두 종류다. 두 캐릭터 모두 머리가 컵으로 되어 있다. 빨간색 바지를 입고 꺾인 빨대가 특징인 눈 큰 캐릭터가 '컵헤드'고 파란색 바지를 입고 커다란 파란색 코가 눈에 띄는 캐릭터가 '머그맨'이다. 게임 내에서 두 캐릭터는 형제로 등장한다.

게임 줄거리는 이렇다. '컵헤드'와 형제인 '머그맨'은 나이 든 주전자 '엘더 케틀(Elder Kettle)'과 함께 '잉크웰 섬(Inkwell Isle)'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두 명은 악마가 운영하는 카지노에 방문하는데 카지노에서 주사위를 사용하는 도박 '크랩스(Craps)'로 승승장구하던 두 명에게 카지노 주인인 악마가 나타나 자신과 도박을 해서 이기면 카지노 전체를 주고, 지면 영혼을 가져가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을 들은 '머그맨'은 '컵헤드'를 말렸지만 계속 이기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컵헤드'는 카지노 전체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주사위를 던지고 만다. 결국, 악마와 벌인 도박에서 진 '컵헤드'는 영혼 대신 다른 걸 낼 수 있도록 해달라며 애원하고, 이에 악마는 내일 밤 자정까지 자신에게 빚진 이들에게서 영혼을 회수해 오면 용서해 주기로 한다.

이후 '엘더 케틀'을 찾아간 '컵헤드'와 '머그맨'은 '엘더 케틀'이 준 물약을 마시고 손가락에서 잉크를 발사하는 능력을 얻게 되고, 영혼을 뺏기지 않기 위해 빚을 회수하러 떠나는 모험이 시작된다.

이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줄거리와 1930년대 만화 영화 느낌을 잘 살려낸 독특한 그래픽, 때에 맞춰 적절하게 울리는 재즈 음악을 선보인 '컵헤드'는 밸브 PC 게임 플랫폼 스팀, 마이크로소프트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 윈도즈 10 등으로 출시됐다. 또한, 출시 약 2주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과거 인기 있던 인디 게임 중 토비 폭스(Toby Fox)가 개발한 '언더테일(Undertale)'이 100만 장을 판매하는 데 5개월, 팀 체리(Team Cherry)가 개발한 '할로우 나이트(Hollow Knight)'가 판매량 100만 장을 넘어서는 데 3개월이 걸린 기록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이 같은 배경에는 2014년 첫 공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독특한 그래픽과 게임성도 있지만, '2017 게임스컴' 시연 영상이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올해 게임스컴 당시 북미 IT 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 소속 25년 경력 저널리스트 타카하시 딘(Takahashi Dean)은 '컵헤드' 프리뷰 기사를 작성했는데, 기사 내용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26분 길이로 녹화된 플레이 영상이 문제가 됐다.

영상에서 그는 '컵헤드'에서 가장 쉬운 튜토리얼을 포함해 첫 번째 스테이지 'Forest Follies'를 클리어하지 못했다. 영상을 본 유저들은 타카하시 딘에게 "경력과 비교하면 게임을 너무 못한다"는 평을 남겼다. 타카하시 딘도 SNS를 통해 유저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끝내 사과했다. 이 과정을 통해 '컵헤드'는 단숨에 화제가 됐고 '컵헤드'가 정식 출시된 이후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재조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옛날 만화 영화를 보는듯한 친숙한 그래픽으로 유저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컵헤드'는 사실 유저 멘탈이 바사삭 부서질 만큼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액션 게임이다"라며 "다만 보스 패턴이 단조로우므로 반복 플레이를 통해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오히려 쉽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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