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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도 역시나 뜨거웠던 아카데미 시상식. 재치있는 디스전도, 화려한 배우들도, 감동의 순간도 여전했다. 무엇보다 89년 역사상 최악의(?) 혹은 최고의(?) 사고가 펼쳐지기도 했다.
'라라랜드'는 여우주연상(엠마 스톤)을 포함해 총 6관왕을, '문라이트'는 작품상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역대 최연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은 흑인 감독으로는 아카데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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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달굴 포인트는 언제나 그랬듯,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89년 역사상 최고의 순간을 만든 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 두고두고 곱씹을 순간을 스포츠조선이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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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충격을 안긴 순간은 엔딩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이라 불리는 작품상, 최고의 영예와 찬사가 쏟아지는 그 순간,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믿을 수 없는 드라마틱한 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수상작을 바꿔 부른 것. 올해 80세인,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워렌 비티가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고 모두가 그의 입에서 작품상의 주인공이 불리길 기다렸다. 기대 속 봉투를 뜯은 워렌 비티는 잠시 멈칫하더니 '라라랜드'를 호명했다.
'라라랜드'의 주역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 존 레전드, 그리고 다미엔 차젤레는 물론이거니 영화에 참여한 제작자들 모두 환희에 찬 표정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 소감을 늘어놨다. 그런데 이들의 뒤로 아카데미 시상식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수상자가 적힌 봉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웃프게도 '라라랜드'의 소감이 끝난 뒤 '라라랜드'의 제작자는 "작품상은 '문라이트'다"고 뒤늦게 정정했다. 이때만 해도 현장에 있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 그리고 생중계로 시청하던 시청자는 '문라이트'를 향한 '라라랜드' 제작진의 예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아카데미 시상식 측의 실수였던 것.
MC 지미 키멜은 "작품상은 '문라이트'다. 봉투가 바뀌었다"며 '문라이트'의 스태프를 무대로 불러들였다. 감격의 표정을 지었던 '라라랜드'의 스태프들은 허둥지둥 무대 뒤로 퇴장했고 어리둥절한 '문라이트' 스태프들은 뒤늦게 무대에 올라와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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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그리고 올해까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된 여배우는 단연 엠마 스톤이었다. 올해 29세, '라라랜드'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엠마 스톤은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볼피컵 여우주연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74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제23회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부문 여우주연상,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까지 올해만 총 5개의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앞서 엠마 스톤은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됐고 역시나 이변은 없었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에서 계속된 실패로 좌절하다가도 끝내 꿈을 잃지 않는 배우 지망생 미아를 연기했다. 도전하는 작품마다 출연이 불발되는 상황 속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 미아를 완벽한 감정 연기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두 눈 가득 절절하고 애틋한 미아의 감성을 담아낸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의 흥행을 견인한 일등공신. 여기에 수준급 노래 실력은 물론, 탭댄스, 왈츠 실력을 과시해 뮤지컬 영화인 '라라랜드'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라라랜드' 속 미아처럼 해피엔딩을 맞은 엠마 스톤. 그는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두 손에 쥐고 "이 영화를 하면서 정말 운이 좋고 또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훌륭한 작품에 참여하게 해준 감독께 감사하다. 일생에 한 번 있을 기회였다. 아직도 성장하며 배워가는 중이다. 이 트로피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 여정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며 말했고 무엇보다 함께 호흡을 맞춘 라이언 고슬링을 향해 "그가 날 웃게 만들어줬다. 함께 '라라랜드'라는 여정을 걸어줘서 감사하다"며 의리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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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남녀주연상은 물론 남녀조연상 후보 20명의 명단을 백인으로 채워 논란을 샀던 아카데미 시상식. '백인잔치'였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마침내 개혁을 이뤄낸 것.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배우 부문 후보로 20명 중 7명의 유색인종이 노미네이트 된 것을 시작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더니 본식에서는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가 남우조연상을, '펜시즈'(덴젤 워싱턴 감독)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주요 부문인 조연상이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간 이변(?)이 펼쳐진 것.
이뿐만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흑인인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 중 하나다. 지금까지 작품상 후보에 오른 흑인 감독 작품은 '문라이트'를 비롯해 '프레셔스'(13, 리 대니얼스 감독) '노예 12년'(14, 스티브 매퀸 감독) '셀마'(15, 에바 두버네이 감독) '펜스'(17, 덴젤 워싱턴 감독)까지 총 네 편이었고 수상까지 이어진 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 이후 두 번째다. 89년 역사상 단 두 번, 흑인 감독의 품에 트로피를 안긴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이렇듯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가장 큰 변화를 안긴 해로 기억됐다. 혹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개혁을 도운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꼽기도 한다. 영화인들 대다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런 목소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전해졌다는 후문. MC 지미 키멜은 오프닝에서 "나라가 분열됐다. 이제 우리는 한데 모여야 하고 미국이 한데 뭉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긍정적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런 모습을 우리가 먼저 보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난해 오스카상이 상당히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는데 올해는 사라졌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다"고 조롱했다. 또한 그는 앞서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디스한 메릴 스트립과 이런 메릴 스트립에 대해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다시 한번 꺼내 폭소를 터트렸다. 지미 키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의 디스에 대한) 반응이 없다"며 SNS로 '이봐 트럼프, 일어났어? 메릴 스트립이 '안녕'이라고 했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제89회 아카데미상 결과
작품상 : 문라이트
감독상 : 다미엔 차젤레(라라랜드)
남우주연상 : 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우주연상 : 엠마스톤(라라랜드)
남우조연상 : 마허샬레하쉬바즈 알리(문라이트)
여우조연상 : 비올라 데이비스(펜스)
갱상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각색상 :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외국어영화상 : 세일즈맨(이란)
주제가상 : 'City Of Stars'(라라랜드)
촬영상 : 라라랜드
음악상 : 라라랜드
편집상 : 핵소 고지
음향효과상 : 핵소 고지
음향편집상 : 컨택트
미술상 : 라라랜드
시각효과상 : 정글북
장편 애니메이션상 : 주토피아
단편 애니메이션상 : 파이퍼
장편 다큐멘터리상 : O.J : 메이드 인 아메리카
단편 다큐멘터리상 : 더 화이트 헬멧츠
단편 영화상 : Sing
의상상 : 신비한 동물사전
분장상 : 수어사이드 스쿼드