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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다. 무려 32년, 그냥 '서정희'라는 인물의 매력을 처음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정희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은 울릉도의 자연이었다.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 가져본다는 그녀는 울릉도의 바람과 나무와 햇빛에도 감동을 느꼈다. 일몰도 처음 본다는 그녀는 "시간도 맞지 않았고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 느끼지 않았는데 이번에 여기 와서 너무 많은 경험을 한다"고 청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끝내 눈시울까지 붉히며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면서 "초대해 주셔서 너무 좋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처럼 생긴 친구들과의 시간도 그녀를 들뜨게 했다. 2박3일의 국내 여행임에도 무려 네 개의 트렁크를 가져 온 그녀는 냄비와 생활용품을 잔뜩 챙겨와 눈길을 모았다. 그녀는 "'역시 서정희야', '역시 누님이야' 이런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귀여움 받고 싶었다"라고 말해 이번 여행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청춘들에게 근사한 식사를 대접해주고 싶었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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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지난 32년 동안 서정희는 살림 잘하고 내조 잘하는 아내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4년 5월, 폭행으로 얼룩진 부부의 소식으로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여섯 번의 공판과 합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서정희의 충격적인 결혼 생활이 세상에 공개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번 울릉도 여행은 시청자들에게도 서정희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었다. 그동안 집에서만 갇혀 지내며 취미로 그린 그림과 글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또 설거지를 걸고 펼친 청춘들과의 게임 대결에서 생애 처음 게임을 해 본다면서도 불타는 승부욕을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발레 사진이 공개되자 "생으로 (다리를) 찢었다. 8번 배웠다"고 털털하게 고백하면서도 유연한 동작으로 시범을 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56살에야 시청자와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던 그녀지만, 여전히 소녀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아는 서정희의 청춘은 이제 시작이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