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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1년 여의 긴 싸움이 끝이 났다.
족쇄는 풀렸다. 하지만 뒷 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방송인 이창명의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창명은 '무죄'로서 대중들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1년 동안 '출발 드림팀'을 이끌어 온 이창명은 불명예스러운 하차와 긴 법정공방으로 어두운 터널을 걷고 또 걸었다. 그야말로 '상처뿐인 1년'이었다.
사고
이창명은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앞 삼거리에서 자신의 포르셰 차량으로 교통신호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이창명은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고 20여시간의 잠적 끝에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물론 대중도 이창명의 '음주운전'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20여시간만에 나타난 이창명은 "몸이 아파 치료를 우선 받으러 간 것"이라며 음주운전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경찰에 출석해 임한 혈액검사에서 혈중 알코올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인근 지역 CCTV 영상과 식당 직원 진술 등을 통해 이창명이 지인과 사고 당일 소주 6병과 생맥주 9잔을 주문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이창명이 음주운전을 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보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이창명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148로 추정, 도로교통법 위반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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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난해 10월 이창명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창명은 "음주 운전에 관한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반박하며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라는 검찰의 공소 사실은 수치를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아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창명은 변호인을 통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세웠고,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는 이창명은 "연예인 직업상 인사치레로 재미없어도 웃는 척하고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의미로 (술자리에) 있던 것이지 결코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고 이야기 했다.
'음주운전'을 두고 이창명과 검찰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심리로 음주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현장에서 도주했고, 혐의를 사건부터 지금까지 부인하고 있다는 점,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당시 식당 직원의 진술과 이창명이 찾은 병원 응급실 의사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창명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되는 0.05%를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창명은 마지막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는 사람이 음주운전 혐의를 받고 있다면 정말 그 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끝까지 지켰다.
무죄선고
법원은 이창명에게 주어진 혐의에 대해 "0.05% 이상의 수치로 음주상태로 운전한 점, 사고를 낸 후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한 점, 마지막으로는 2014년부터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승용차를 운전한 점"이 공소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무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점은 피고인도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으로 유죄가 인정된다"며 "사고 후 미조치에 관해서는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창명이 당시 들이받은 지주대의 손상 정도와 모양새, 사건 당시 출동한 견인기사, 경찰관의 증언과 사건현장 CCTV, 사고로 인한 교통지체, 이창명의 상해 등을 감안했을 때 이창명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0.05% 이상의 수치로 음주상태로 운전한 점'에 대해서는 "당시 피고인 이창명이 대리운전을 요청했고, 의료진이 피고인으로부터 술냄새가 났다는 증언을 했으며 CCTV상에서 이창명의 상기된 얼굴 색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정황만으로 피고인이 음주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는 없다. 또한 동석한 증인들의 증언이 간접적이고 서로 엇갈리는 점, 의료진이 병원 차트 작성 경위에 대한 거짓 진술이 있었던 점을 감안했다"며 "위드마크 공식을 따라 추산된 음주 수치는 '추정치'일뿐, 이를 바탕으로 형사사고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는 없으며 무죄"라고 말했다.
이창명은 선고 후 기자들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사람을 의심하는 눈초리로만 바라보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사람의 말을 조금 믿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벌금형이 인정된 2가지 혐의에 대한 항소여부를 묻자 "음주운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항소의 뜻이 없음을 전했다.
olzllove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