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이 훈훈한 서브남주인공 활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극은 장르 특성상 등장인물 수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악행이나 기행을 보이지 않는 이상 특정 인물이 주목받는 경우가 드물다. 막장 드라마의 악녀 캐릭터가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정도다. 하지만 최근 KBS2 주말극은 따뜻한 내용의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내세워 시청자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서브 남주인공 캐릭터를 활용하는 법이다. 서브 남주인공 캐릭터에게 직진 사랑꾼의 성격을 부여하면서 일반적인 가족 드라마에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가미했고, 이는 주말극 주시청층인 40대 이상 중장년 여성 시청층 외에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줬다.
시작은 지난해 방송된 '아이가 다섯'이었다. '아이가 다섯'에서 까칠한 안하무인 톱스타 김상민 역을 맡은 성훈은 모태 솔로이자 모태 철벽녀인 이연태(신혜선)를 향한 순정을 귀엽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김상민은 골프 스타로 누구나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왕자병에 빠져 살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연태의 순수함에 반해 그의 마음을 얻고자 고군분투하며 조금씩 성격도 변했다. 이연태가 짝사랑했던 동생 김태민(안우연)에게 귀여운 질투심을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연애를 해야하는지도 자신이 진짜 누구를 좋아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연태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의도하지 않은 도도함으로 벽을 쌓는 이연태와 그 벽을 허물어가는 김상민의 호흡은 주말극임에도 로맨틱 코미디물에 뒤지지 않는 설렘을 선사해줬고, 시청자는 이들을 '단호박 커플'이라 부르며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아이가 다섯'은 32.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턴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현우가 이어받았다. '아이가 다섯'의 성훈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 속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를 선보였다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현우는 남자 버전 신데렐라와 같은 캐릭터였다. 강태양 역을 맡은 그는 극 초반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비운의 7포 세대 취준생의 현실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젊은층의 공감대를 샀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민효원 역의 이세영과 커플 호흡을 맞추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돌직구로 사랑을 표현하는 이세영과 거리를 두려고 발버둥치는 현우의 청량 공방전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관전포인트가 되어줬다. 그리고 순수하고 의외로 속도 깊은 민효원의 본성을 발견한 강태양은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소박하지만 달콤함이 뚝뚝 묻어나는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들을 '아츄커플'이라고 부르며 주인공 커플인 이동건-조윤희보다 더 큰 응원을 보냈고, 결국 '아츄커플'이 해피엔딩을 맞으며 드라마는 끝났다. 시청률 또한 36.2%라는 기록을 세우며 주말 왕좌 자리를 지켜냈다.
이 계보는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준이 이어가고 있다. 극중 안중희 역을 맡은 그는 성훈과 현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준은 부자간의 정이나 진짜 사랑을 느껴본 적 없어 감정 연기에 취약한 발연기 연기돌 안중희가 변씨 집안에 입성한 뒤 가족애와 순수한 사랑에 눈뜨며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귀엽고 코믹하게 그려내며 분량을 책임지고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안중희가 변한수(김영철)를 아버지라고 믿고 그의 집으로 들어간 뒤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들과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짠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냉대에도 기죽지 않고 변씨 남매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마음을 여는 모습은 유쾌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또 김유주(이미도)의 결혼식 민폐 하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변미영(정소민)을 지켜주는 흑기사 역을 자처하며 핑크빛 무드를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4일 방송에서 이준의 멜로 연기가 빛을 발했다. 멜로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연기 지적을 받던 안중희는 변미영을 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미소를 지었고, 이를 본 감독은 "그게 바로 멜로 눈빛"이라고 깨우쳐줬다. 그동안 변미영을 도와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어했던 자신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 이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준의 달콤한 눈빛 연기에 시청자의 마음도 녹아내렸다. 이날 방송은 31%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KBS2 주말극은 단순히 극에 코믹 요소를 더하는 감초 수준의 서브 남주인공이 아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젊은층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생각의 전환으로 막장 요소 없는 따뜻한 가족극도 충분히 시청자의 공감과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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