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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언니는' 김순옥표 RPG vs '황금빛' 소현경표 신데렐라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9-09 11:2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주말극의 양대 산맥이 떠올랐다.

'막장계의 대모' 김순옥 작가의 SBS 토요극 '언니는 살아있다'와 '주말 불패신화'를 쓰고 있는 소현경 작가의 KBS2 주말극 '황금빛 내인생'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4월 15일 6.6%, 8.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방송 6회 만에 10%대를 돌파한 뒤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9일 방송된 38회는 19.5%의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마의 고지'라 불리는 시청률 20%대 돌파를 가시화했고, 2049 시청률도 최고 10%까지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또 pooq IPTV 홈페이지 VOD 드라마 이용자수도 SBS 드라마 순위 1위를 달리며 4회(70분 기준) 연장이 확정됐다.

'황금빛 내인생'은 지난 2일 19.7%의 시청률로 출발, 2회 만에 23.7%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22.9%)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2.4%) '아이가 다섯'(24.6%) 등의 첫방송 시청률에 비하면 살짝 뒤쳐지는 수준이지만 성추행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박시후의 복귀작으로 반대심리에 부딪혔던 것을 고려하면 안정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단순한 '막장'이라고 폄하하기에는 탄탄한 구성과 차진 전개, 기대를 갖게 하는 배우들의 활용법으로 막장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명불허전 김순옥 표 막장 드라마다. 첫 방송부터 살인미수 교통사고 협박 절도 납치 스토킹(스토킹 사주) 불륜 맞바람 출생의 비밀 사기 폭행 추락사고 방화 등 온갖 자극적인 설정을 뒤범벅시켜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이는 김순옥 작가가 전작에서도 쉴새없이 보여줬던 그림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절대 히어로'를 없앤 것이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항상 악녀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절대자'가 등장했다. '아내의 유혹'의 민현주 사장(정애리), '왔다 장보리'의 문지상(성혁), '내 딸 금사월'의 신득예(전인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언니는 살아있다'는 양정아 김다솜 손여은 등 악역 군단과 장서희 김주현 이지훈 오윤아 등 선역 군단이 매번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구도로 극을 끌어간다. 서로 힘을 합쳐 진실을 묻기도 하고, 그것을 파헤쳐 정의를 구현하려 하는 이들의 공수전은 막장인 줄 알면서도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SBS는 이를 두고 'RPG(Role Playing Game, 역할 게임) 판타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언니는 살아있다'에는 쓸데없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주요 배역은 물론 감초 캐릭터까지 각자의 롤을 갖고 움직이며 사건의 중심에 선다. 그저 웃긴 캐릭터인 줄 알았던 나대인(안내상)과 고상미(황영희), 그리고 구필순(변정수)이 사군자(김수미)의 죽음에 관련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 캐릭터로 전향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들이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악녀들의 희비까지 시시각각 바꾸는 탓에 '언니는 살아있다'는 막장임에도 유쾌하고 밝은 기조를 유지하며 빠른 템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김 작가의 변화는 젊은 시청층까지 흡수하며 '웰메이드 막장극'의 면모를 입증한다.



소현경 작가의 특징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막장 요소를 교묘하게 결합시킨다는 것이다. 막장 요소는 다분하지만 적절히 현실적인 판타지와 버무려가며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막장 드라마에 대한 거부반응을 잠재운다.

그의 데뷔작이었던 MBC '진실'에서는 국회의원 운전기사의 딸인 최지우가 국회의원의 딸인 박선영의 갖은 음모와 계략을 이겨내고 부잣집 외동아들인 류시원과 사랑에 골인하는 내용을 그렸다. SBS '황금빛 유산'에서는 계모의 계략으로 가족과 헤어지고 재산까지 모두 잃은 한효주가 계모의 계속되는 음모를 뚫고 재벌 3세 이승기와 맺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KBS2 '내 딸 서영이' 또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을 버리고 재벌가 아들과 결혼과 이혼, 재결합을 반복하는 이보영의 이야기를 그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황금빛 내인생' 또한 단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권력과 암투 등 막장 드라마의 필수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현경 작가표 신데렐라가 서있다. 해성그룹 마케팅부 계약직 직원인 서지안(신혜선)이다. '황금빛 내인생'은 방송 2회 만에 노명희(나영희)의 친딸이 서지안이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앞으로는 흙수저 인생을 살던 서지안이 재벌집 딸로 신분상승하기 위해 가족까지 버리고 폭주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이처럼 '언니는 살아있다'와 '황금빛 내인생'은 장르를 규정한다면 분명 막장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작품이지만, 미니시리즈에 버금가는 속도감 있는 연출과 전개, 탄력적인 대본, 입체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같은 막장 드라마라도 그 품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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