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형식이 배우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다졌다.
꽤 오랫동안 박형식을 대변하는 이미지는 '아기 병사'였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준 순진무구 군대 무경험자의 성장 기록이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고, 전후로 이어진 '가족끼리 왜이래'나 '상류사회'에서도 철부지 막내 아들 캐릭터를 연달아 맡았기 때문이다. '귀여운 철부지'에 갇히는 듯 했던 박형식은 올해 자신의 틀을 완전히 깨고 나왔다.
시작은 KBS2 월화극 '화랑'이었다. 진흥왕, 즉 삼맥종 역을 맡은 그는 아로(고아라)에 대한 짝사랑을 박력있게 풀어내며 신라시대 '직진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가하면 아로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 지소 태후(김지수)와 호족 세력과 대립하며 날선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까지 보여준 적 없는 남성미를 처음 공개한 것. 비록 '화랑' 자체는 구성과 완성도의 문제로 시청률 면에서 고전했으나 박형식의 연기력 만큼은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박형식은 그렇게 쌓은 설움과 내공을 JTBC 금토극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폭발시키는 중이다. 엉뚱 발랄한 안민혁 역으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안민혁은 게임 전문 업체 아인소프트의 CEO이자 오성그룹 넷째 아들이다. 소문난 카사노바였지만 비슷비슷한 연애에 질려 애정 사업 중단을 선언한데다 유니섹슈얼한 모습으로 게이설의 주인공이 됐다. 오성그룹 혼외자이지만 아버지 안출도가 기업을 그에게 물려주려 하면서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위협을 받게 되고, 장정 여덟은 거뜬히 물리치는 도봉순(박보영)을 개인 보디가드로 고용한다.
그런데 이 인물이 참 독특하다. 도봉순의 외모보다도 그의 괴력에 호기심을 갖고, 게이설을 듣고 자신을 경계하는 도봉순을 보고는 한술 더 떠 게이 행세를 한다. 박형식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병맛미 가득한 남주인공을 그려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박형식의 완급조절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타이틀롤 도봉순 역을 맡은 박보영의 원맨쇼에 기대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도봉순의 '괴력'이 모든 갈등과 사건을 만드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배우들이 얼마나 박보영의 뒤를 받쳐주는지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절반 가까운 분량을 박보영에게 할애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분량 욕심을 내 무리하게 연기를 하면 극의 흐름과 케미가 망가진다. 그렇다고 너무 밋밋한 연기를 한다면 '힘쎈여자 도봉순' 특유의 만화적 설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이 중심을 잘 잡는 것이 관건인데 박형식은 맡은 롤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또 때로는 달달하게 분위기를 바꿔가며 박보영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박형식의 폭발적인 성장에 시청자들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시청자들은 박보영과 박형식에게 벌써 '멍뭉커플'이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 강아지상인 두 사람의 외모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그 호흡이 상당히 좋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차세대 로코킹의 탄생을 기대할 수도 있다. 박형식이 이번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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