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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무한도전'이 또 한 번 '국민 예능'의 가치를 보여줬다.
'국민의원'으로 참여한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해 논의 하는 시간이었던만큼 웃음 요소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행복을 위해 가장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계기가 됐고, 어쩌면 현 시점에서 꼭 필요했던 아이템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이는 끊임없이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무한도전'이었기에 가능했다.
그간 '무한도전'은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특집을 진행해 왔다. 때론 '노잼'이라는 비난도 있었고 실패한 특집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1년에 최소 한 개 이상 시청자와 함께 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공익적인 메시지를 위한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재미만을 추구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텐데,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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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시청자의 목소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8월 '서울 구경 선착순 한 명' 특집부터가 아닐까. 제작진은 당시 멤버들에게 5000원을 주고 무작정 남산 팔각정으로 찾아오라는 미션을 줬다. 버스나 지하철, 자전거, 히치하이킹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동하는 멤버들이 담아낸 시민들의 일상, 이동하면서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 등은 신선함을 안겼다.
2009년 '여성의 날 특집'에서는 멤버들이 길거리로 나서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이는 최악의 특집으로 회자될 정도로 웃음이 부족했지만 한국 여성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2010년 9월에는 추석특집 '은혜 갚은 제비' 특집을 통해 전라남도 함평의 산내리 마을을 찾아 따뜻한 정을 나눴다.
2013년 6월 '멋진 하루' 특집에서는 하루 동안 택시 기사로 변신했다. 택시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학생, 중년,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가까이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감동을 선사했다. 2016년 9월에는 '나쁜 기억 지우개' 특집을 통해 지역 곳곳에 작은 천막을 꾸려 시민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변신했다. '무한도전'은 이를 통해 자살예방의 날 기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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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민 속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큐피트 역할. 2011년 6월 방송 짝사랑에 잠 못이루는 32세 남자와 24세 여자가 무한도전 연애 조작단에게 사랑을 이뤄달라고 의뢰를 해 그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5월에는 '웨딩싱어즈'로 변신한 멤버들이 결혼식에 깜짝 축가로 행복을 전파했다.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에도 적극적이었다. 2013년 '간다간다 뿅간다' 특집에서는 도우미로 변신한 멤버들이 임상실험 참가부터 화해편지 대신 읽어주기, 어머니 안마해주기, 서울 나들이 가이드 등 기상천외한 심부름을 해결하며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2012년 12월' 무한택배' 특집에서는 멤버들이 베트남, 러시아, 미국 뉴욕으로 달력 배달에 나서 전 세계에 있는 시청자들과 사연을 나눴다. 2015년 광복절 특집으로 마련한 '배달의 무도'에서는 일본 우토로 마을을 찾아 고향의 밥상을 전하는가하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찾아 추억의 맛을 선물하며 뭉클한 감동을 안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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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과 적극적인 컬래버이션이 성사되기도 했다. 2013년 3월 방송된 '무도를 부탁해'는 시청자가 제작진이 돼 직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밖에 되지 않은 이예준 군은 출연 내내 견지했던 순수한 열정과 따뜻한 배려는 재미를 떠나 시청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2014년 8월 '형광팬 캠프' 특집은 멤버와 팬이 하나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형광팬'이란 '형의 광팬'의 준말로 스타와 팬이 한 공간에서 소통하며 빚어지는 시너지가 뜻 깊었다.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팬들이니 무슨 말을 해도 웃음이 터지며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했다. 멤버들은 나도 모르는 내 매력을 발견하고 좋아해 주는 팬의 존재를 새삼 깨닫고 힘을 얻었다.
이번에 방송된 '국민의원' 특집도 '무한도전'과 시청자간의 협업으로 탄생한 특집이다. 시청자들이 제시한 안건 대부분이 근무 환경에 대한 내용이었고, 어쩌면 너무나 다양하게 지켜져야 할 내용이어서 안타까움을 안기기도 했다.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서로 배려하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법으로 정해지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들의 답답함이 드러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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