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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쉰짱구', '궁상민', '불혹의 클러버'...
하지만 '미우새'의 핵심축은 사실 이들이 아니다. 여느 관찰 예능과 차별화 되는 포인트는 제작진이 수차례 언급했듯이 바로 이들의 어머니들에 있다. 아들들의 기이한 일상은 어머니들의 예측불가 리액션으로 그 재미가 배가 된다.
방송 경험이 없기에 나올 수 있는 순수함과 인생의 깊은 연륜에서 비롯되는 통찰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어머니들의 존재감이 대체불가한 '미우새'만의 매력을 완성한다.
어머니들이 워낙 편하게 일상 그대로의 말투로 말하니까 게스트들이 다른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편하게 보여 줄 수 있다. VCR만 찍어서는 진정한 재미가 살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어머니들을 거치는 순간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 된다. 자연스러워지고 새로운 웃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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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들을 설득할 때 강조한 것이 '다른 이야기가 아닌 아들 얘기를 들려주면 된다'라는 점이다.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분이 아닌가. 어머니들은 지금도 아들을 위해서 방송을 하는 것이지 아들 덕을 보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다른 방송이나 인터뷰 요청이 굉장히 많은데도 잘 응하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다.
-토니안 어머니는 아프셨다고 들었다.
재작년에 심장 수술을 크게 하셨다더라. 그래서 처음에 출연 결정을 쉽게 못했다. 토니안이 어머니 주치의를 만나고 상의하고 결정 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스튜디오에서 대화하는 정도의 녹화는 무리가 없어서 출연이 성사됐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다. 토니안 어머니가 다른 어머니들과 얘기하고, 아들 일상 볼 수 있어서 '미우새' 녹화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더라.
-쉰짱구, 궁상민, 불혹의 클러버...캐릭터가 정말 기발하다.
캐릭터를 억지로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뚜렷한 개성들을 살리는 수식어를 찾으려 노력한다. 기본적으로 제작진이 방송을 보면서 고민해서 표현을 만드는데, 네티즌의 댓글이나 방송 후 기사 헤드라인 등도 많이 참고한다.
-개성 만점 출연진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사람을 한 명 꼽는다면?
가장 임팩트 있는 분은 김건모 어머니다. 방송 생활 중에서 제일 놀라운 분이다. 말씀을 너무 잘 해서 어떨 땐 신동엽도 긴장하는게 느껴진다. 정말 어머니 덕에 녹화가 빵빵 터지는데도 녹화 끝나고 나면 '재밌었냐. 난 재미없었다'고 한다. 스스로는 재미있는 줄 잘 모른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개성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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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어머니들을 편하게 해 드리려고 스튜디오도 단순하게 꾸미고 크면 불안해 할까봐 처음엔 소형 세트장을 썼다. 다른 녹화장과 달리 카메라도 검은 천으로 가려서 잘 안 보이게 하고 있다. 그렇게 촬영을 하니까 다행히 어머니들이 사석에서 하시는 말투 그대로 편하게 해주고 있다. 수위 때문이라기보다 너무 일상적인 말투나 격의없는 표현이 나와서, 방송에선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어 편집될 때가 있다. 현장이 정말 웃기다.
-스페셜 MC들이 진땀을 많이 흘리더라
스페셜 MC들이 다들 어머니를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한다. 처음엔 어색해해도 점점 시간이 가면 편해 하더라. 그래서 녹화를 두 번 나눠서 찍으면 뒷부분이 더 재밌다. 처음은 워밍업이고 2부 때는 편해지시더라. 끝난 뒤에는 대부분이 '이렇게 편하게 녹화한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 한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어머니의 시점에서 다루다보니 그런 것 같다. 결혼이 좋다 안 좋다가 아닌, '어머니의 걱정' 중 하나로 다뤄지는 거다. 아무리 현대적인 사고를 지닌 어머니라도 혼자 있는 자식을 걱정하지 않는 분은 없을 것. 어머니들이 자식과 평생 같이 살면 걱정 안 할텐데, 언젠가 헤어져야하니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우새'를 통해 결혼 안 해도 재밌게 사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것도 괜찮지라고 한다. 그런 식으로 사고의 차를 좁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방송 출연 후 모자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솔직히 관계 자체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거 같다. 무뚝뚝한 아들이 갑자기 살가워지기는 힘들잖나. 다만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도 '아들이 저래서 그랬구나'하고, 아들들도 방송을 보고 '어머니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하면서 서로를 알게 됐다고 한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