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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던 '킹스맨'. 2년 만에 '골든 서클'이란 부제로 다시 돌아온 '킹스맨2'는 과연 '매너'를 지켰을까.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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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오직 남성 관객들을 위한 눈요기 장면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이 장면이 들어가야 할, 혹은 이 장면이 이렇게 설정해야만 했던 이유를 전혀 찾아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킹스맨'은 1편부터 스파이 액션을 위한 최첨단 무기를 선보여 왔다. 맹독 칼날이 숨겨진 옥스퍼드 구두부터 엄청난 전기가 흐르는 반지, 독침은 물론 총알까지 쏠 수 있는 우산, 라이터 모양의 수류탄 등. 상상하지도 못한 온갖 무기와 장치들을 그 어떤 불가능한 것도 가능케 했다. 그런 '킹스맨'이 '오직 여성의 질 안에만 넣어야만 작동하는' 위치추적기 밖에 갖추지 못했다는 건 당연히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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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장면과 설정이 가득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통쾌함에 있었다. 해리(콜린 퍼스)가 78명의 교인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장면과 전 세계의 기득권 세력 및 부자들의 머리가 폭죽처럼 폭발하는 장면을 예를 들 수 있다. 이 장면들은 텍스트로 읽기만 해도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학살된 78명의 교인들이 흑인, 유태인, 동성애자 등을 차별하고 반목울 조장하는 집단이었다는 설정을 추가하고 머리가 터져 죽은 사람들은 평범한 서민들을 모두 죽이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뒷받침 돼 있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잔인한 컨텐츠를 즐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지워주며 악당을 무찌른 듯한 통쾌함 마저 전해줬다.
하지만 2편 '골든 서클'의 잔혹한 장면은 1편과 달리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소위 말하는 'B급 정서'의 재미를 극대하기 위해 더욱 자극적으로, 더욱 잔혹하게 온갖 조미료를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골든 서클의 수장이자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가 자신의 부하를 분쇄기로 갈아 햄버거 패티로 만드는 장면이다, 이 끔찍한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도 반복된다. 후반부에 분쇄기에 갈아지는 사람은 스테이츠맨의 에이전트 위스키(페드로 파스칼)다.
극 초반의 포피의 부하는 그렇다 치고 과연 위스키까지 그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음표가 그려진다. 위스키가 해리와 에그시를 속여 해독제를 빼돌리려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허망하게 아버지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에그시는 딸과 아내를 허망하게 잃은 위스키를 가차 없이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린다.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하고 자기 손 안에 미국을 넣고 주무르려고 했던, 자신의 부하를 분쇄기로 갈아 햄버거 패티로 만들던 세기의 악당 싸이코패스 포피는 마약 주사기로 우아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줬으면서 말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