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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자신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쇼 미 더 머니6' 출연은 부담과 고민이었지만, 극복해야 했다. 예능인이 아닌 래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내린 결단. 우습게 떨어진다면 래퍼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슬리피는 결단을 내렸고, 쟁쟁한 실력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입증하며 보란 듯이 래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제가 괜히 자격지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방송에 출연해서 래퍼들을 만나니까 오히려 저를 인정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교류가 없었고, 저 혼자 '얘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슬리피와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힙합과 블랙뮤직을 향유하는 젊은 이들의 명소. 이곳 마니아들의 눈에도 슬리피는 예능인이 아닌 래퍼였다.
그와 나눈 이야기다.
(인터뷰①에 이어)
- 후배 래퍼들과 경쟁하고, 후배들에게 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곤란하지는 않았나요
"아니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신곡 작업을 할 때도 '어린 친구들이 봤을 때 뭘 하면 좋겠냐'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어요. 교류가 많이 없었는데,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친분이 생겨서 좋아요. 오히려 동생들에게 디렉도 봐달라고 하고..후배들에게 자존심 이런 거는 다 내려놨어요."
"전에는 랩할 때 누구도 내 랩에 터치를 못하게 했거든요. 저의 마음대로 다 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어린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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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잘 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힙합적인 이미지, 랩 실력을 인정받고 그런 것보다는 나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것이 가장 좋아요. 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요, 그동안 어디 가면 '슬좀비', '국주 남편' 이렇게 불러주셨는데, 이제는 래퍼로 봐주세요. 첫 마디가 '쇼미 잘 봤어요. 무대 좋았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거든요. 그리고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것도 좋고요.
- 오히려 '예능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신적은 없나요?
"현실적으로 돈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어요. 제가 음악으로 까먹은 것이 너무 많아서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가 않거든요. 그래도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아직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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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가끔 창피할 때도 있었고,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어떨 때는 PD분들이나 작가분들이 재미없다고 얘기하고 그래서 '이걸 왜 해야 되지' 생각도 들었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재미있어요. 나름의 자부심도 있고, 의외로 방송 출연을 부러워하는 래퍼들도 있더라고요. 방송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요즘 어딜 가도 다 아는 사람들이고 환경이 편해진 거 같아요."
- '우리 결혼했어요' 하면서 친근함이 더 생긴 거 같은데
"맞아요. 팬층이 엄청 늘었고 SNS 팔로워도 많이 늘었어요. 전에는 그런 팬들이 없었는데, 저에게 찾아와주고, 생일이나 이럴 때 20명 가까이 직접 오셔서 축하도 해주시더라고요. 팬 레터도 받아보고..정말 감사했어요."
"사실 '우결' 출연 전에는 이미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멋진 래퍼의 이미지를 갖고 싶은 마음인데...가상 결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는데 막상 찍고 얻은 게 많았죠."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