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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에게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대표작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벌어지는 험난한 경쟁을 이겨냈다는 증표이며. 이는 게임사 혹은 퍼블리셔를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된다. 회사의 이름값을 올리는데 특효를 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국내 게임시장에는 대표작을 활용하거나, 대표작의 굴레를 벗어나거나 혹은 대표작에 발목을 잡힌 사례가 모두 존재한다.
웹젠은 대표작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 게임사 중 1세대라 할 수 있다. 명실상부한 자사의 대표 IP인 뮤 온라인(이하 뮤)을 지니고 있는 웹젠은 한때 '뮤 이외에는 라인업이 약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와중에 웹젠이 택한 방식은 그 하나의 대표작을 또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중국 웹게임 시장에 IP를 무단으로 도용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국내 게임시장에서 아예 중국 대형 게임사와 IP 저작권 계약을 맺고, 수익 분배와 중국 시장 내 IP 관리까지 한 번에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전에 없던 이러한 웹젠의 행보는 단순히 자사의 성장력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 게임시장에 '大IP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혹에 빠진 게임사 중 아직까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임사는 드물다. 게임사가 예상한 것보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장르 교체 주기가 빨랐고, 캐주얼게임의 시장 장악력이 줄어드는 속도 역시 그에 발 맞춰서 빨라졌기 때문이다. 대표작의 눈부신 영광에 시야가 어두워져,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 한 게임사들은 '준비 소홀'로 인해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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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토즈와 데브시스터즈가 대표적인 경우다. 애니팡, 쿠키런으로 초창기 캐주얼게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의 흐름이 MORPG, MMORPG 등으로 전환되는 와중에도 애니팡, 쿠키런의 연장선에 있는 게임만 선보이며 빠르게 기세를 잃어갔다.
캐주얼게임은 다른 게임들의 사례처럼 IP를 활용하는 식으로 시장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 게임을 활용할 여지가 무척이나 좁기 때문이다. MMORPG의 캐릭터를 활용한 퍼즐, 런닝게임에 유저들이 관심을 보일 수는 있어도, 퍼즐, 런닝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MMORPG에 유저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자사의 새로운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쿠키런 IP를 활용한 다른 장르의 게임만 대부분 공개되어 '원히트원더'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을 받았다.
또한 올해 안에 출시가 예상되는 4종의 게임 중 2종이 기업의 성장 모멘텀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한 퍼즐, 디펜스 장르라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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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플로어는 스타트업 개발사, 소규모 개발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원히트원더'의 유혹에서 탈출한 대표적인 게임사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던 2012년. 종스크롤 슈팅게임인 드래곤플라이트를 선보이며 넥스트플로어는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는 슈팅게임 형태를 띄고 있지만, 당시 유행이었던 런닝액션 요소가 차용되며, '누구나 쉽게 즐기지만 기존 게임과는 차이점을 지닌 캐주얼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것이 시장에서 주효했다.
또한 드래곤플라이트의 성공 이후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장르를 개발하거나, 아예 사업 분야를 넓혀 콘솔게임 개발, IP 확보와 퍼블리셔 역량 강화 등에 집중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표작의 영향력 안에 국한되어 기업 운신의 폭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원히트원더의 그늘에 갇혀버린 다른 게임사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대표작이라는 말은 무척 달콤하다. 하지만 '여러 작품 중 이것을 가장 내세울만하다'며 앞세울 수 있는 것이 대표작이다. '이것 밖에 없다'고 내세우는 것은 대표작이 아니라 그저 밑천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